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내길 가련다···식사 전후 하루 7번 ‘박장대소’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는 집 대문으로는 온갖 복이 들어온다”, 즉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다.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노(一怒一老)란 말도 있다. 즉 한번 웃으면 그때마다 한번씩 젊어지고, 한번 성내면 그때마다 한번씩 늙는다는 말이다. 젊고 건강하게 살려면 화내지 말고 웃으면서 살아야 한다. 웃음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며, 웃음치료(laughter therapy)란 웃음을 활용하여 신체적·정서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치료법이다. 웃음치료는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극복하는 보완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람은 웃으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세포에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한자로 웃을 소(笑)는 대나무 죽(竹)과 나긋하다는 의미의 요(夭)가 결합된 형태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 사람이 나긋하게 웃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사람의 웃음에는 미소(微笑)를 비롯해 대소(大, 이하 ‘소’의 한자는 같음)·폭소(爆)·함소(含)·고소(苦)·냉소(冷)·실소(失)·조소(嘲)·비소(誹) 등의 형태가 있다. 웃음소리를 ‘하하’ ‘해해’ ‘허허’ ‘호호’ 등으로 적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동물 가운데 사람만이 웃는다. 일반 동물도 노여움·슬픔·기쁨·즐거움 등을 나타낼 줄은 알지만 기쁨과 즐거움을 웃음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근대 심리학 창시자인 미국의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사람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람은 기분이 좋으면 웃는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아플 때는 즐거운 감정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웃기는 것을 보아도 웃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웃으면 기분과 생각이 변한다. 불만스러운 인상을 쓰고 있으면 만사가 못마땅해 보이지만, 억지로라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안면 근육은 기분에 따라 움직이므로 표정을 바꾸면 감정도 달라진다. 뇌의 감정중추는 표정을 관장하는 운동중추와 인접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처럼 표정에 따라 감정상태가 달라진다는 심리학이론을 ‘안면 피드백이론’(Facial Feedback Theory)이라 한다.
의학계에서도 웃음은 연구의 대상으로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극복하는 보완적 방법으로 ‘웃음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13세기 초에는 외과의사들이 수술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웃음을 이용했으며, 16세기에는 멜랑콜리(melancholy, 鬱症)의 치료법으로, 17세기에는 과도한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웃음을 사용했다. 19세기 고트립 후펠란트는 소화를 돕기 위하여, 20세기 들어서는 미국의 의사 제임스 월시가 내장기관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웃음을 사용했다.
현대 웃음치료는 미국의 <Saturday Review>지 편집장 노만 커즌스는 강직성 척수염에 걸려 치료받는 과정에서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실감했다. 코미디 프로를 시청하면서 15분 웃으면 2시간 동안 통증이 사라졌던 것이다. 적극적인 웃음치료로 병을 치료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은 그는 캘리포니아대 부속병원에서 본격적으로 웃음의 의학적 효과를 연구했다.
웃음치료는 환자의 통증 경감, 일반인들의 스트레스 관리, 분노·우울 등 정서조절 향상, 의사와 환자의 관계 증진, 상호 의사소통 증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웃음 치료는 활용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 등에서 암 투병으로 심신이 지친 환자들에게 웃음치료는 활력과 긍정적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암환자는 전신 건강상태가 약하기 때문에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의료인이 진행하는 웃음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웃음치료를 환자에게 시도하기 전에 웃음치료가 적절한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즉 때와 시간, 수용성, 내용 등 세 가지 척도에서 고려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가장 어려운 위기에 있을 때에는 웃음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웃음을 유발했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는 수용되지 않을 수 있으며, 웃음을 유발하고자 하는 내용이 개인의 성향, 문화적 맥락 등의 관점에서 적절한 지 고려해야 한다.
웃음은 면역계 관련 물질의 변화를 일으켜 인터페론 감마·백혈구·면역 글로블린 등은 증가하고 면역을 억제하는 코르티솔 등은 줄어든다. 웃음은 뇌에서 엔도르핀 등 통증을 줄이는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또한 혈관을 이완시켜서 혈압을 떨어뜨리고 순환을 촉진시키며, 호흡과 산소이용도를 증가시킨다. 암세포를 죽이는 NK세포가 웃음에 의해서 강력하게 활성화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웃음치료는 도입(5~10분), 실제(20~30분), 마무리(10~20분) 등 3단계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입단계에는 신나는 음악을 이용하여 몸을 가볍게 움직이면서 입꼬리를 올리고 어께를 세우는 동작을 한다. 실제단계에서는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웃음동작이나 율동에 웃음소리를 넣어 작은 웃음, 중간 웃음, 큰 웃음을 끌어낸다. 마무리단계는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면서 감정의 변화나 몸의 변화를 말로 표현한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면 편안한 호흡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웃음치료사의 웃음처방은 큰 웃음은 하루 3번씩 식후 30분에 크게 웃으며, 작은 웃음은 하루 4번씩 식전 30분 그리고 잠자기 전에 웃는다. 그리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손뼉을 쳐가며 마음껏 소리 내어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한다. 웃음은 돈 들이지 않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명약이며, 보약 중의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