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해, 정유년①] AI 후유증 계란값 폭등 속 맞은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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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1월28일은 ‘붉은 닭’의 기운을 상징하는 정유년(丁酉年)의 ‘설날’이다. 역법에서 ‘丁’은 불의 기운, ‘酉’는 닭이므로 ‘붉은 닭’의 운을 지닌 금년은 밝고 붉은 기운이 일어난다는 뜻이 된다.

또한 닭의 해이므로 명복자래(鳴福自來) 즉 ‘길게 울어 복이 저절로 오게 하는’ 상서로운 해이다.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 중 닭(酉)은 어둠 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긴다.

우리 선조들은 닭을 오래 전부터 길러왔기에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중 하나다. 국토의 지명에도 닭과 관련된 유래와 전설이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약 140만개 지명 중에 닭과 관련된 것은 총 293개로 집계됐다. 12지(支) 관련 지명 중 용(1261개), 말(744개), 호랑이(38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경상북도 봉화(奉化)군 봉화읍 유곡리(酉谷里)는 ‘닭실마을’이라고도 부르며, 지형이 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인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다. 풍수(風水)에서 우리 선조들은 닭의 습성과 의미를 반영해 ‘금계포란형’을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는다.

‘닭실마을’은 조선중기 문신 충재 권벌(1478-1548)의 고택을 중심으로 이뤄진 안동 권씨 집성촌이다. 또한 안동 권씨 가문의 며느리들이 440여년간 대물림해온 솜씨로 제사상에 올리던 한과(韓菓)를 수십년 전부터 명절 선물용으로 상품화한 ‘닭실한과’는 일품이다.

닭은 새벽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동물이다.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은 빛의 전령,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닭은 12지 동물 쥐-소-범-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중 열번째 동물이다. 예로부터 다섯 가지 덕(德)으로 상징되어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고 한다. 계유오덕이란 문(文), 무(武), 용(勇), 인(仁), 신(信)의 덕을 말한다.

文의 덕은 닭이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어 글을 세워 벼슬을 하는 것을 상징하며, 武의 덕은 닭은 발 뒤에 날카로운 며느리발톱을 무기로 사용하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굳세게 자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勇의 덕은 적과 잘 싸우는 날렵함과 민첩함이 있다. 仁의 덕은 먹이를 보면 “꼬꼭꼭”하면서 가르쳐 주고 함께 나누어 먹는다. 信의 덕은 닭의 울음소리가 시보(時報) 역할을 하여 시간을 알 수 있어 믿음을 준다.

‘붉은 닭(red rooster)의 해’ 정유년을 맞아 올해 신수(身數)를 보기 위해 설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세시풍속 중 하나인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사주(四柱)는 태어난 년/월/일/시 4개를 보나, 토정비결은 년/월/일 3개로만 보며 상괘 8개, 중괘 6개, 하괘 3개로 총 144개의 괘(卦)로 만들어져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 37곳과 대형마트 37곳을 대상으로 설 명절 차례상(茶禮床)을 차리는 데 필요한 27개 품목에 대한 가격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면 대형마트보다 7만원을 아낄 수 있다. 즉 4인 기준으로 설 차례상 용품을 전통시장에서 사면 평균 22만3383원이 들지만, 대형마트는 이보다 7만원 정도 비싼 평균 29만3001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격과 비교하면 전통시장은 6.5%, 대형마트는 9% 올랐다.

지난해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알을 낳는 이른바 산란계(産卵鷄)가 2300만 마리 넘게 살(殺)처분되어 올해 계란 생산량은 작년(64만톤)보다 12.7% 감소한 56만톤에 머물 전망이며, 달걀 생산량 회복에 시일 걸릴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계란 산지 가격(특란 10개 기준)이 평균 1772원으로 예상되어 지난해 연평균 가격(1101원)보다 무려 62.3% 급등, ‘금계란’이 됐다.

오늘날 ‘값싼 단백질 공급원’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계란이 반세기 전까지 명절의 인기선물이었다. 1950년대의 설 선물 목록에서 계란은 토종닭, 돼지고기, 찹쌀과 함께 4대 인기 품목으로 꼽혔다. 필자의 中高 학창시절 기억에도 先親께서 1950년대 재무부 산하 전매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명절 때 계란, 닭 등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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