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 이야기①] 그때 그시절 매란(梅蘭)다방 마담과 레지, “그 향기 그립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요즘도 커피를 마실 때면 옛날 1950년대 말부터 60, 70년대에 걸쳐 자주 찾았던 미국공보원(USIS, United States Information Service) 인근 무교동에 위치한 ‘매란(梅蘭)다방’의 추억에 잠기곤 한다.
‘58 개띠 해’ 가을 11월 3일 파인트리클럽(Pine Tree Club)이 인재양성·사회봉사·국제친선을 목적으로 설립된 후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USIS 회의실(소강당)에서 2시간 동안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고 주간 영자신문 <The Star>도 발간했다. 2018년 11월 3일 파인트리클럽 창립60주년 기념행사를 롯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당시 미국공보원은 50년대 고층빌딩으로 이름을 떨쳤던 시청 옆에 위치한 개풍(開豊)빌딩을 사용했다. 빌딩 1층에는 원장실과 도서관, 그리고 2층에는 소강당(영사 시설도 구비되어 영화도 관람)과 사무실이 있었다. 당시 에어컨이 귀한 시절에 USIS 사무실은 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더운 여름철에도 시원한 회의실에서 회의를 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회의가 끝나면 개풍빌딩 뒤편 무교동에 위치한 매란다방에 들러 커피를 한잔씩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수요일 저녁에는 토요일 회의 준비 및 주간지(weekly) 편집을 위한 간부모임(staff meeting)도 매란다방에서 열렸다.
당시 다방(茶房)은 ‘한국적 명물’로 어른들의 사랑방, 대학생의 공부방, 직장인의 휴식공간, 데이트와 맞선 공간 등 ‘거리의 휴게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45년 해방 무렵 서울에 60개 정도의 다방이 있었고 1950년대 말엔 1200개로 늘었으며, 1990년대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원두커피전문점이 부흥하기 이전인 30년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다방 카운터에는 중년여성 ‘마담’이 앉아있고, ‘레지’(영어로 lady)라고 불리는 젊은 아가씨들이 커피를 날라주었다. 커피는 한 종류만 있었기에 그냥 ‘커피’를 주문하면 되었다. 미국에서도 한때 모든 종류의 커피를 그냥 조(Joe)라고 불렀으며, 한 잔의 커피란 뜻의 ‘한 컵의 조’(a cup of Joe)라는 숙어도 있다.
요즘은 다방이 아닌 커피전문점 ‘카페’에서 커피 메뉴판을 보면 하나같이 이름이 어렵다. 커피 종류가 다양하고 이름도 영문으로 되어 있어 헷갈리는 수도 있다. 커피 이름을 쉽게 한글화하면 어떨까? 커피를 종류별로 한글로 표기되어 있는 일회용 종이컵도 있다. 즉, 에스프레소(Espresso)는 ‘진한커피’, 아메리카노(Americano)는 ‘연한커피’, 카페라떼(Caffe Latte)는 ‘우유커피’, 카푸치노(Cappuccino)는 ‘거품커피’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제과점의 파티시에(patissier) 수준을 알고 싶으면 빵의 기본인 단팥빵과 크림빵을 맛보면 되듯이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마셔보면 그 카페 바리스타(barista)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커피’란 잘 익은 커피열매를 건식법(dry method)이나 습식법(wet method)으로 가공하여 파치먼트(parchment) 상태의 씨앗(seed)을 만든 뒤 탈곡(milling)하여 만들어진 생두(coffee green bean)를 볶은 원두(coffee roasted bean)를 그라인더로 갈아 물로 추출해 만든 음료이다. 커피는 커피콩과 물의 온도, 추출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커피의 기본은 에스프레소이다.
‘커피콩’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Ethiopia)의 고원지대이며, 세계적으로 커피가 생산되고 있는 지역은 남위(南緯) 25도부터 북위(北緯) 25도 사이로 이 지역을 ‘커피 존’ 또는 ‘커피벨트’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고지대일수록 고급품종의 커피가 생산된다. 이에 해발 600m 이하 지역에서는 인스턴트커피나 공업용 원료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이, 800m 이상의 지역에서는 원두커피용으로 사용되는 양질의 ‘아라비카’ 품종이 생산된다.
키가 3~4m인 커피나무 한 그루는 1년간 6000송이 이상의 새하얀 꽃을 피워낸다. 흰 꽃잎이 5장인 커피꽃은 개화기(開花期)에는 커피 밭에 함박눈이 내린 듯 장관을 이룬다. 커피꽃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Always be with you)라는 꽃말(language of flower)을 갖고 있다. 한 잔의 커피에는 반드시 꽃향기가 있으므로 꽃향기가 풍성한 커피가 좋은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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