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계란 삶거나 튀겨먹으면 조류독감 ‘일단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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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거점 소독 시설에 근무했던 경북 성주군청 9급 공무원 정우영(40)씨가 27일 혼자 지내던 군청 인근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미혼인 정씨는 평소 지병이 없었으며, 사인은 과로사로 추정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28일 시신을 부검한 결과 심장 대동맥 박리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정씨는 AI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던 11월 중순부터 12월 26일까지 매일 오전 7시 30분쯤 출근해 밤 9-10시까지 근무했으며, 숨지기 전엔 AI 거점 소독 시설에서 사흘에 한 번꼴로 야간 근무를 했다. 연말 서류 정리 업무가 겹쳐 11월엔 42시간, 12월에도 45시간을 초과 근무했다.

조류독감은 닭, 오리, 야생 조류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며, 드물게 사람에서도 감염증을 일으킨다. 조류 인플루엔자 환자는 1997년 5월 홍콩에서 처음 발생하였다. 당시 3세 어린이가 신종 독감에 걸려 사망했는데 이 소아에서 분리된 바이러스가 조류에게만 있는 것으로 알려진 H5N1 바이러스의 한 변종으로 밝혀졌다.

2003년 말부터 2008년 2월까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H5N1)가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640건 이상 보고되었다. 2013년에는 중국에서 H7N9이 유행하여 400명 이상이 감염되었으며, 2014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16명이 H5N6에 감염되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보고 된 바 없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산란계와 육계는 각각 7000만 마리 전후이지만 이번 조류독감 피해는 산란계에 집중되어 있다. 즉 12월 22일까지 살(殺)처분 비율은 산란계가 약 1600만 마리로 육계 약 63만 마리에 비해 훨씬 많다. 산란계는 계란 수거가 용이하게 케이지 사육을 하고, 육계는 모래와 왕겨를 깔아놓은 평사(平舍)에서 키운다.

산란계를 케이지에 가둬 키우는 밀집사육이 AI를 확산시킨다는 견해가 있다. 즉, 닭이 좁은 공간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아 질병에 저항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마리당 A4 용지 크기도 안 되는 공간에 가둬 키우는 케이지 사육도 문제이다. 그러나 케이자애서 사육하더라도 횃대, 모래목욕장, 산란 상자 들을 만들어주는 것이 동물 복지, 생명 존중에 부합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견해는 산란계 농장에 피해가 집중된 것은 매일 계란을 반출하기 위해 운반차량과 인력, 계란을 담는 팰릿 등이 드나들기 때문으로 본다. 육계는 한 달 정도 키운 후 반출하는 데 사료 공급은 자동화돼 사람이 드나들 일이 별로 없다. 따라서 관리 부실 탓이라는 것이다. 또한 국내 AI 확산은 바이러스의 증식 역할을 하는 오리 농장과 닭 농장이 섞여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들도 많다.

사상 최악의 AI 발생으로 ‘계란대란’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계란을 재료로 사용하는 제조업체의 생산 중단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2월 27일 계란 평균 소비자 가격은 7940원으로 조사됐다. 이 가격은 일주일 전(6781원)에 비해 17.1% 올랐고, 한 달 전에 비해서는 46.8% 급등했다. 일부 소매점에서는 계란 30개 한 판 가격이 9000원을 넘어섰다.

국내 산란계의 약 70%는 하이라인(화이트계열과 브라운계열) 품종이며, 그동안 약 7000만 마리를 길렀는데 이번 AI로 약 200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에 계란 공급이 확 줄어 계란값이 껑충 뛰었다. 씨닭(산란종계)도 84만 마리 중 절반 가까이 살처분돼 계란 파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는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영양가 있는 계란을 1인당 연간 254개, 하루 0.7개꼴로 먹는다. AI 발생 전에는 전국에서 매일 계란이 4200만개씩 생산돼 남아도는 게 걱정이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완전히 파괴되므로 닭, 오리, 계란 등은 반드시 찌거나 튀기는 등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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