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공식품 420종 중 대표주자는 단연 ‘편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삼시세끼’ 아침·점심·저녁 세 끼니(three meals)를 제대로 먹기가 어려웠다. 쌀밥을 배불리 먹는 것이 소원이던 때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밥은 식사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 어른께 “진지 잡수셨습니까?” 또는 친구에게 “밥 먹었니?” 하는 안부를 묻는 인사로 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우리 생활에서 밥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쌀이 남아서 비축미 중 일부를 가축사료용으로 방출하였으며,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올해 벼재배 면적을 3만5000ha(약 1억평)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쌀 생산은 420만2000톤으로 적정 수요량을 30만톤 초과했다. 한편 아직도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독재 정권은 인민들에게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이겠다”는 목표를 열악한 경제사정으로 인하여 성취하지 못하고 오히려 밥을 굶는 사람들이 많다.
한 톨의 쌀이 만들어 지려면 농부의 손이 여든여덟 번 간다고 해서 쌀을 뜻하는 한자어 미(米)자가 <八+八>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농업협동조합은 우리 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쌀의 영양학적 효능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농업박물관(Museum of Agriculture)내에 ‘쌀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식문화(食文化)를 통하여 아동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가족 간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매년 ‘쌀문화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예로부터 주식으로 먹어온 쌀에 대하여 영양가의 결함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밥은 각종 영양소를 갖춘 식품으로 맛이 있고 소화흡수율도 높다.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인은 밥에서 열량의 대부분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의 일부를 섭취하고 있다. 쌀은 불용성 단백질 글루텐(gluten)이 많이 들어 있는 밀가루보다 건강에 좋다.
쌀은 산성식품으로 백미(白米, Japonica type)의 경우 100g당 에너지 372kcal, 수분 10.8g, 탄수화물 81.9g, 단백질 6.4g, 지질 0.5g, 섬유소 0.3g, 칼슘 4mg, 인 140mg, 철 0.4mg, 나트륨 66mg, 칼륨 163mg, 비타민B1 0.11mg, 비타민B2 0.04mg, 나이아신 1.5mg 등이 들어 있다.
밥은 지은 상태에 따라 성분이 일정치 않으나 대개 수분 62.5%, 단백질 4.34%, 지방 0.44%, 전분 32.03%, 무기질 0.24% 등을 포함하고 있다. 더운밥은 주성분인 전분(澱粉)이 소화가 잘 되는 알파전분의 형태로 되어 있으나, 시간이 지나고 식으면 베터전분으로 변해서 소화가 잘 안되므로 밥은 식기 전에 먹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전통 한식은 쌀밥에 국, 김치 등을 포함한 기본 음식에 나물, 채소, 생선, 고기 등 다양한 부식(반찬)을 곁들인 균형식으로 비만과 성인병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식이다. 그러나 매년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쌀농사 포기 및 타(他)작물 이동 등으로 이어져 쌀 자급 기반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국민의 주식을 외국에 의존하면 국가 식량안보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쌀 산업을 보호 및 육성하는 것은 식량안보와 우리 농업을 지키는 일이다.
국민 식생활이 서구화돼 빵이나 파스타 등 서양 식단이 유행하면서 쌀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9년 79.4kg에서 2014년 74.0kg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편의점 도시락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1인당 가공용 쌀 소비량은 2009년 5.4kg에서 2014년 8.9kg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쌀 소비에서 가공용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6.8%에서 12.0%로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쌀 가공 산업 매출액(2014년)은 4조2000억원으로 전체 식품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2008년(1조8000억원)에 비해 132% 급성장했다. 품목별로는 떡류(1조3900억원), 밥류(1조3300억원), 주류(8200억원), 장류(3000억원), 음료(1200억원) 등도 매출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쌀 가공식품 약 420종 중 대표 주자는 편의점도시락(편도)이며, ‘편도족(族)’이 양산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메뉴도 다양해졌고 구성도 화려해져 직장인들과 1인가구 및 맞벌이 가구가 급증하면서 인기가 높다. 최근 쌀 소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쌀 가공식품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쌀의 맛있는 기적, 미(米)라클 프로젝트’를 전개하면서 쌀로 만들 수 있는 색다른 요리를 개발하고 있다.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현대인들의 바쁜 생활 패턴을 고려하여 다양한 쌀 가공 간편식을 개발하여야 한다. 쌀에는 생리활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앞으로 가공 기술이 발전할수록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쌀 가공식품이 탄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