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 생맥주 거품서 아이디어 딴 ‘니트로커피’, 기네스맥주처럼 성공할까?
[아시아엔=박영순 <아시아엔> 커피전문기자, 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니트로 커피’ 또는 ‘나이트로 커피’라는 용어가 요즘 커피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화학물질로 무장한 첨단 커피메뉴인 듯한 인상을 자아내고 있는데,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니트로(Nitro)는 ‘질소 원자 1개에 2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된 원자단’을 일컫는 용어로, 간단히 말하면 공기 중의 질소(Nitrogen)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커피가 결합해 우리말로는 ‘질소 커피’라고 부른다.
사실 질소는 귀하다거나 값비싼 가스가 아니다. 지구 대기의 78% 정도를 차지하는 가스로 공기 중에 산소보다 더 흔하다. 화합물이 아니라 원소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따지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이고, 우주에서도 7번째로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적인 생산도 어렵지 않다. 공기를 액화하여 산소를 분리하여 사용할 때 부산물로 얻어진다. 그러나 소비자가 느끼는 질소가스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휘핑기에 장착하는 질소가스는 8g짜리 하나가 480~610원이다. 8g짜리 하나로 커피추출액 450ml 니트로커피로 제조할 수 있는데, 겨우 두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분량이다. 따라서 니트로커피를 대접함으로써 “당신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마음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니트로커피에 사용하는 커피는 대체로 ‘콜드브루(Cold Brew) 커피’다. 우리에게는 ‘더치커피(Dutch Coffee)’라는 말로 더 친숙하다.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 또는 상온의 물을 이용하여 장시간에 걸쳐 우려낸 커피를 가리킨다.
엄밀하게 살펴보면, 콜드브루 커피에도 2종류가 있다. 커피가루에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점적식(Drip)이 있고, 물에 커피가루를 12~16시간 담가두었다가 걸러내는 침출식(Steeping)이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스타일인 교토(Kyoto) 방식이고, 후자는 영미권의 토디(Toddy)방식이다.
묵직하고 다소 거친 맛을 내는 더치커피가 질소를 만나 차분해지고, 때론 더 발랄해지는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풍성한 미세 거품 덕분에 입술과 혀에 닿는 질감이 부드럽고, 향기가 막 피어나는 듯한데다 단맛이 더 좋아진다는 평가들이 이어진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회장도 최근 CNN 인터뷰에서 “니트로 브루커피(Nitro Brew coffee)는 기네스맥주와 비슷하게 추출되는 수제커피다. 수제맥주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니트로 커피가 크게 유행할 것이다.(Almost comes out like a Guinness beer. These are craft products, not dissimilar to the trend of craft beer.)”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니트로 커피는 맥주에 청량감을 북돋아주기 위해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주입하는 아이디어에 찬물을 이용해 산미를 낮춘 묵직한 더치커피의 매력을 더한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찬 커피음료(Another iteration of cold coffee)’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5~6년 전 미국인 것으로 견해가 모아지고 있다. 스스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곳이 여럿 있는데, 공통점은 생맥주에 커피를 넣어 ‘강한 생맥주’라는 뜻으로 ‘커피 스타우트(Coffee Stout)’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니트로 커피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는 질소가스 주입으로 미세한 거품이 잔에 차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생맥주 탭(Tap)을 통해 나오는 크리미한 흑맥주를 연상케 한다. 생맥주를 통(Barrel)에 담아 뽑아올리는 행위는, 1797년 영국의 조지프 브라마(Joseph Bramah)가 맥주엔진(Beer engine) 또는 맥주펌프(Beer pump)라는 장치를 발명함으로써 가능하게 됐다. 이로부터 140년이 지난 1936년 영국에서 살균한 맥주에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기술(Watney’s experimental pasteurised beer Red Barrel)이 개발됐으며, 이것이 세계적으로 퍼진 것은 1970년대다. 한국에서도 이 시기에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가 유행해 ‘청통생 시대’라고 기록하기도 한다.
“이산화탄소를 집어넣는 생맥주와 질소를 주입하는 니트로 커피가 무슨 관계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인위적으로 맥주거품을 만들 때 질소가 매우 요긴하다는 점을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이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아 쉽게 약한 산성을 띠는 탄산(Carbonic acid)이 된다. 물 1리터에 섭씨 0도에서 1.71리터, 상온 20도에서도 0.88리터가 각각 녹아들어 갈 정도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만으로는 케그(Keg)에서 관을 거쳐 상단의 탭으로 맥주를 밀어올리기에 충분한 압력을 만들기 쉽지 않다. 반면 질소는 상대적으로 물에 잘 녹지 않아 충분한 압력을 만들어 주고, 그 압력 덕분에 탄산가스가 고운 거품을 만들게 된다. 질소는 무색, 무미, 무취여서 향미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78%가 질소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압력을 만들어주는 가스로 최적이다.
질소의 이런 면모를 성공적으로 접목한 게 260여년 전통의 기네스맥주다. 1755년 아일랜드에서 에일(Ale)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한 기네스는 1959년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벨벳처럼 부드러운 거품을 만들어냈다. 질소의 효용성을 터득한 기네스는 1988년 맥주를 캔 용기에 담아내면서 기념비적인 위젯(Widget)을 발명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장치’라는 뜻인 위젯은 그 명칭만큼 신비로운 일을 수행한다. 구형인 위젯에는 작은 구멍이 있는데, 여기에 들어간 액체질소가 캔을 따는 순간 미세한 거품을 만들어 낸다.
니트로 커피는 고운 거품을 내는 질소만을 이용한다. 이산화탄소는 더치커피 용액에 녹아 탄산으로 변하기 때문에 커피 맛을 왜곡시킨다. 탄산수를 마셨을 때 느껴지는 것처럼 커피의 촉감도 거칠게 만든다.
맥주 거품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니트로 커피가 과연 기네스맥주처럼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미국의 스텀프타운(Stumptown), 쿠베커피(Cuvee Coffee), 스타벅스, 사무엘아담스(Samuel Adams) 등 커피 또는 맥주업자들이 제각각 니트로커피의 성공을 장담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커피애호가들로서는 커피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을 얻었다는 점이다.
N2와 N2O도 구분 못하는 무식함이여..
니트로 커피에 쓰이는 가스는 N2가스임다
N2O가스는 전혀 성질이 다른 가스이니 착오 없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