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해, 정유년②]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AI 사태로 빚어진 ‘달걀대란’ 속에 최근 한 수퍼마켓이 30개들이 한 판을 1만원에 판매하는 설 선물 세트로 내놓았다고 한다. 양계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1970년대 초까지 대부분의 서민 가정에서는 생일이나 잔칫날이 되어야 계란을 양껏 먹을 수 있었다. 1962년 이화여대 기숙사탐방 신문기사에서 “기숙사 식당에서 달걀 프라이가 매일 하나씩 나온다”는 사실을 중요한 자랑거리로 소개한 바 있다.
달걀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1967년 가을 박정희(朴正熙, 1917-1979) 대통령이 서울대병원에서 코 수술을 받은 후 10월 18일 퇴원할 때 40대 여성이 병원장실로 계란 두 꾸러미(20개)를 들고 찾아와 대통령께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즉 수술 받은 대통령께 몸조리 잘하시라고 전한 선물이었다.
정부는 AI 사태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계란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설 연휴 전까지 미국산 흰색계란 등 계란 2200여만개를 시장에 풀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선(新鮮) 달걀 수입과 시장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1월26일까지 통관된 달걀에 대해 항공운송비 지원 상한가를 1톤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달걀 신선도를 확인하려면 물을 채운 그릇이나 컵에 달걀을 넣었을 때 옆으로 가라앉으면 가장 신성한 상태이다. 오래된 달걀일수록 수면 가까이 뜬다.
한국은행의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의 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10-12월) AI로 인한 가금류(家禽類) 산업의 직접적인 생산 손실 규모가 1649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을 0.03%포인트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걀의 생산 차질액이 75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금육 가공 등은 544억원, 도축 생산은 375억원의 피해가 각각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생산 손실에 따른 부가가치 감소 규모도 1056억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은 AI 발생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 2·4분기 이후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달걀을 낳는 산란계의 살처분 규모(사육두수 33%)와 성장기간(6개월)을 감안하면 달걀 및 제빵·제과 등 관련 산업의 생산 차질은 당분간 이어질 소지가 있다. 산란계 부족으로 달걀 값이 상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며, 닭고기 값도 병아리 입식 제한 조치로 공급이 줄면서 점차 오를 것이다.
지난해 11월17일부터 올해 1월11일까지 살처분된 전국의 가금류는 3161만 마리이며, 동원된 인력은 2만9000여명에 달한다. 두달 가까이 강도 높은 방역 및 살처분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현장 방역 관계자들의 피로가 크게 누적되었다. 특히 닭과 오리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요원들은 심각한 불면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며 트라우마(trauma)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전국 14개 시도에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올해 설을 맞아 작년 설보다 매출이 20% 이상 줄었으며,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없어질까 걱정이라고 상인들은 말하고 있다. 즉 정부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 품목과 금액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농축산물의 명절 대목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설 선물세트의 판매 실적(품목별)이 정육 12.3%, 수산물 11.1%, 과일 12.5% 감소했다. 과거 인기 설 선물세트였던 한우, 인삼, 굴비 등의 매출이 저조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1000여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4년만의 최저인 ‘8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RBSI가 80점대를 기록한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RBSI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좋아지리라고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중국인은 설날에 궁씨파차이(恭喜發財, ‘부자되세요’)라는 덕담을 나눈다. 우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남을 위해 복을 많이 지어야 받을 복도 많아지므로 올해 설날에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