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②] 오곡밥·귀밝이술·부럼깨기···”내 더위 사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에는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세시풍속 놀이를 즐기며, 저녁에는 ‘달맞이’로 소원을 빈다. 대보름날을 전후해서 찰밥과 약밥을 먹는 풍속이 있으며, 절식(節食)으로 약밥, 오곡밥, 묵은 나물, 복쌈, 부럼, 귀밝이술 등이 있다.
쌀·조·수수·팥·콩 등 다섯 곡물을 섞어 지은 ‘오곡밥’은 풍농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어 ‘농사 밥’이라고도 한다. 오곡밥을 먹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보름날에 먹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오곡밥은 보름 전날에 먹고, 대보름날 아침에는 쌀밥을 먹는다.
찰밥에 공을 더 들인 것이 약밥(藥飯)이다. 즉, 찹쌀을 쪄서 대추, 밤, 팥, 꿀, 참기름, 간장 등을 섞어서 함께 찌고 잣을 박은 것이다. 전남지방에서는 찰밥이나 약밥은 시루에 쪄서 성주께 올리기 때문에 성주밥 또는 시루(시리)밥이라고 부른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보름날의 좋은 음식인 약밥은 신라의 옛 풍속이라고 한다.
<열양세시기>(?陽歲時記)에는 약밥을 조상께 제사도 올리고, 손님에게 대접하며 이웃에 보내기도 한다고 나온다. 우리 선조들은 오곡밥과 찰밥을 이웃들과 나눠 먹으면서 풍농(?農)과 안녕, 행복을 기원하고 액운(厄運)을 쫓았다.
성씨(姓氏)가 다른 세 집 이상 이웃집의 밥을 먹어야 운이 좋다고 전해져 서로 오곡밥 등을 나눠 먹었다.
정월 대보름에는 묵은 나물과 복쌈을 먹는 풍속이 있다. 오곡밥과 삶은 나물을 배추 잎, 취나물 등에 싸서 ‘복쌈’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여름에 호박고지, 무고지, 가지나물, 버섯, 고사리 등을 말려 두었다가 삶아서 나물로 무쳐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정월대보름 아침 해뜨기 전에 만난 사람에게 “내 더위”하며 더위를 파는 풍속이 있으며, “내 더위 사라”며 친구나 지인들에게 더위를 팔기도 한다.
귀밝이술(耳明酒)은 대보름날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데우지 않은 청주(淸酒)를 마시는데, 아이들은 입술에 술을 묻혀만 주고 마신 것으로 여긴다. 귀밝이술을 마실 때 어른들은 “귀 밝아라, 눈 밝아라”라는 덕담을 한다. 이는 귀가 밝아진다는 의미와 일년 내내 기쁜 소식을 듣기를 바라는 것이다.
부럼(부스럼)깨기 풍속에 관하여 <동국세시기>에는 “상원 이른 아침에 날밤, 땅콩, 호두, 잣, 은행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물거나 까먹으면서 ‘올 한해 무사태평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라고 축수하니, 이것을 이굳히기(固齒之方)라고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부럼깨기에 견과류 대신에 부드러운 ‘무’를 대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