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막아주는 ‘모자’를 찾습니다
[아시아엔=지당 이흥규 시인·소설가] 우리나라에 서양의 풍습이 들어오면서부터 의식주뿐 아니라 여타의 모든 생활방식이 서양화가 되어버렸지만 불과 100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살아왔다. 그러나 개명(開明)이라 하여 무작정 서양것만 따르다보니 우리 전통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머리에 쓰는 모자만 해도 그렇다. 어떤 행사나 모임에 모자를 쓰고 참여했을 때 벗지 않으면 눈치가 보일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모자를 쓰고 있던 사람이 모자를 벗는 순간 그 모습은 180도로 달리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자에 눌린 머릿결의 모양은 볼품없는 얼굴로 변하기 마련이다. 왜 그럴까? 모자에 얽힌 우리의 전통과 의식을 살펴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모자의 유래나 모자의 종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다. 다만 현대인들이 모자를 쓰는 경우와 모자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여름엔 햇볕을 가리기 위해서, 겨울엔 눈이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대머리는 빠진 머리를 가리기 위해서, 등산할 때는 나뭇가지나 벌레 등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연예인들은 멋을 부리기 위해서 등등 각기 다른 이유들이 있다. 모자를 벗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볕 가림 모자는 그늘에 오면 벗을 것이요, 추위 보호용 모자는 따뜻한 곳에 오면 벗을 것이요, 다른 경우도 모자를 쓴 까닭이 사라지면 자연히 모자는 벗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모자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지녀왔을까? 조선시대의 모자만 하더라도 면류관·원유관(遠遊冠)·통천관(通天冠)·익선관(翼善冠)·전립·복두·공정책(空頂?)·양관·제관(祭冠)·탕건(宕巾)·초립·감투·평량자(平凉子)·갓·방립(方笠)·이암(耳掩)·유각평정건·무각평정건·조건(弔巾)·동파관(東坡冠)·충정관(沖正冠)·정자관(程子冠)·복건(幅巾)·방건(方巾)·와룡관(臥龍冠)·유건(儒巾)·휘항(揮項)·풍차(風遮)·만선두리(滿?頭里)·송낙·고깔·대삿갓·화관(花冠, 華冠)·족두리(簇頭里)·여자용 전립 등등 수없이 많다.
이처럼 모자의 종류가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는 모자를 의복이나 마찬가지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모자들은 흔히 의례용으로 사용되었고 직업이나 신분을 표시하는 기능도 했다. 대체로 벼슬의 품위에 따라 썼으며 일반 백성이 쓰더라도 양반과 평민의 모자가 모두 달랐다. 관료도 문관과 무관이 다른 것은 물론이다.
개화기 이후 서양 모자가 도입되었다. 남자의 모자는 단발령으로 머리에 상투를 틀지 못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맨 처음에는 관리들이 양복을 예복으로 착용함에 따라 서구식 모자를 쓰기 시작하였다. 초기 예복의 모자는 영국 예복의 모자를 본뜬 문관의 대례복용 모자였다. 이후 각종 학교와 기관에서 제복으로 양복을 착용하게 됨에 따라 서구식 모자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일반복식에는 양복·한복을 막론하고 서구식 모자를 착용하였다. 당시에 유행한 모자에는 ‘파나마햇’을 비롯해 중절모·중산모 등이 있다. 중절모는 1970년대까지도 노인들이 한복에 쓴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서구에서 남자들의 모자착용이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인의 모자착용이 줄어들었고, 1980년대 중·고생의 교복이 폐지됨에 따라 일제식 교복과 교모도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군인·경찰 등의 제모(制帽)와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헬멧(helmet), 방한모, 각종 운동모 등이 주로 사용되고 예의를 갖추기 위해 모자를 착용하는 경우는 드물게 되었다.
여자의 모자는 1899년 여성 양장과 함께 들어왔지만 서구문화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특수층에 한하였다. 여성관의 변화로 일반여성들은 외출 시에 장옷이나 쓰개치마를 벗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대신 조바위·아얌 등을 착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양장 착용인구가 증가하면서 조바위나 아얌도 사라지게 되었다. 20세기에 우리나라에서 착용된 모자는 서구에서 도입된 각종 양식이 있었지만 정장에 모자를 쓰는 규범은 차차 사라지게 되었다.
이상에서 적은 바와 같이 모자에 대한 종류와 쓰임새 유래 등을 다 말하자면 책 한 권 분량은 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이 글에서 우리 선조들이 모자를 어찌 생각해 왔는가를 살폈다. 우리 선조들은 의관정제(衣冠整齊)라 하여 관(모자)을 의복의 일부로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