[‘올인’ 인생 차민수⑥] 고달픈 이민생활 ’17시간 노동, 3시간 수면’

차민수씨는 미국 이민 초기 하루 3시간밖에 못 자며 고된 일과를 버텨내야 했다. 그를 모델로 한 sbs 드라마 <올인>에서 차씨 역을 맡은 탤런트 이병헌(왼쪽)씨가 미국 현지 로케 도중 차씨와 사진을 찍고 있다.

[아시아엔=차민수 드라마 ‘올인’ 실제인물, 강원관광대 석좌교수,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1970년대 이민 초기 오렌지카운티에서 LA로 이사하여 동창생인 영국이와 페인트칠을 해주는 회사를 차렸다. 빈손으로 할 수 있는 회사로는 딱 맞는 회사라 자그마한 사무실과 전화 1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몸으로 때우는 사업이었다.

내 친구는 기술은 있으나 영어를 잘 못하고 나는 기술은 없으나 영어는 그런대로 통하고 한인타운에 발이 넓으니 둘이는 그런대로 사업을 번창시킬 수가 있었다. 내가 일감을 물어오고 친구가 견적을 내고 의사나 변호사 사무실 페인트 일을 맡으면 주말에 밤새 공사하여야 하지만 수입은 제법 짭짤하였다. 집을 수리하는 일이나 큰 공사의 하청을 맡아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칠을 하는 속도는 기술자인 그들보다는 1/3 정도로 느리지만 처음으로 하는 일이라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성철이라는 용산고 후배기술자가 많이 도와주었다. 성철이는 페인트의 독한 냄새를 많이 맡아 문둥이처럼 눈썹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골프레슨을 한다. 고생한다며 아는 이들이 일을 많이 주었다.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 힘은 들어도 마음은 편했다. 1980년 한인타운에 리커스토어를 인수하게 되어 이 일도 끝내게 되었다.

웨스트세븐 리커스토어서 겪은 멕시칸 조폭?

웨스턴가에 위치하고 있는 리커스토어 손님으로는 흑인·멕시칸 그리고 한인이 조금 있었다. 내가 맡고 나서 바로 매출이 25% 늘고 한국손님도 많이 늘었다. 주변에는 싸구려 마약을 파는 멕시칸 갱이 50여명 그룹으로 형성되어 몰려다니고 있었다.

자연히 이들은 내 가게의 손님이기도 하였는데 하루는 술을 판매하는 동안 카운터 앞에 있는 던힐 담배 두갑을 훔쳐 달아났다. 그들이 나간 뒤 이를 발견한 나는 즉시 쫓아가 보았으나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한참 지난 뒤 한 무리가 볼링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볼링장 안으로 따라 들어가 보니 담배연기가 자욱한 끝 쪽에 두목으로 보이는 녀석이 앉아있었다. “너와 비즈니스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 데리고 나오는데 한 무더기가 뒤따라 나온다. 나는 나와 함께 일하는 아이에게 “총을 빼 문을 향해 겨누고 있다가 한 놈이라도 문지방을 넘으면 내가 책임질 터이니 쏘라”고 지시한 뒤 나는 녀석의 주머니를 뒤져 던힐 담배를 찾아내었다. 멕시칸들은 말보르 박스만 피운다. 그럴 사실을 이용해 이들은 “아래 가게에서 샀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바로 주먹을 날렸다. 두목이 터지고 있자 밖에서는 “야, 총 가져와 전쟁이다”하며 난리가 났다.

겁먹은 아이 손에 들려 있는 총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이는 한국에서 이민 온 지 3주밖에 되지 않아 이런 험한 일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실컷 혼 내주고 난 뒤 나는 “만약 오늘밤 유리창 하나라도 까딱하면 너는 내일 내 손에 죽는다”고 말했다. 그날 밤 집에 가려고 차를 살펴보니 이미 돌로 찍혀 있었다.

다음날 아침 그들의 아지트에 가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놈을 다시 잡아왔다. 또 다시 혼을 내 보내는데 전쟁이다. 그들은 “멕시칸 마피아를 데려오겠다”며 난리를 친다. 나는 “어서 빨리 가서 데려오라”고 하였다. 그 사이 나의 인상착의를 들은 누군가가 “그놈은 쿵푸사범이고 독종이니 그냥 놔두라”고 하였단다. 그후로는 그들도 고분고분해졌다.

이렇게 사업은 5년여 별 탈 없이 편히 할 수가 있었다. 아침 7시에 가게를 열어 주중에는 저녁 11시, 주말에는 새벽 2시까지 장사를 하였다. 담배 한갑에 1000원 정도 밖에 안 하지먼 나는 하루 17시간 일하며 3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 그러니 누군가 내 것을 도둑질 한다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가게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날 때의 일이었다. 저녁시간만 되면 가게 앞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100m 밖에서 소리치는 것처럼 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달여 지속되자 나는 덜컥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과로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가게 문을 열고 닫는 것 자체가 무리란다. 중간에 꼭 낮잠을 자야만 한다고 말한다. 의사의 권유로 점심식사 후 창고 옆 공간에서 간이목침대를 놓고 1시간 정도 잠을 청했다. 얼음 제조시설이 있어 여간 시끄럽지 않았지만 고단하기만 한 나에게는 자장가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나자 정상적으로 귀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미국에 와서 나만 이런 고생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에 이민 온 이민 1세들은 다들 이런 어려운 과정들을 통하여 2세들을 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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