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알렉산더 대왕 칼에 죽은 사냥개 이야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흔히 한국사람들은 성질이 급하다고 한다. 1분에 걷는 걸음 수도 유럽사람보다 15보가 더 많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하는데도 서양인들은 2~3시간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는 15분이면 숭늉까지 마시고도 남는다.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데 평균 5분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맹자(孟子, BC 371경~BC 289경)가 제자들에게 열심히 수양할 것을 권하면서 다음과 같은 예화를 들었다.
송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 농부가 어느 날 자기 논에 나가 보니 벼 키가 다른 논의 벼보다 작았다. 고민 끝에 농부는 자기 논의 벼를 일일이 뽑아 올려놓았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벼의 싹을 뽑아 놓았다고 말했다. 깜작 놀란 아내가 다음 날 논에 나가 보니 벼가 다 말라 죽어 있었다.
이를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 한다. 줄여서 ‘조장’이라고 한다. 벼의 싹은 시간이 지나면 자란다. 김을 매주고 물꼬를 잘 터주면 스스로 자라는 것이다. 공자(孔子)도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이라며, 너무 빨리 가려다 오히려 달성하지 못한다고 했다.
알렉산더 대왕이 친한 친구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 선물은 잘 훈련된 사냥개 두 마리였다. 사냥을 즐겼던 대왕은 매우 기뻐했다. 어느 날 대왕은 사냥개를 데리고 토끼사냥에 나섰다. 그런데 개들은 사냥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달아나는 토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빈둥빈둥 누워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화가 나서 사냥개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그리고 대왕은 사냥개를 선물한 친구를 불러 호통을 쳤다. “토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볼품없는 개들을 왜 내게 선물했는가? 그 쓸모없는 사냥개들을 내가 모두 죽여 버렸네!” 친구는 대왕의 말을 듣고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대왕이시여, 그 사냥개들은 토끼를 잡기 위해 훈련된 개들이 아닙니다. 호랑이와 사자를 사냥하기 위해 오랜 시간 훈련받은 값비싼 개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알렉산더 대왕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공자에게 자하(子夏)라는 제자가 지방의 원님이 되어 나아가면서 정치 잘하는 법을 물었다. “서두르지 않으며,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지 않아야 한다. 서두르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사사로운 이익에 급급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이 말에는 경영(經營)과 인품(人品)에 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일에 있어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 곧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누가 보편적인 방식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있다. 대어(大魚)를 낚으려는 낚시꾼일수록 기다림이 친숙하고,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일수록 서둘러 신발 끈을 매지 않는다.
지식(知識)은 쌓아지는 것(築)이고, 지혜(智慧)는 깨닫는 것(覺)이다. 지식은 사람의 경험이 근원이기에 이긴 자의 결과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지혜는 진리가 근원이기에 알지만 깨달아야 한다. 결과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기업이나 조직, 한 나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무엇이라는 것은 누구나 지식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은 지혜이기에 누구나 이룩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