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전 장관 죽음으로 몰고간 췌장암 예방하려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강봉균 전 재경부장관의 사인(死因)인 췌장암(膵臟癌, pancreatic cancer)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종양덩어리)로 췌관세포에서 발생하는 췌관암이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췌장암 진료 인원은 2012년 1만2829명에서 2014년 1만8017명으로 3년간 40.4%가 증가했다. 전체 진료환자의 70.5%가 60세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췌장암은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왔으나, 근래에는 생활방식이 서구화되면서 췌장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췌장암 발생은 인구 10만명당 남성은 9.8명, 여성은 8.0명으로 나타나 구미(歐美) 선진국 수준인 10명 이상에 근접해가고 있다.
췌장(pancreas)은 길이 약 15cm, 무게 100g 정도인 가늘고 긴 장기이며, 위(胃)의 뒤쪽에 위치해 십이지장(十二指腸)과 연결되고 비장(脾臟)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머리(두부), 몸통(체부), 꼬리(미부)의 세 부분으로 나뉘며, 십이지장과 가까운 부분이 머리다. 췌장은 췌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췌액을 보내는 외분비(外分泌) 기능과 호르몬을 혈관 내로 방출하는 내분비 기능이 있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췌장의 선방(腺房)세포에서 성인의 경우 하루 1-2 리터 정도의 췌액이 분비된다. 췌액(膵液)은 간(肝)에서 만들어진 담즙(膽汁)과 함께 십이지장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섭취한 영양분 중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에 관여한다. 따라서 췌장에 병이 생기면 소화효소의 배출이 감소해서 영양소 흡수에 지장을 주어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체중이 줄어든다.
내분비와 관련된 췌장 세포들은 작은 무리를 지어 마치 섬처럼 산재해 있어 췌장섬 또는 랑게르한스섬(Islets of Langerhans)이라고 부른다. 췌장섬에서 혈당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인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을 혈액 속으로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고, 글루카곤은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하므로 당뇨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으로 나눈다. 흡연, 비만, 고지방 및 고칼로리 음식 등 환경적 요인이 장기간 영향을 주면 췌장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며, 드물지만 부모와 자식간의 유전(遺傳)을 통해 암이 생기는 가족성 췌장암도 있다.
증상은 종양의 위치, 크기, 전이 정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환자의 대부분에서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 췌장의 두부(頭部)에 암이 발생하면 환자의 대부분은 황달(黃疸)이 나타나며, 체부(體部)와 미부(尾部)에 발생하면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시간이 경과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이 새로 발생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하며, 췌장염(膵臟炎)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췌장암 진단을 위해 복부 초음파, 전산화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성자방출 단층촬영(PET),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내시경 초음파, 혈청종양표지자 검사 등을 실시한다. 복부(腹部)초음파검사는 통증이 있거나 황달이 있는 환자의 담석증(膽石症)을 감별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시행한다.
췌장암 치료에는 수술적 치료,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보존치료 등이 있다. 췌장암의 크기,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한 가지 혹은 여러 방법을 병합하여 치료하기도 한다. 췌장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완전한 외과적인 절제이지만 수술이 가능한 1기(암세포가 췌장에만 있는 상태)나 2기(주위 조직이나 림프절 전이가 있는 상태) 환자는 전체 환자 중 30%에 불과하다. 또한 1, 2기에 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은 20%로 낮은 편이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와 간, 폐 등으로 원격 전이가 된 4기 환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췌장은 여러 장기들에 둘러 싸여 몸 안쪽에 깊숙하게 위치해 있어 개복(開腹)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췌장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아직까지 효과적인 선별 검사법이 개발되지 않아 암이 진행된 후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환자의 40-50%에서 원격 전이가 발견되고, 원격 전이가 없더라도 급격한 임상 경과를 보이며,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낮기 때문에 5년 생존율이 고작 9.4% 정도로 예후가 매우 나쁜 암이다. 이에 췌장암은 5년까지 가기도 어려워 ‘3년 생존율’을 따지기도 한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뚜렷한 수칙은 없지만,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피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흡연자가 췌장암에 걸리는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2-5배 높으므로 금연(禁煙)을 실천한다. 평소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췌장암은 췌장염과 당뇨병과 연관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