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살인자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최근 ‘(초)미세 먼지’에 대한 공포로 깨끗한 공기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라벤더ㆍ페퍼민트향 등을 첨가한 ‘프리미엄 산소캔’이 판매되고 있으며, 본체만 5만-10만원이고 석달마다 카트리지(1만-3만원)를 갈아줘야 하는 ‘산소발생기’도 인기다. 이에 공기청정기는 기본이고, 산소발생기, 산소캔 구입이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분진이라고도 하는 먼지는 공기 중에 부유하는 미입자(fine particle)의 총칭이며 환경오염 원인이 된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총먼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극미세먼지, 나노먼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1980년대에는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직경 100㎛까지의 굵은 먼지를 말한다.

환경 당국이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기준치를 만든 것은 1993년으로 직경 10㎛ 미만으로 ‘PM 10’으로 표기하며, 머리카락 굵기(50-70㎛)의 몇 분의 1 크기다. 그리고 2015년부터 초(超)미세먼지 기준치로 직경 2.5㎛ 미만(PM 2.5)으로 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요즘은 직경 0.1㎛ 미만(PM 0.1)인 ‘극(極)미세먼지’와 직경 0.05㎛ 미만(PM 0.05) ‘나노(nano)먼지’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황사, (초)미세먼지, 스모그 등으로 뒤덮이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황사는 중국의 사막지대에서 발생하여 불어오지만 (초)미세먼지와 스모그 현상은 국내의 요인이 혼재해서 발생한다. 스모그는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로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오존, 질소산화물 등 각종 오염물질이 수증기와 뒤섞이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이다.

‘총먼지’는 대개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진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허파 말단까지 닿으며,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관통하여 혈관을 타고 폐포(肺胞)에까지 곧바로 도달한다. 심지어 혈관 속을 타고 뇌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는 이러한 특성으로 호흡기계, 심혈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먼지는 사이즈가 작을수록 침투력이 강할 뿐 아니라 독성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환경기준치보다 2배 이상 높은 고농도 구역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황사마스크 없이 호흡할 경우 한 시간에 초미세먼지를 무려 6200만개를 흡입하게 된다.

초미세먼지는 우리 몸에서 배출되지 않고 몸 안에 쌓인다. 초미세먼지들의 상당수는 크기가 1㎛보다 작으며, 블랙카본(BC)은 크기가 0.42-0.51㎛ 정도이며 주로 공장 굴뚝,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1급 발암물질이다. 0.73㎛ 정도인 황산(S), 칼륨(K) 등도 자동차 배기가스나 식물체가 연소될 때 나온다. 극미세먼지와 나노먼지는 대부분 자동차에서 나온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토털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최근호에 게재한 ‘한국 108개 시ㆍ군ㆍ구 자료를 이용해 살펴본 대기오염 장기 노출과 심혈관계 질환과의 상관관계’ 연구에 따르면 오염된 공기 속 미세먼지를 자주 들이마시면 호흡기질환뿐 아니라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도 앓을 수 있다.

연구팀은 “전국 108개 시ㆍ군ㆍ구의 대기오염 농도 5년치 측정치와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 건강조사(2008-2010)에 나온 3년치 약 70만명의 빅데이터를 뽑아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예컨대 2004-2008년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 평균값이 2008년 심혈관계 질환 유병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고혈압 발생률은 4.4% 증가했다. 또 일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가 10ppb씩 증가하면 고혈압 발생률은 각각 13%와 8%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혈액을 타고 몸속을 흘러 다니며, 고혈압같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월 9일 발표한 ‘대기 오염의 경제적 결과’(The economic consequences of outdoor air pollution) 보고서에 따르면 2060년 한국인 100만명당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OECD 회권국 중 최다인 1109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미국(307명),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4개국(340명) 등 다른 모든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전망치다.

OECD 보고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하여 206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총 0.62% 손실을 볼 것”이라고 밝혀 다른 OECD 회원국가 예상 손실인 GDP의 0.19-0.45%에 비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인해 대기오염에 취약한 노인층이 증가하고 있어 그만큼 조기 사망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위협은 심각하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연구원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해외 유입 비중은 30-50% 정도이고 나머지는 국내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한다. 특히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경유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수도권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67.7%가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이 중 경유차가 76%를 차지한다고 환경과학연구원이 밝혔다.

‘클린디젤(clean diesel)’의 환상이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경유차 구매 비중이 세계 최고수준이다. 환경부는 “금년 1월부터 경유차 16종에 대해 실제 도로 주행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2종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폭스바겐(VW) 자동차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밝혀져 서구 국가에서는 구매가 급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경유차량 구매가 월평균 1만7000대씩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부터 5년간 연비(燃比)와 배출 가스 등 각종 시험 성적서 130여건을 조작해 우리 정부에 제출한 혐의로 폭스바겐 한국지사(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인증 담당 이사가 구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5월 10일 지시했지만, 정책 선택을 놓고 부처 간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혼선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미세먼지 배출원(排出源)과 배출량에 관하여 정부가 과학적으로 측정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유값 인상과 화력발전소 규제 등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놓고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들이 벌인 갈등도 부실한 통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면, 수도권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정부는 과거 “경유차가 60-70%를 배출한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에서 약 50%가 유입되고 경유차 기여율은 15% 안팎”이라고 추정했다. 심지어 환경부 내에서도 초미세먼지 기여도를 서로 다르게 추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장 기본적인 국가 통계조차 제대로 확립하지 않은 것이 국민 불신을 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다.

전국에 미세먼지 측정소가 506곳 있으나 미세먼지 성분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곳은 6곳에 불과하다. 이에 환경부ㆍ기상청의 부정확한 미세먼지 예보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초미세먼지 예보 절반이 빗나가고 있어 “우리나라 환경ㆍ기상 당국의 예보를 못 믿겠다”며 자구책으로 일본기상협회 사이트(www.tenki.jp)를 찾아 정보를 얻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우선 ‘차량부제’를 통하여 차량이용 자체를 줄이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0년 넘은 낡은 디젤차 244만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전체 등록차량의 10%가 넘는 수치다. 프랑스 파리는 2014년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자 차량 2부제를 시행했다. 파리 시민들이 이에 협조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은 경유버스가 도심으로 들어오면 과태료를 물리며, 독일 베를린은 기준을 충족한 차량만 도심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2016 부산국제모터쇼’의 화두는 단연 ‘친환경차’였으며, 기아자동차는 이번 모터쇼에 친환경차를 대거 선보였다. 미세먼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관련 산업과 시장을 육성하면, 친환경차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 30대 후반의 여성인 비르지니아 라지 신임 로마시장이 지난 6월 23일 전기차를 타고 시청사로 첫 출근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다.

정부는 1일, 2020년까지 5조원을 투입해 친환경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구축,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등을 추진하고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방안도 검토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을 발표했다. 노후 경유차 수도권 진입제한 규제에 대해서는 환경부와 3개시도(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협의해 시행지역, 시기, 대상차종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는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처리방안을 확정키로 했다. 2020년까지 친환경차 150만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도시숲’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숲은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을 흡수하는 기능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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