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장수 비결①] 100세 이상 10만명당 58명···WHO ‘오기미’ 마을 ‘세계 최고 장수촌’ 인정

오기미 마을 사람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일본은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다. 특히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의 수는 1963년에는 153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 무려 3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100세가 넘는 노인의 수가 5년 이내에 2배 이상 될 전망이다.

일본 내에서도 장수 노인이 가장 많은 지역은 오키나와(Okinawa)이며, 인구 130만명 중 100세 이상 고령자는 740명에 이르러 인구 10만명당 58명이 해당된다. 또한 오키나와 주민의 평균수명은 81.2세로 일본 전체 평균 79.9세보다 높다. 미국(76.8세), 그리스(78.1세)와도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오키나와는 장수촌(長壽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키나와(沖繩)는 1973년부터 2004년까지 32년 동안 일본에서 가장 수명이 긴 지역이었다. 이에 1995년 ‘세계장수지역선언’을 발표했으며, 오키나와 섬 북쪽에 위치한 오기미(大宣味) 마을은 세 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최고의 장수촌’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에 58번 해안국도에 인접한 오기미 마을 입구에는 오기미촌 노인클럽 연합회가 건립한 ‘일본 제일(日本一) 장수선언촌(長壽宣言村)이라는 제목의 기념비(平成 5년·1993년 건립된 石碑)가 세워져 있다. 이 석비에 새겨진 선언(宣言)에는 “80살은 사라와라비(오키나와 언어로 어린아이라는 뜻)이며, 90살에 저승사자가 데리려오면 100살까지 기다리라고 돌려보내라”는 오키나와 엣 속담(俗談) 문구가 포함돼 있다.

오키나와인의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 장수 비결을 크게 건강한 식생활(영양),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정신) 등 세 가지 영역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 영양은 연료, 운동은 윤활유, 정신은 운전 습관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들 세 가지를 평생 조화를 이루며 실천하면 ‘100세 무병장수’가 이루어진다.

인간의 장수를 결정짓는 유전자로 폭소-3(FOXO-3)이 대표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폭소-3 유전자는 노화(老化)를 막기 위해 세포주기와 당 대사, 에너지 항상성을 조절하고 손상된 DNA 복구,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이는 등 여러 역할을 한다.

노화를 해결한다고 해서 ‘마스터 유전자’로도 불리는 폭소-3 유전자는 모양에 따라 GG형, GT형, TT형으로 나뉜다. 세 유형 중 GG형과 GT형이 100세까지 생존한 확률이 TT형보다 각각 3배, 2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본인은 백인, 흑인에 비해 G유전자를 적게 가져 유전적으로 오래 살기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러나 G유전자가 없는 사람(TT형)도 식물영양소를 먹으면 폭소-3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오키나와 주민들이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전통(傳統) 식생활 때문이다.

오키나와에서 자주 쓰는 말 중 ‘하라하치부(腹八分)’라는 게 있다. 즉, 식사를 전체 포만감(飽滿感) 중 80% 정도 찰 정도까지만 먹고 배가 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는 의미다. 이는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는 식습관을 가진 오키나와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서는 비만한 노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소식(小食)은 노화 조절법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세계의 노화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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