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 이야기②] 한겨레 권은중 기자 “내 기사는 내가 아니라 커피가 쓴 거였구나”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커피는 이슬람 세력의 확장과 함께 전 세계로 퍼졌다. 커피는 17세기 유럽에서 대중화되었으며, 특히 영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각별하여 커피숍에서 누구나 토론에 참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이에 영국의 커피하우스에서 왕립학회와 정당 그리고 계몽주의가 태동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웃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우리나라에서 커피의 시작은 구한말 일본군의 공격에 신변에 위험을 느낀 고종(高宗, 1852~1919)과 왕세자가 조선의 왕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에서 기거한 아관파천(俄館播遷. 1896년) 때로 본다. 그리고 커피가 국민의 일상에서 목격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 일본인들이 명동에 다방을 열면서부터다.

유네스코(UNESCO)는 커피와 관련해 두곳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즉, 2000년에 쿠바 남동부 최초 커피 재배지 고고(考古)경관(archaeological landscape of the first coffee plantations))이, 그리고 2011년에는 ‘콜롬비아 커피의 고향으로 불리는 대표적 재배지인 4개 주에 걸쳐 있는 2만4000여개의 소규모 커피농장들이 등재됐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커피전문점 춘추전국시대’로 바뀌면서 ‘커피 공화국’이 되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주당 커피 섭취 횟수는 12.3회로 김치(11.8회), 쌀밥(7.0회)을 제치고 단일 식품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커피 판매액 추이는 2008년 1조1554억원에서 2015년에는 2조1194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국내 커피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최근 한겨레 권은중 기자의 ‘커피로부터의 탈출’ 일주일, ‘내 기사는 내가 아니라 커피가 쓴 거였구나’란 제목의 르포가 2월 4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려있다. 권 기자는 ‘커피를 1주일 끊은 뒤 생기는 변화’의 장점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빨라진다 △소변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준다 △아침에 일어날 때 가뿐하다 등을 들었다. 한편 단점으로 △전신 무력감이 느껴진다 △오랫동안 집중하기 어렵다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등을 꼽았다.

커피의 장점인 이성(理性)과 단점인 중독(中毒)은 모두 카페인(caffeine)에서 비롯된다. 카페인은 질소를 포함한 식물성 유기화합물(알칼로이드)의 한 종류이며, 250종의 알칼로이드의 대표적인 것이 커피의 카페인, 담배의 니코틴(nicotine), 아편의 파파베린(papaverine)이다. 그러나 카페인은 담배나 아편과 달리 인류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바꿨다.

카페인은 1819년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룽게(Friedrich Runger)가 커피에서 분리해 ‘커피에 들어 있는 혼합물’이라는 의미로 카페인(Kaffein)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에 커피는 꽤 오랜 기간 ‘카페인 덩어리’라는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커피에는 1000가지가 넘는 화학성분이 들어 있으며, 카페인은 커피 외에도 녹차, 초콜릿, 콜라, 감기약 등에도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커피 한잔(250~300ml)에 카페인이 약 100mg가량 들어있다. 하지만 요즘 커피를 마시는 취향이 달라져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16온스(약 473ml)에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은 223mg 정도이다. 1일 카페인 섭취를 성인은 400mg 이하, 임산부는 150mg 이하를 권장하고 있다.

최근 가천대 서화정 교수(헬스케어경영학과)팀이 국내 대학생 262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부작용 경험에 대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부작용 경험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즉 기상 후 1~2시간 이내에 ‘모닝커피’를 마신 그룹에서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이 점심 또는 저녁 시간대에 커피를 마신 사람보다 2~3배 많았다. 옛날 다방에서는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 ‘모닝커피’를 아침 손님에게 제공했다.

서정화 교수는 기상 후 1~2시간 이내는 체내 코르티솔(cortisol) 호르몬 분비가 최고조에 도달하는 시기이며, 이것이 부작용 경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분비되는 부신피질(副腎皮質) 호르몬으로 신체 활력을 높여주는 등 각성 작용을 하므로 커피 카페인의 각성작용과 함께 과도한 각성작용으로 인하여 두통, 속쓰림, 가슴두근거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의 정신의학 진단기준(2013년 개정판)에 따르면 커피 2~3잔을 마시지 않을 때 두통과 함께 졸림이 나타나면 ‘카페인 관련 정신장애’로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카페인 중독이 다른 질병과 겹칠 때 위험할 수도 있다고 본다. 건강하게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오전에 커피를 마시고, 오후에 피곤해지면 휴식을 취하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몸에서 배출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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