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운동 선구자’ 영국에 찰스 디킨스가 있다면 한국엔?

1111111[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인생을 멋대로 쉽고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발끝이 벌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걸을 때의 자세가 잘못되어 있다. 건강한 어린이는 ‘11자’로 걷는다. 장수(長壽) 노인들도 발걸음이 벌어지는 각도가 15도에서 20도 정도이므로 이는 거의 11자 걸음이다. 건강한 걸음은 발끝이 바르며 무릎이 서로 닿을 듯 말 듯한 상태다.

옛날 양반들의 걸음걸이가 여덟팔(八)자 걸음이었으니, 조상님들의 가르침으로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잘못된 생각이다. 팔자걸음은 발끝이 벌어져 있어 발목, 무릎, 허리에 나쁜 영향을 주어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을 갖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

잘못된 자세로 계속해서 걸으면 몸에 피로가 빨리 쌓이고,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간다. 정상적인 걸음은 땅을 딛고 걸을 때 충격을 흡수하지만, 잘못된 걸음 습관은 그렇지 못하여 장시간 보행이 어렵다. 특히 발바닥에 족저근막염(足底筋膜炎, plantar fasciitis), 종아리 근육통, 골반통(骨盤痛), 허리통증 등 전신에 다양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나는 제대로 걷고 있는가? 신발 밑창이 닳는 모양을 보면 걸음걸이를 유추(類推)할 수 있다. 즉, 팔자걸음으로 걸으면 신발 바깥쪽과 뒤쪽이 많이 닳는다. 휴대폰으로 본인이 걷는 모습을 1분 정도 찍어서 직접 보면 자신이 어떻게 걷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자가진단을 통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111올바른 걷기 자세는 걸을 때 약 15-20m 앞을 보면서, 턱을 당기고 허리를 똑바로 세운다. 보행(步行)시 무게중심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팔다리는 적당히 앞뒤로 흔들어 주며, 어깨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맞추도록 하여야 한다.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고 운동시작 전 스트레칭을 5-10분 정도 하며, 운동 후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바로 운동을 멈추지 말고 가볍게 걷거나 뛰며 마무리한다. 또 약간 긴장하고 걷는 것이 오래 걷는 데 도움이 된다.

유산소운동(有酸素運動, aerobic exercise)으로 걷기를 할 때는 천천히 걷기 시작하여 약간 빠른 정도까지 속도를 늘리는 것이 좋다. 일반 성인의 보폭(한발 내딛는 거리)이 약 70cm 내외이므로 하루 6천보(步)를 걸으면 4.2km가 된다. 1시간을 보통걸음으로 걸으면 약 180kcal,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약 240kcal을 소비할 수 있다. 발동작은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 다음에 발바닥이 닿고 발 앞끝이 떨어지는 순서로 걷는다. 팔꿈치는 90도 각도로 팔의 힘을 빼고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발등과 정강이의 각도도 90도를 유지한다.

호흡은 ‘마신다-마신다-토한다-토한다’ 식으로 4보 1호흡으로 한다. 운동 강도는 걸으면서 옆 사람과 대화하기가 약간 어려운 정도이거나, 숨이 찰 정도로 해야 한다. 하와이 호놀룰루 심장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3.2km 이상 걷는 남성의 사망률은 1.6km도 걷지 않는 사람보다 50% 낮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각종 성인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필수적인 운동인 걷기를 매일 30분 정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걷기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하고 심장과 폐가 튼튼해지며,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등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되라고 했다. 우리 인생에서 걷지 못하면 건강이 무너져서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되므로 걷고, 또 걸어야 한다. 운동하는 만큼 건강에 도움이 된다.

‘길의 왕’이라 불리는 프랑스 도보(徒步)여행가 베르나르 올리비에(Bernard Ollivier)는 “왜 안 떠나는가? 영원한 휴식을 취하게 될 날이 점점 가까워지는데”라고 말했다. 올리비에는 30여년간 프랑스에서 신문사와 잡지사 기자로 일했으며, 은퇴 후 1999년부터 2002년까지 1만2천km에 달하는 실크로드(Silk Road)를 홀로 걸으면서 쓴 여행기 <나는 걷는다>로 세계적인 걷기 열풍을 일으켰다.

2014년 74세의 나이로 프랑스 리옹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2900km를 넉 달에 걸쳐 걸었다. 그는 2012년에는 제주도 올레길을 찾아 걸었다.

조선 중기 의학자 허준(許浚, 1539-1615)이 1610년에 쓴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약보(藥補)보다는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고 했다. 즉 움직임(걷기)이 좋은 약이나 음식보다 더 좋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도 “걸어라, 그래서 행복(幸福)하라, 그리고 건강(健康)하라”고 했다. 이를 명심하고 매일 걷기운동을 생활화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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