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③] 해운대 ‘달집 태우기’, 삼척 ‘기 줄다리기’로 운수대통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정월대보름 기복(祈福)행사로 볏가릿대 세우기, 복토(福土)훔치기, 용알뜨기, 다리밟기, 나무 시집보내기, 백가반(百家飯)먹기, 나무 아홉짐하기, 곡식안내기 등을 행한다. 또한 농점(農占)으로는 달집태우기, 사발재점, 그림자점, 달불이, 집불이, 닭울음점 등이 있다. 낮에는 연날리기, 윷놀이 등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긴다.
마을 주민들은 한데 모여 한 해의 무사태평(無事泰平)과 풍년(豊年)을 기원하는 의식을 진행 했다. 또한 주민들이 함께 줄다리기나 고싸움을 하면서 결속과 단합을 다지기도 했다. 정월 대보름 저녁에 뜨는 보름달의 달빛은 질병(疾病)과 재앙(災殃)을 밀어낸다고 여겨 상서로운 기운이 충만하다고 본다.
‘달집태우기’는 정월대보름 달이 떠오를 때 나뭇가지 등을 모아 만든 달집을 태우면서 풍요로운 새해를 기원하고, 액운을 내쫓는 세시(歲時) 풍속이다. 달집에 불이 붙는 것을 신호로 논둑과 밭둑에 ‘쥐불놀이’를 한다. 서화희(鼠火戱)는 논밭두렁의 잡초와 잔디를 태워 해충(害蟲)의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지신(地神)밟기’는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집터를 지켜준다는 지신에게 고사(告祀)를 올리고 풍물을 울리며 축복을 비는 세시풍속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대보름 전후 ‘사자(獅子)춤’ 놀이를 한다. 특히 함경도 북청 사자춤은 유명하다. 사자는 백수(百獸)의 왕으로 동네의 잡귀를 내쫒고 안과태평(安過太平)을 빌었다. 사자를 부처님 사자(使者)로 여기며, 봉산탈춤 등에도 나온다.
서울 남산골 한옥(韓屋)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다양한 세시 행사가 열린다. 즉 오곡밥 시식, 부럼 깨기, 귀밝이술 시음 등 정월대보름 날에 지키던 옛 풍습을 체험할 수 있다. 해가 지고 보름달이 뜨면 한옥마을 입구에 있는 천우각(泉雨閣) 마당에서 ‘달집태우기’를 한다.
매년 수만명이 몰려 장관을 이루는 부산 해운대 ‘달집태우기’는 드넓은 백사장에 10m 가량, 건물 3층 높이 정도로 생소나무 가지 등을 쌓아올려 만든 달집을 태운다. 올해는 달이 뜨는 시각인 11일 오후 6시 22분경에 시작한다. 활활 타오르는 달집을 배경으로 강강술래가 펼쳐지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동놀이’도 이어진다.
강원도 삼척에서는 2월 10-12일에 열리는 ‘정월대보름제’에서는 ‘기줄다리기’가 펼쳐진다. ‘기줄다리기’는 1662년 조선시대 삼척 부사(府使) 허목(許穆, 1595-1682)이 저수지 축조 공사를 위해 고안한 것이다. 기줄의 ‘기’는 ‘게’의 삼척지방 사투리이다. 기줄은 한쪽 줄이 4가닥씩, 모두 8가닥으로 나뉘어 게 다리 모양을 연상케 한다. 800kg에 달하는 기줄을 줄꾼들이 당기며, 11일엔 시민 426명이 참여하는 전통 ‘기줄다리기’가 열린다.
정월 대보름은 달을 표준으로 삼던 태음력(太陰曆)에서 일년 열두 달 중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이에 지금도 대보름날은 설날처럼 여기는 풍속이 많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