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장수비결②] 채소·해조류·두부보다 더 좋은 장수필수품···’정情 나눔’

오키나와 오기미 마을 사람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오키나와 100세 장수 노인들의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은 남자 1400칼로리, 여자는 1100칼로리 정도로 일반 서양인들의 2400칼로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식단은 주로 칼로리가 낮은 채소나 해조류(海藻類) 위주로 구성되며 고구마가 주식이다. 또 콩·생선·돼지고기·과일 등을 즐겨 먹는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 본토에 비해 과일과 채소를 1.5배 이상 먹는다.

고구마에는 베타-카로틴(beta-carotene) 같은 강력한 항산화(抗酸化) 기능을 하는 식물영양소가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천연카로티노이드의 한 종류로 비타민A의 전구체(前驅體)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항산화제와 유리라디칼(free radical) 제거제 역할을 한다. 베타-카로틴은 녹황색채소와 해조류에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일본인들은 콩으로 만든 두부, 낫토(納豆) 등을 즐겨 먹는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 본토 사람들보다 콩을 1.5배 많이 먹는다. 두부(豆腐)는 동북아시아에 거주했던 북방 유목민족이 두유(豆乳)를 만들면서 개발된 것으로 추측한다. 즉 두유가 바닷물과 섞이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보고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건강식인 낫토는 우리나라 청국장(淸麴漿)처럼 콩이 원료인 발효식품이다. 1987년 일본의 스키 스미 히로유키 구라사키대 교수가 낫토에서 발견한 효소 ‘낫토키나제’가 혈전(血栓)을 녹이는 효능이 있어 뇌졸중(腦卒中) 치료제에 들어간다. 낫토를 규칙적으로 먹으면 혈관에 혈전이 쌓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돼지고기를 껍질 째 무, 다시마 등과 함께 푹 삶아 조리해서 먹는다. 삶는 과정에서 혈관 건강에 나쁜 포화지방(飽和脂肪)이 대부분 제거가 된다. 기름이 빠진 돼지고기를 다시 냉장고에 넣어 하얀 기름이 생기면 제거하고 먹는다. 또한 고기를 먹을 때는 녹황색 채소, 해초(海草), 콩 등과 함께 섭취한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츠케모노(일본식 절인 배추)를 먹지 않으며, 되도록 소금(鹽分)을 추가하지 않으므로 하루에 소금을 7g 정도로 적게 섭취한다. 오키나와에서 생산되는 흑설탕을 사용하며, 약초(藥草)를 즐겨 먹고 차(茶)를 자주 마신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생선을 서양인들보다 20배 정도 더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선에는 단백질, 아연, 필수지방산, 비타민 B군이 풍부하고 포화지방산이 적으며, 심장병 예방과 뇌 발달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들어 있다.

건강한 식생활과 함께 적절한 운동과 노동, 스트레스 관리, 여유 있는 삶의 자세도 중요한 장수 비결로 꼽힌다. 오키나와 장수과학센터 스즈키 마코토 소장은 “오키나와 장수인의 일상 자체가 노화(老化)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抗酸化) 음식, 항산화 운동, 항산화 문화 등 3대 항산화 일상생활이 장수와 건강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장수촌(長壽村) 주민들은 각자 방식으로 정서적 안정감과 강한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共同體)적 삶을 꾸려가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사는 보람’으로 해석되는 ‘이키가이’가 삶의 원칙이다. 즉, 가족을 위해 농사일을 하든, 어린 손자를 돌보든, 가라테(태권도)를 가르치든,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들이 있으며 이를 죽을 때까지 실천하며 생활한다. 따라서 노년에도 외롭거나 적적할 시간이 없다. 가족, 친구, 이웃 간의 집단적 소속감과 깊고 끈끈한 우애가 자연스럽게 장수문화(長壽文化)를 형성한다.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는 우리나라도 건강한 장수 문화를 만들려면 가족, 친구, 이웃 간에 끈끈한 공동체적 생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재(財)테크와 건강관리도 중요하지만,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정(情)테크가 필요하다. 100세 무병(無病) 장수는 건강한 하루하루가 평생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