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카에서 디자인 영감 얻었다”···다이캐스트 2천점 전시, 자동차역사 한눈에

 

금발의 미녀들이 미니카를 생산하던 1960년대 사진자료를 보이며 소장품을 설명하고 있는 최용근 수석.
금발의 미녀들이 미니카를 생산하던 1960년대 사진자료를 보이며 소장품을 설명하고 있는 최용근 수석.

[아시아엔=박영순 <아시아엔> 전문기자] 장난감 자동차에서 우리는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영화 ‘트랜스포머(Transfomer)’와 같은 멋진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미니 자동차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동차의 실물을 그대로 축소한 것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동차의 3차원적인 구조에 응용된 공기역학의 발달과정에서 디자인의 변천사까지, 그것은 가히 만질 수 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겠다.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서울 서초구 성촌길)에 근무하는 최용근 수석(디자인부문, 사진)은 수천대의 ‘차’를 보유한 ‘미니카의 제왕’이다. 해외출장길에서 하나둘 사기 시작한 미니어처카(Miniature Car)가 20여년만에 수천대로 불어났다.

그는 지난 6월 13~17일 캠퍼스에 마련된 디자인큐브룸에서 ‘다이케스트 미니카의 세계(The world of die-cast miniature cars)’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고 평생의 컬렉션을 공개했다. 실물을 1/64로 축소한 빈티지 미니카들이 수두룩해 수집가들도 눈독을 들이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다이캐스트는 용해한 금속을 틀로 굳혀 제작하는 주조방식을 일컫는 용어인데,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금속으로 된 미니카로 소통된다.

최 수석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이른바 유럽산 미니카 황금시대를 장식했던 다채로운 형태와 칼라, 기능을 가진 미니카들을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짧게는 20년, 길게는 60년 전의 제품인데도 디자인측면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세련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를 초월한 타임리스디자인 물품은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할 때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문”이라면서 “영감을 얻기 위해 평소 즐기는 활동 중의 하나가 미니카 컬렉션”이라고 소개했다.

전시회가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순회 전시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미니카 2천여 대를 엄선해 6개 구역으로 나눠 연출했다.

그 중 다이캐스팅 미니카의 아이콘인 ‘매치박스’는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특유의 성냥갑 스타일의 패키지 디자인 변천사와 1969년을 기점으로 전후의 특징과 디자인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미니카 컬렉션 중 진귀한 작품들이 많다. 실물을 그대로 1/64로 줄인 스포츠카는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니카 컬렉션 중 진귀한 작품들이 많다. 실물을 그대로 1/64로 줄인 스포츠카는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980년과 1990년대 영국 레도사에 의해 주도된 복고풍 미니카 컬렉션들을 전시한 공간은 마니아들이 군침을 삼킬 만하다. 레도사는 미니카를 장난감 영역에서 비즈니스 영역으로 이끌어낸 주역이다. 레도사는 주문자가 원하는 문구나 상표를 미니카에 데칼 형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독일 대표 미니카 브랜드인 시쿠는 특유의 내구성과 정교함, 실차의 성능 정보를 바닥면에 새겨 넣은 지극히 독일스러움(?)으로 눈길을 끈다. 프랑스 미니카 마조렛의 경우, 자국 승용차와 상용차들을 정교하게 재현했으며, 화려한 데칼의 랠리와 레이싱카 영역에서 강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일본 토미카의 경우에는 초기 매치박스 디자인과 제품 라인업을 답습하는 시기를 거쳐 어떻게 오늘날 미니카 메이저로 인정받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공간을 꾸몄다. 미니카 보관에 사용하는 캐링 케이스(Carrying Case)와 캐리어들의 컬렉션도 선보였다.

최 수석은 “많은 분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전시였다고 격려해 주었다”면서 “앞으로 미니카 컬렉션을 확충하고 더 정교하게 기획해 보다 많은 감동과 영감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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