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00세 시대”···정테크(情 Tech)를 소개합니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일본의 장수촌(長壽村) 오키나와(Okinawa)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세상을 살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사회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가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고 치유한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이웃을 돕고 어려움을 나누는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관습’을 유이마루(‘연결된 원’이라는 뜻)라고 한다.
‘유이마루’란 원래는 농사일 등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할 때 서로 도와주는 순서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농번기(農繁期)에 한 집의 일이 끝나면, 그 집은 이웃집의 일을 돕는 식으로 서로 번갈아 도와가면서 마을 전체의 일을 끝내곤 했다.
유이마루는 마을 주민들을 묶는 끈과 같은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오늘날 오키나와에서 유이마루는 조금 변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문화적 관례 중 하나인 ‘모아이’는 상호 지원을 위해 정기적으로 모이는 친구, 친척, 동료 등을 말한다. 모아이는 평생을 따라 다니는 자연적인 사회네트워크이다. 오키나와 주민의 50% 이상이 모아이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부분 1개 이상의 모아이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7~8개의 모아이 회원인 사람들도 있다.
오키나와 사람들, 특히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것이 노인들이 장수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이에 가족, 친구, 연인, 사회 구성원의 존재는 행복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서로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은 더 큰 행복감과 성취감을 제공한다.
사회적 유대감은 다양한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사람들 사이가 단절되었다고 느낄 때,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커다란 좌절감을 느낀다. 또한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심지어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노년기에 치매(癡?)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 사회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에밀 뒤르켕(Emile Durkheim: 1858-1917)은 사회적 관계와 건강을 연결시킨 과학적 연구를 처음으로 실행했다. 그는 사회적 소속감을 덜 느끼는 사람들이 자살할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혼 또는 동거하는 사람들이 독신자, 이혼이나 별거(別居)하는 사람, 사별(死別)한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고, 질병과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낮으며 심장마비 위험도 줄여준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정(情)과 한(恨)은 신비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첫 번째 연이다. 김소월(金素月, 본명 金廷湜, 1902-1934)은 민요시 형식으로 한국적 정과 한을 빼어나게 펼쳐낸 천재 시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요즘 대학 교양과목에 재(財)테크에 관한 수업이 개설되고 있다. 필자는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정(情)테크’ 관련 수업도 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인의 심성에 기초한 정(情)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직장인이 돈 모으기 재테크 3단계인 모으기, 쓰기, 굴리기 등을 잘 하면 절반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정(affection)이란 사람들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친근감이나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 같은 정서(情緖)를 말한다. ‘정’과 관련된 어휘에는 마음, 애정, 우애, 우정, 친분, 교분, 마음씨, 가슴, 정나미 등이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미국의 유명한 종합병원인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 개발한 아래 ‘자가 진단 리스트’를 통하여 알아본 후 어떻게 그물망(네트워크)을 단단하고 넓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아래 12개 문항 질문서는 절친한 친구, 사회적이거나 특별한 관심을 공통으로 가진 사람, 물질적인 지원 등 3가지 주요한 카테고리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이다. 각 항목은 1점이며, 자신에게 적용되는 항목을 체크하여 전체를 합한다. 총점이 11-12점이면 ‘높은 수준의 사회적 지원을 얻고 있다’에 해당되며, 9-10점은 ‘보통 수준’ 그리고 8점 이하이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를 뜻한다.
(1) 시골이나 산으로 1박2일 여행을 가고 싶을 때 함께 갈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 가장 사적인 걱정과 두려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3) 내가 아플 때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을 도와줄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4) 가족 문제에 대하여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 (5) 저녁에 영화를 보기 위해 외출할고 싶을 때, 함께 갈 사람을 그날 오후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6)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하여 의견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알고 있다. (7) 종종 다른 사람들이 도와달라며 나를 찾는다. (8) 만일 내가 1주일 동안 다른 지역에 가야 한다면, 집을 돌봐줄 누군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9) 만일 누군가와 점심식사를 하고 싶을 때, 함께 해줄 누군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10) 집에서 10마일 거리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을 때, 전화를 하면 곧장 달려올 누군가가 있다. (11) 가족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좋은 충고를 해줄 누군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12) 새로운 장소로 이사할 때, 도와줄 누군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1)가족부터 시작하라 2)조이너가 되어라 3)스포츠를 배워라 4)자원봉사를 하라 등이 있다.
먼저 가족을 제1순위로 삼아야 한다. 자신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스케줄에 적어 넣고, 반드시 지키도록 한다. 가족간의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가족모임을 정하라, 가족의 전통을 만들어라, 가족과 함께 식사하라, 아이에게 애완동물을 선물하라 등이 있다.
조이너(joiner)란 단체에 가입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신의 흥미를 가장 자극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여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단체나 모임을 찾아 활동하는 것이 좋다. 유사한 관심을 가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스포츠를 배우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며, 사회적 네트워크를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테니스, 골프 같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에서 야구, 축구 같은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 스포츠까지 선택의 범위는 다양하다. 체육관이나 특정한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아리 모임을 찾아본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은 행복한 일이므로 자원봉사는 가장 기분 좋은 경험 중 하나다. 성경에도 “It is more blessed to give than to receive”란 말씀이 있다. 자원봉사 단체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은 스스로도 더욱 건강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를 더욱 지혜롭게 극복한다고 한다.
오키나와 노인들은 자아의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에 참가한다. 평생 동안 사귀는 친구가 있으며, 100세 이상 대다수 노인들은 적어도 1명 이상의 아주 친한 친구가 있다. 또한 매우 다양한 사회생활을 통하여 놀랄 정도로 활동적인 ‘우정(友情)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친구와 네트워크, 관심과 열정은 우리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100세 시대에 즈음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영위하기 위하여 ‘정(情) 테크’를 통하여 ‘사회적 네트워크’를 강화하여야 한다. 사회적 네트워크는 금연, 절주(節酒), 운동 등 건강을 증진시키는 행동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세상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