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퇴임 오바마 대통령, 당신이 남긴 ‘어메이징 그레이스’ 영원히···

201506271822_61130009592306_1[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타면자건(唾面自乾)이라는 말이 있다. <신당서>(新唐書) ‘누사덕전’(婁師德傳)에 나온다. “얼굴에 묻은 침을 저절로 마르게 두라”는 누사덕의 말에서 ‘타면자건’이 유래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다. 처세를 잘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참기 힘든 수모도 인내로 견뎌야 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당의 측천무후(則天武后) 때의 신하 누사덕은 팔척 장신에 큰 입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됨이 신중하고 도량이 커 다른 사람에게 무례한 일을 당해도 겸손한 태도로 오히려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하고, 얼굴에 불쾌한 빛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아우가 대주(代州) 자사로 임명되어 부임할 때 누사덕이 아우에게 참는 것을 가르쳤다. 아우가 말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그냥 닦아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누사덕이 답했다. “아니다. 그 자리에서 침을 닦으면 상대의 화를 거스르게 된다. 그냥 저절로 마르게 두는 것이 좋다.”(其弟守代州, 辭之官, 敎之耐事. 弟曰, 有人唾面, 潔之乃已. 師德曰, 未也. 潔之, 是違其怒, 正使自乾耳.)

가히 성인(聖人)이 아니면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이런 누사덕의 지혜를 오늘날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지도자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이면 임기가 끝난다. 그런데 퇴임을 며칠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CNN 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이 55%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임기 내 평균 지지율이 51%일 정도로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놀라운 지지율이 임기 내내 고공행진을 했을까? 최근 대국민 직접 소통에 나선 오바마의 개인 트위터 계정에는 모욕적인 악플이 범람했다. 심지어 ‘검은 원숭이’, ‘원숭이 우리로 돌아가라’는 흑인 비하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을 겨냥한 저급한 비방을 여태껏 지우지 않았다. ‘사이버 침’이 SNS에서 그냥 마르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오바마의 놀라운 포용 정치가 다시 빛을 발했다. 그는 지난 12월 26일 백인 청년의 총기 난사로 숨진 흑인 목사 장례식에 참석했다. “놀라운 은총, 얼마나 감미로운가…” 추모사를 읽던 오바마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더니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주도 없었다.

영결식장을 가득 채운 6000여 참석자는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 일어나 찬송가를 함께 따라 불렀다. 어떤 흑인 여성은 오바마를 손짓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은 연설 도중 희생자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이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의 박수소리가 아메리카 전역에 울려 퍼졌다.

포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고통스러운 인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내의 ‘忍’ 자는 심장(心)에 칼날(刃)이 박힌 모습을 본뜬 글자다. 칼날로 심장을 후비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바로 인내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자면 누구나 가슴에 칼날 하나쯤은 박혀있게 마련이다. 그 고통을 참느냐 못 참느냐, 거기서 삶이 결판난다.

누사덕이나 오바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생사가 다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이 1월 10일 저녁, 자신의 고향인 시카고에서 고별 연설을 했다. CNN이 ‘오바마 8년의 정치 드라마를 완성한 명연설’이라고 평한 그의 50분간의 격정이면서도 진솔한 퇴임의 변은 의례적인 정치적 수사가 아닌 그야말로 가슴 찡한 명연설이었다.

지난 8년을 회고하며 감사와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하얗게 세 버린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비록 나의 머리카락은 하얘졌지만 나는 여전히 나 그대로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재임하는 동안 여러분들에게서 참으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끝까지 국민들을 높이고 자신은 낮추었다.

그의 연설은 “4년 더! 4년 더!”를 외치는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해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 Yes we did, Yes we can!)라는 말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여론조사 기관인 라스무센이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였다. 이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대치였다.

오바마를 지난 8년간이나 대통령으로 뒀던 미 국민들이 몹시 부럽다. 오바마는 지난 8년간 미 대통령직에 있으면서도 단 한 차례의 스캔들도,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적도 없다.

당장에는 이겼다 할지라도 교만하고 방심하면 다음에는 반드시 진다. 우리나라에도 ‘타면자건’의 새 대통령이 탄생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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