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닭한테 배우는 5가지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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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게으른 일꾼이 늘 새벽에 “꼭 깨워(꼬끼오)~” 하고 우는 수탉 울음에 깨어나면서 “저놈의 닭 때문에 잠을 실컷 못 잔단 말야” 하고 투덜거렸다.

“저놈의 달구새끼! 저놈만 없으면 실컷 잘 수 있을 텐데” 하다가 ‘그래 저놈만 없으면 내가 편하게 살 수 있을 거야’ 하고 몰래 수탉을 잡아 목을 비틀어 죽이고는 ‘이제 실컷 자야지’하고 다음날 한낮이 될 때까지 잠을 잤다. 그러다가 농장의 주인과 일꾼이 그 게으른 머슴이 없는 것을 알고서는 머슴의 방에 달려갔는데 아직까지 자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주인이 다른 일꾼을 시켜 실컷 두들겨 팼다. 이에 일꾼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오는구나!” 닭은 새벽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동물이다. 그 닭의 목을 비틀어서 입막음을 하더라도 결국 정도(正道)대로 새벽은 온다. 이 말은 민주화운동 시절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이 써 더욱 우리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아무리 바른말을 못하게 하는 군부독재도 사필귀정으로 반드시 민주화가 된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닭은 십이지의 열 번째 동물로 시간으로는 오후 5시에서 7시, 방향으로는 서(西)쪽을 가리킨다. 그리고 달로는 음력 8월에 해당한다. 그런데 예로부터 닭은 다섯 가지 덕으로 상징되었다. 그걸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 한다.

첫째, 문(文)의 덕이다.

닭이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으니 글(文)을 배워서 벼슬을 하는 것을 상징한다.

둘째, 무(武)의 덕이다.

닭은 발 뒤에 날카로운 며느리발톱이 무기로 쓴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굳세게 자라는 성질을 갖고 있다.

셋째, 용(勇)의 덕이다.

적과 잘 싸우는 날렵함과 민첩함이 있다.

넷째, 인(仁)의 덕이다.

먹을 것을 보고 얻으면 “꼬꼭꼭” 하면서 가르쳐 주고 함께 나누어 먹는다. 공생하는 어진 마음을 갖고 있다.

다섯째, 신(信)의 덕이다.

해가 뜰 때를 알려주니 시계가 없었을 때(時)에 새벽녘 닭의 울음소리가 시보(時報)역할을 했다. 닭 울음만 들어도 정확히 시간을 알 수 있으니 그게 바로 믿음이다.

선비들은 닭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며 ‘계유오덕’에서 겸손을 배웠다. 심청가를 보면, “닭아 닭아 울지 말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라는 애절한 한탄이 나온다. 심청이 아버지와 이별하고 죽으러 떠나야 할 시간이 닥쳐옴을 안타까워하는 구절이다.

민요나 시조에서는 밤에 임과 함께 지내다가 날이 새면 이별해야 하는 것이 아쉬워서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원망하고 있다. 반대로 민담에서는 닭의 울음소리가 구원의 소리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어둠과 음기(陰氣)에서 힘을 쓰던 귀신이나 도깨비가 광명과 양기(陽氣)를 알리는 닭 울음소리가 나자 도망을 가버려서 귀신 등에게 곤욕을 당하던 주인공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가 기르는 가축 중에서 닭은 소보다 덩치가 작고 힘도 약하다. 개나 고양이보다 영리하지도 않은 미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비들은 닭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겸손해 한 것이다.

그리고 닭은 예로부터 어둠을 쫓고 광명을 부른다고 한다. 닭은 악귀와 도깨비를 쫓고 상극인 지네를 퇴치하여 인간을 구원한다. 닭은 또 풍요와 다산(多産)의 상징이다. 닭소리는 좋은 일을 예고한다.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 중 닭(酉)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黎明)을 알리는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겨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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