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ICBM 농업시대’ 제대로 이끌려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농업협동조합(농협)은 우리나라 농가인구 275만명 중 227만명이 조합원이다. 지역조합 수는 1131개이며, 농협 금융지주 계열사는 1365개 점포에 달한다. 농협은 축산부문에 방역기계 450여대와 무인헬기 및 농약살포 기계 150여대를 가지고 있어 AI(조류 인플루엔자) 방역을 농협에서 주도하여 전국의 모든 축사(畜舍)마다 방역을 맡는 농협 직원을 배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은 갈수록 떨어지는 쌀값 문제 해법으로 생산조절과 소비촉진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즉, 생산 조절 측면에서 벼를 대체할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며, 수입사료를 대체하기 위해 논에 벼를 심은 뒤 벼 이삭이 막 생길 무렵에 수확해 사료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올해 시범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팔방미’라는 ‘국수용’ 쌀 품종을 개발했다.
바이오(bio) 산업을 우리나라에서는 삼성·SK·LG 등이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업종에 따라 크게 3가지 색깔로 세분화된다. 즉, 붉은색(의약)과 흰색(친환경에너지), 그리고 녹색(농업)이다. 그동안 붉은색과 흰색이 바이오산업을 이끌었으나 최근에는 녹색에서 신기술 개발과 연구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녹색(농업)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단위면적당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는 기술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경작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환경보호와 건강증진을 위한 친환경농산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농화학 관련 기업들은 용출(溶出) 제어형 비료로 대표되는 첨단비료와 신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용출 제어용 비료(CRF, controlled-release fertilizer)는 질소·인·칼륨 등 비료성분이 오랫동안 서서히 작물에 공급되도록 하는 첨단비료다. 기존 비료는 물에 타서 살포하거나 분말형태로 살포하므로 효과가 20일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또한 비에 씻겨나가거나 땅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작물이 비료성분을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료를 더 많이 더 자주 뿌렸다.
일반비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CRF는 캡슐을 이용해 비료성분이 서서히 빠져나가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캡슐은 폴리에틸렌, 라텍스, 아크릴 등 고분자화합물을 섞어서 만들고 표면에 수증기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구멍들을 뚫는다. 이 구멍들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커지도록 제작되며, 캡슐 성분을 적절히 조정하면 구멍이 커지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캡슐의 구멍이 커지면서 그 속으로 물이 들어가 비료성분이 물에 녹은 후 삼투압(?透壓) 원리에 의해 캡슐 밖으로 나온다. 비료성분이 캡슐에서 나오는 기간은 최소 30일에서 최대 2년까지 조절할 수 있다. 통상 벼를 재배할 때 34회 비료를 뿌려야 하지만, CRF를 이용하여 벼의 생육 단계별로 필요한 시기에 알맞게 비료가 녹아 나오도록 조절하면 한 번만 뿌려도 된다. 따라서 부족한 농촌 일손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
CRF는 곡물, 과일 등 식용작물뿐 아니라 잔디, 원예작물 등으로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CRF 가격은 일반비료에 비해 2-3배 높다. 그러나 논 1000㎡를 기준으로 일반 비료는 70kg가 필요하지만, CRF는 15kg이면 충분하다. 영국 농업시장조사기관 ‘호티컬처’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CRF 시장규모는 27억4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에 달하며, 매년 7%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요즘 농업계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ICBM’이다. ICBM이란 원래 군사용어로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로 북한 김정은이 평양에서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미사일이다. 그러나 농업계에서는 ‘농업의 미래’를 뜻한다. 즉 ICBM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 data) 분석, 모바일(Mobile) 환경 등의 앞 글자를 딴 약칭(略稱)이다.
‘ICBM 농업시대’에는 햇살 좋고 바람이 불면 자동으로 비닐하우스 창이 열리고, 날이 추워지면 자동으로 온열기가 켜진다. 또한 컴퓨터가 수십년 치 기후자료를 분석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병해충 등을 미리 방재해주는 일도 해낸다. 미래 농사는 농부가 직접 논밭에 들어갈 일이 없어지고 컴퓨터가 농사를 잘 짓고 있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 세계 농업강국들이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술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