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①] 임동권의 ‘한국세시풍속’ 일독을 권함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
객지에 나간 사람이 부득이한 용무로 설날에 집에 돌아오지 못했으면, 정월대보름에는 꼭 집에 돌아와야 한다는 뜻의 속담이다.
정월(正月)은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서 그 해를 설계하고, 1년의 운세를 점치는 달이다. 정월 초하루 ‘설날’ 후 보름만인 2월 11일(토)이 올해 ‘정월대보름’이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은 우리 민족의 ‘밝음 사상’을 반영한 명절로 다채로운 민속이 있다. 대보름 달빛은 어둠, 질병, 재앙을 밀어내는 ‘밝음 상징’이므로 개인과 집단적 행사를 한다. 중국에서는 정월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고 하며,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한다.
여기에 중원(中元, 음력 7월 15일)과 하원(下元, 음력 10월 15일)을 합하여 삼원이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정월대보름을 소정월(小正月)이라 하여 명절로 삼고 있다.
대보름은 상징적인 측면에서 달·여성·대지(大地)의 음성(陰性) 원리에 의한 명절로 달은 물의 여신이므로 대보름과 농경문화는 밀접하다. 땅과 달을 여성으로 여긴 것은 오랫동안 전해온 지모신(地母神)의 생산력 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태종실록>(太宗實錄)에 있는 경기도 연안부의 용갈이, 용경(龍耕) 풍속이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기록된 홍주의 용경과 용알뜨기, 영동지방의 용물달기 등은 용신(龍神)신앙이 농경의례와 밀접함을 말해주고 있다.
정월대보름은 우리 세시풍속(歲時風俗)에서는 가장 중요한 날로 설날만큼 비중이 크다. 특히 동제(洞祭), 줄다리기 등 규모가 큰 행사들이 많다. 月山 임동권(任東權)이 쓴 <한국세시풍속>에는 1년 열두달 동안 총 192건의 세시행사가 수록되어 있으며, 그 중 정월 한달에 102건이 있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정월 대보름날 관련 항목수가 55건으로 정월 한달의 절반이 넘는다. 세시풍속에서 비중이 크고 뜻이 깊은 날이기 때문에 ‘대보름’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서 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의 비중 보다 훨씬 강하고 크다. 실제 농경을 위해서는 음력(陰曆)이 한 달 정도 자연계절과 차이가 생길 수 있기에 계절이 보다 정확한 태양력(太陽曆)적 요소인 24절기(節氣)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 세시풍속에서는 여전히 달의 비중이 결정적이고, <대보름>은 바로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날로 여겨져 왔다.
정월 ‘대보름’의 달빛은 어둠, 질병, 재액(災厄)을 밀어 내는 밝음의 상징이다. 설날이 가족 또는 집안의 명절인데 비해 정월 대보름은 마을의 명절로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집단의 이익을 위한 행사를 한다. 이에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공동의 기원인 풍년을 기원하는 형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