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중의 제일은 ‘인연 복’···맹상군을 보며 배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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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복 중의 제일은 인연 복(因緣福)이라 했다. 옛날 맹상군(孟嘗君, ?~279)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전국시대 제(劑)나라의 정치가로 전국사군(戰國四君)의 한 사람이다. 성은 규(?), 씨(氏)는 전(田), 휘(諱)는 문(文)이며, 맹상군은 그의 시호다.

맹상군이 진(秦) 소양왕의 초빙으로 재상이 되었으나 곧 의심을 사게 되어 죽음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그의 식객 중에 좀도둑질을 잘하는 사람과 닭울음 소리를 잘 흉내 내는 사람이 있어 그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탈출했다. 그 고사를 ‘계명구도(鷄鳴狗盜)’라고 한다.

맹상군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대단한 식객들을 거두고 잘 대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단 무슨 재주든 자랑할 만한 것이 있는 자는 모두 받아주기로 이름이 나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적게는 1000명이었다고 하고 많게는 3000명이라는 설까지 있다.

맹상군이 자신의 생일을 맞아 호화로운 잔치를 베풀었다. 높은 권세에 넘치는 재물을 가진 맹상군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렸고, 손님들이 들고 온 선물은 방을 가득 채웠다. 아름다운 풍악과 미희들의 춤을 감상하며 더없이 유쾌해진 맹상군은 술잔을 높이 들고 이렇게 말했다.

“좋다, 정말 좋구나! 이렇게 좋은 날, 나를 슬프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나를 슬픔으로 눈물 흘리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후한 상을 내리리라.”

그때 한 장님이 해금의 일종인 ‘앵금’을 들고 맹상군 앞으로 나왔다. “비록 재주는 없으나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좋다, 어디 한 번 해보아라! 재주껏 나를 슬프게 만들어 보아라!” 장님은 줄을 가다듬은 후 앵금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상(天上)의 소리처럼 아름다운 선율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지옥을 헤매는 듯한 고통스러운 음률로 바뀌어갔고, 이윽고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 듯한 연주가 이어졌다.

모두들 넋을 잃고 앵금 연주에 빠져들었을 때, 장님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나니/ 세상의 모든 일 뜬구름과 같구나!/ 무덤을 만들고 사람들이 흩어진 후/ 적막한 산 속에 달은 황혼이어라

노래가 끝나는 순간 장님이 앵금을 세게 퉁기자 줄이 탁 끊어졌고, 앵금 줄이 끊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맹상군은 통곡을 했다. 인생의 무상함이 절절이 사무쳐오면서 마치 평생을 살 것처럼 행동해온 자신의 삶이 헛되기 그지없었다.

그 날 이후 맹상군은 커다란 식당을 만들어, 매일 아침 1천명에게 국밥을 제공했다. 국밥은 누구든지 와서 먹을 수 있었으며, 1천명의 식객이 먹는 소리는 20리 밖에까지 들렸다고 한다.

복 중의 제일은 인연 복이고, 공덕 중의 으뜸은 보시(布施)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연을 맺는데도 차별을 두려고 한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은 기피하고 자기보다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만을 골라 만나려 한다. 사람이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사람은 차별 없이 두루 만나야 한다. 맹상군은 심지어 도둑놈과 닭 울음 잘 하는 사람과도 인연을 맺어 죽을 위기에서도 목숨을 건졌다. 사람은 전생에 지은 업(業)에 따라 때가 되면 받을 것은 다 받고 빼앗길 것은 다 진리께서 회수해 간다.

불경에 ‘무재의 칠시(無財七施)’라는 것이 있다.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무재의 칠시’를 알아보자.

1. 사신시(捨身施) : 남을 위해 자신의 몸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2. 화안시(和顔施) : 남에게 웃음으로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다.

3. 자안시(慈眼施) : 자애와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사람을 접한다.

4. 심려시(心慮施) : 남을 염려하고 배려하고 생각한다.

5. 애어시(愛語施) : 남에게 인사를 하거나 부를 때 사랑이 넘쳐야 한다.

6. 방사시(房舍施) : 바람과 비를 피하고 마음을 편안케 하는 장소를 제공한다.

7. 사좌시(仕座施) : 옆자리에 앉을 의자를 준다든가 좌석을 양보한다.

이처럼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만약 자신이 땀 흘려 번 재물이 없으면 튼튼한 몸을 던져서라도 공덕을 쌓을 수 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마음으로라도 상대방이 잘 되라고 진리 전에 빌어주는 것도 훌륭한 보시다. 공덕을 짓는 방법은 정신 육신 물질 세 방면으로 얼마든지 베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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