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과 혼밥②] ‘혼술’ 권하는 사회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논설위원] 나홀로 문화의 확산은 개인주의 문화 확산과 더불어 SNS를 통한 소통을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집단 우선 사회가 각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하는 과정에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5’에 따르면 15세 이상 응답자 56.8%가 여가시간을 혼자 보낸다고 응답하여 2007년 44.1%보다 12%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반면 친구와 함께 여가를 즐긴다는 응답자는 2007년 34.5%에서 2015년 8.3%로 감소했다.
나홀로족(myself generation)은 혼자라고 외로운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많은 잇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혼자 뭔가를 할 경우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게 되어 창의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혼자 있으면 뇌가 긴장을 풀어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음식맛과 술맛을 더 음미하고, 영화도 더 몰입해 관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홀로족은 혼자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통계청 인구통계에 따르면 1990-2005년 우리나라 가구의 주된 유형은 4인 가구였으나 2010년엔 2인 가구(24.6%)가 2015년엔 1인 가구(27.2%)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급속히 늘고 있는 1인 가구는 최근(2016년 9월)에 739만 가구를 돌파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소비시장도 늘어 2030년 1인 가구의 소비시장 규모가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를 비롯해 건설, 금융, 유통 등 각 산업이 1인 가구를 겨냥한 맞춤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서점 진열대에도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등 ‘혼자’라는 타이틀을 단 책들이 많다. TV에도 ‘나 혼자 산다’ 등의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혼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를 소재 삼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한편 ‘나홀로족’이 증가하는 사회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는 저서 ‘어른 없는 사회’를 통해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흥미로운 이론을 펼쳤다. 예를 들면, 길에 버려져 있는 깡통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면 ‘어른’이고, 무심히 지나치면 ‘아이’라는 것이다.
즉, 깡통을 줍는 행위가 사회적 의무는 아니지만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모두의 일’이기에 그 모두의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해 깡통을 줍는 사람은 어른인 반면 그 모두의 일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줍지 않는 사람은 ‘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모두의 일을 자각하지 못하는 나이 든 아이가 많아진 사회, 어른 없는 사회는 결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이 결핍된 사회라고 말했다.
또한 1인 가구 증가세는 경제침체 현상과 연관성이 짙다. 즉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은 결혼과 출산까지 미루게 되는 ‘3포세대’로 전락하게 된다. 혼자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암울한 시대 상황이며, 비자발적 1인가구 시대가 양산한 트랜드가 혼밥·혼술족이라고 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Ministry of Agriculture, Food and Rural Affairs, MAFRA)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orea Agro-Fisheries & Food Trade Corporation, aT)가 ‘2016년 외식 소비행태’를 소비자 30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721명(56.5%)이 ‘최근 한 달 사이 혼자 외식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요즘 ‘혼밥족’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혼자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혼자 외식(혼밥)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한 달 평균 6.5회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혼밥족은 한 달 평균 7.8회에 달했다. 남성(7.3회)이 여성(5.5회)보다 잦았다. 한 달 평균 외식비는 31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신한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요식업계 나홀로 소비 비중은 2011년 3.3%에서 2015년 7.3%로 2 배 이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