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마이그룹과 삼계탕②] 대장금·무라카미 류가 극찬한 한국 최고요리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 부자 음식으로 여겼던 삼계탕이 대중화된 것은 1970년대 양계산업과 인삼농사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 무렵에 일본, 동남아 등에 삼계탕이 수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TV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로 음식한류가 본격화되면서 삼계탕이 명성을 떨쳤다. 미식가로 알려진 일본 소설가 겸 영화감독 무라카미 류(村上龍)는 자신의 소설에서 삼계탕을 한국의 최고 요리라고 칭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철 복날에 즐겨 먹었던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은 개(犬)를 잡아 통째로 삶아 파를 넣고 푹 끊인 ‘개장국’이다. 복날에 개장국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를 잊게 하고, 영양을 보충하여 병을 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개장국 대신에 ‘계삼탕(鷄蔘湯)’을 즐겨 먹기도 했으며, 이것이 오늘날의 삼계탕이다.
즉, 우리 선조들은 여름철 더위가 오면 보신을 위하여 알 낳기 전의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 생후 6개월까지의 닭) 뱃속에 찹쌀, 밤, 대추, 마늘 등을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이 연계백숙(軟鷄白熟)이며, 연계백숙에 인삼을 더하면 계삼탕(鷄蔘湯)이 된다. <서울잡학사전>에 계삼탕이 삼계탕이 된 이유를 인삼이 대중화되고 외국인들이 인삼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자, 삼(蔘)을 위로 놓아 명칭을 다시 붙인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삼계탕을 끓일 때는 한 사람이 먹기에 알맞은 크기인 400g을 넘지 않는 어린 닭인 약계(藥鷄), 약(藥)병아리를 사용한다. 닭의 배를 조금만 갈라 내장을 빼내고 안에다 불린 찹쌀과 인삼(수삼), 대추, 마늘 등을 넣고 실로 묶고 물에 넣어 서서히 끓인다. 삼계탕은 먼저 젓가락으로 배를 반 갈라 살코기를 발라 먹고 배 속의 찰밥을 풀어 국물과 함께 떠먹는다. 한의학에서 찹쌀을 더운 성질의 곡류로 분류하므로 삼계탕에 찹쌀을 넣어야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삼계탕 맛의 비결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 내는 것이다.
조선말기 문신 학자인 개화파 김윤식(金允植, 1835-1922)의 저서 <속음청사>(續陰晴史)에 닭에 인삼을 넣고 푹 고은 삼계고(蔘鷄膏)란 이름이 등장한다. 1910년 <조선요리제법>에는 닭국이란 이름으로,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계탕(鷄湯)이라고 적었다.
19세기 말에 쓰여진 <시의전서>에는 연계탕 조리방법을 좋은 연계를 백숙하여 건져서 뼈를 다 바르고 살은 뜯어 육개장 하듯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연계탕은 육개장과 마찬가지로 개장국(狗醬)이 식성에 맞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복날의 대체식품이며, 또한 연계탕은 개장국보다 더 여유가 있는 집안의 여름철 시식이다.
한의학에서는 땀을 흘린다는 자체를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본다. 이때 빠져나간 기운을 살리기 위해 뜨거운 보양식인 삼계탕을 챙겨 먹는다. 즉 자연에 열기가 많고 몸도 더워서 땀이 날 때 뜨거운 기운을 가진 삼계탕을 먹으면 더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는 동양의학 사상인 이열치열에 의거한 것이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한 식품이며, 인삼 역시 열이 많은 약재이므로 이들을 함께 넣고 끓여 먹으면 몸을 보호해주는 음식이 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황색의 암탉은 성평(性平)하고 소갈(消渴)을 다스리며, 오장을 보익하고 정(精)을 보할 뿐만 아니라 양기를 돕고 소장을 따뜻하게 한다”, “인삼은 성온(性溫)하고 오장의 부족을 주치하며 정신과 혼백을 안정시키고 허손(虛損)을 보한다”고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