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불법행위 의료인’ 징계확정 4달 지나도록 처벌 왜 안하나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소재 다나의원에서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월에는 31일부터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 ‘C형간염 괴담’이 돌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즉 8월 30일 “순창의 한 내과의원에서 C형간염 집단 감염이 발생하여 역학조사반을 내려보냈다”면서 출입기자단에게 엠바고를 요청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3-2015년 건강보험으로 해당 내과의원에서 C형간염 치료를 받은 사람이 203명이었다는 ‘빅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1시간여 뒤 “이 병원에서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것인지, 기존 C형간염 환자들이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서 수치가 많이 잡힌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순창 소재 내과의원 4곳 가운데 유일하게 감염내과가 있는 A병원이 감염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지난 1년 사이 C형간염이 집단 발병했던 서울 동작구, 강원도 원주 소재 병원에 이어 A병원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엉뚱한 괴담으로 A병원은 환자가 뚝 떨어졌다.
전라북도 보건당국은 “순창 인구 29000여명 중 C형간염 환자는 237명”이라고 밝히면서, “이미 C형간염에 걸린 일부 환자들이 감염병 전문병원인 A병원을 치료 목적으로 방문했을 뿐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괴담 진화에 나섰다.
건강보험공단의 전국 C형간염 진료현황에 따르면 2006년 3만6863명에서 2015년 4만4271명으로 1.2배 증가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서울 다나의원 K원장은 피로 회복과 비만치료 목적 등으로 주사 처방을 많이 했으며, 이 과정에서 1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하였고, 남은 주사액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했다. 즉 내원 환자들에게 수액치료와 동시에 영양제 등을 첨가 주사할 때 같은 주사기를 반복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다나의원 원장은 개당 100-200원 하는 1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하는 등 상식에 반하는 의료행위를 한 결과 대형 집단감염 사태가 빚어졌다. 1회용 주사기는 사용 후 폐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소독 의무도 없고 관련 처벌 규정도 없다. 이에 주사기를 재사용한 경우 시정조치를 내리거나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적용해 1개월 자격정지를 내리는 것 외에 다른 처벌조항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사기 재사용’ 등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9월 5일 현재 총 85건의 신고를 접수했으며, 이 중 54건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여 26곳에서 실제로 1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 위법행위를 적발해 전국 시군구 보건소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적발된 의료기관 가운데 10여곳은 전국 평균을 웃도는 C형간염 환자들이 이들 병원들에 다녀간 사실이 확인됐다. 의료기관의 불법 행위 유형은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주사기 외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의료기기 소독 불량 △주사기 포장 개봉 뒤 방치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에서 1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사 12명에 대하여 징계처분(1개월 자격정지)을 지난 5월 결정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징계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의료인 징계는 사전 통보와 청문 등을 통해 결정되는데 보건복지부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를 신속히 밟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 네바다주 클라크 카운티 법원은 2013년 1회용 주사기를 여러 번 사용해 환자 9명이 C형간염에 걸리게 하고 이 중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인정해 담당의사에게 종신형(終身刑)을 선고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C형간염 예방 및 관리 대책’을 발표해 “1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 C형간염을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관은 앞으로 역학조사를 받기 전에 영업정지와 병·의원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C형간염을 ‘발생자 전원 감시 대상’ 감염병 체계로 전환해 C형간염 환자를 확인한 모든 의료기관(현재 186개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보건당국에 보고토록 했다.
복지부는 또 내년 상반기부터 C형간염 발생률이 높은 지역의 40세와 66세 등 생애 전환기 건강진단 대상자에 대해 C형간염 검사를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막기 위해 구입량과 사용량을 비교할 수 있는 유통관리시스템 도입을 위한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할 경우 담당 의사에 대한 처벌을 현재 1개월 자격정지에서 최대 1년으로 높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