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연평도 ‘꽃게전쟁’과 영덕 대게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최근 한강 하구와 연평도 해역에서 ‘꽃게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꽃게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하여 어획량이 전년대비 70% 급감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은 ‘글로벌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즉 중국의 불법 어로는 동북아, 동남아, 러시아 근해, 중동, 아프리카, 남미 해역까지 뻗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24개국이 공동으로 “중국은 불법조업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가 근절되지 않자 일부 국가에서는 군(軍)을 동원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해군과 해병대, 해양경찰 등으로 구성된 ‘민정경찰’이 한강 하구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퇴거하는 작전을 사상 처음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 항의하면 “단속은 하지만 쉽게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응답한다. 북한도 중국 어선들로부터 입어료(入漁料)를 받고 어장을 내주면서 해상의 군사분계선인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통제한다고 하지만 말뿐이다.
또한 중국 어선들은 바다 밑바닥까지 훑는 저인망 불법조업으로 바다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 연안의 어족 자원은 1950년대의 30% 이하로 급감했으며, 이 같은 남획이 전 세계 바다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원양선단은 약 2천척 규모로 세계 최대다. 중국인의 생선 소비량은 1990년 1인당 10kg에서 2010년 33kg을 넘어섰으며,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생선 생산의 35%, 소비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연평도 어민들이 중국어선의 불법 꽃게 저인망 싹쓸이로 인하여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 어선들이 10여 년 전부터 불법조업을 해왔고, 특히 어족보호를 위해 7-8월 두 달간은 법적 금어기(禁漁期)로 접어드는데 알이 밴 꽃게를 저인망으로 싹 쓸어가므로 연평도에서 어족이 사라질 수 있다. 꽃게는 길이 6.4cm 이하는 잡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중국어선의 싹쓸이에 씨가 마르고 있다. 또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쓰레기 투기와 폐유(廢油) 방류 등으로 바다 오염이 심각하다.
연평어장에서 5월 말까지 꽃게 어획량은 5만1600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9995kg의 1/3수준, 2014년 33만1496kg의 1/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꽃게 물량이 적으니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 꽃게 가격은 암게 기준 1kg에 4만원대로 지난해보다 1만원 가량 올랐다. 1kg이면 큰 꽃게 3마리 정도이므로, 한 마리에 3천원 이상 오른 셈이다.
게(crab)는 절족동물로서 납작하고 두흉부가 크고 복부는 하면에 굽어 붙어 있다. 등과 배는 단단한 딱지에 싸여 있으며, 발은 모두 다섯쌍으로 첫째 한쌍은 집게발로 되어있다. 게는 옆으로 기어다니기를 잘하고 거품을 내뱉는다. 게는 서식하는 곳에 따라 바닷게와 민물게로 나눈다. ‘바닷게’에는 꽃게, 꽃발게, 농게, 도적게, 달랑게, 바닷참게, 털게, 대게 등이 있으며 ‘민물게’로는 참게, 방게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꽃게는 껍질이 암적색이나 황갈색의 마름모꼴로 생겼으며, 다섯째 다리가 납작한 것이 특징이다. 꽃게는 산란기를 바로 앞둔 것이 알이 꽉 차서 맛이 가장 좋다. 껍질이 둥근 것이 암놈이고, 삼각형으로 뾰족한 것이 수놈이다. 꽃게는 6월에 잡은 것을 최상품으로 치며, 고르는 요령은 들어 보아 묵직한 것이 좋다.
꽃게는 수심 20-30m 모래 바닥에서 서식하며, 야행성으로 낮에는 모래펄 속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활발하게 움직인다. 꽃게는 육식동물로서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다. 겨울에는 깊은 곳이나 먼 바다로 이동하여 겨울잠을 자며, 3월 하순경부터 산란을 위해 얕은 곳으로 이동한다. 산란기는 6-8월이며, 꽃게의 수명은 약 3년으로 추정한다.
게의 겉껍질와 발에는 아스타산틴(astaxanthin)이라는 물질이 단백질과 결합해 있다. 게를 삶거나 구우면 빨갛게 변하는 것은 아스타산틴은 가열하면 단백질과 결합이 끊어져 본래의 색인 붉은색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게의 식용 부위는 주로 다리 살이며, 가열하면 근육 조직이 연해져 발라먹기가 쉽고 맛도 좋아진다.
게살의 15-20% 정도가 단백질이며, 지방 함량이 적어 담백하고 달착지근하며 부드럽다. 단백질 구성 아미노산 중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발육기 어린이들에게 아주 좋은 식품이다. 또한 지방 함량이 적어 소화성이 우수하여 회복기 환자나 허약한 사람과 노인에게도 좋다. 그러나 게는 신선도가 빨리 떨어지며 세균의 번식이 상당히 빨라 식중독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꽃게(Blue crab, swimming crab)의 주요 영양성분(삶은 것 중 먹을 수 있는 부분 100g 당)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102kcal △수분 77.4g △단백질 20.2g △지질 1.8g △회분 2.0g △칼슘 104mg △인 206mg △철 0.9mg △나트륨 279mg △칼륨 324mg △비타민A 레티놀 2㎍ △비타민B1 0.10mg △비타민B2 0.05mg △나이아신 3.3mg △비타민C 3mg.
게는 어느 나라에서나 즐겨 먹는데 특히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좋아한다. 중국 당나라 시선(詩仙)이라 불린 이태백(李太白, 701-762)은 ‘월하독작사수시’(月下獨酌四首詩)에서 “한 손에는 게 다리를 들고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주지(酒池)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 데 무엇을 더 바라리오”라고 읊었다.
뱃속에 알이 꽉 차있는 암게로 장을 담그면 최고의 ‘밥도둑’이 된다. 꽃게는 찜, 탕, 게장 등으로 조리하며, 쪄서 먹거나, 끓는 물에 삶아서 살을 발라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게살을 발라 전유어를 부쳐 먹기도 한다. 게가 죽었거나 냉동된 것은 토막을 쳐서 고추장이나 된장을 풀고 채소를 넣어 찌개를 끊이는 것이 좋다. 옛날 궁중에서 임금 수라상에 ‘꽃게감정’을 올렸다고 한다. 꽃게감정은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로우나 제철에 고급스럽고 깔끔한 맛을 내는 음식이다.
꽃게감정을 만드는 법은 등딱지를 떼고 몸통을 갈라 게살을 발라서 고기, 두부, 숙주 등 여러 가지 채소로 소를 만들어 등딱지에 가득 채운 다음 채운 면을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서 지져낸다. 쇠고기장국에 게발을 넣고 끓여 국물이 우러나면 걸러서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서 맛이 들면 지져낸 게와 마늘, 생강을 넣고 잠깐 더 끓이다가 마지막에 파를 얹고 불에서 내린다.
경상북도 영덕은 ‘대게’로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영덕군은 매년 4월 초 ‘영덕대게축제’를 주최하여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영덕대게 맛을 체험하고 있다. 대게라는 명칭은 게발이 붙어나간 모양이 대나무의 마디와 같이 이어져 있는 데에서 연유했으며, 한자로는 죽해(竹蟹)라고 한다.
영덕대게는 껍질이 얇고 살이 많으며 맛이 담백하여 구미를 돋우는 명품 게이다. 서식지는 영덕군의 대진 앞바다에서 감포 앞바다에 걸쳐 있으며, 서식처의 수심은 150-250m이다. 대게의 교미기간은 3, 4월이며, 산란기는 그 다음해 봄철이다. 암놈은 대개 8만-15만개의 알을 낳는다.
대게의 어획기간인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잡힌 게가 살이 많고 맛이 있다. 몸 너비 9cm 이하의 새끼대게는 잡을 수 없으며, 만약 남획하였을 때는 ‘수산물어획법’에 의하여 처벌을 받게 된다. 매년 6월부터 11월까지는 대게 금획기간이다. 대게 어획고(漁獲高)가 점점 감소하여 대게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민물게는 논이나 강어귀, 강모래 속에서 서식한다. 가을철에 암놈의 등딱지 속에 단맛이 나는 장이 드는데 이때가 맛이 가장 좋다. 그러나 민물게는 디스토마(distoma)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이 크므로 날것이나 게장으로 먹는 것은 삼가 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