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세 현역 日히노하라 의사와 46살 한국 배재철 성악가의 ‘아름다운 동행’

신장 162cm, 체중 63kg, 연세105 세 현역의사인 일본의 고령자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신장 162cm, 체중 63kg, BMI 24.2. 30세 때 체중을 현재까지 증감 없이 유지하고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30분 기상, 오전 8시 출근 후 각종 회의, 오후에는 강연 및 특별외래진료, 저녁 6~9시 귀가, 밤 11시~새벽 2시까지 서류 정리나 글쓰기. 수면시간 5시간. 국내외에서 연간 100회 이상 강연, 2시간 정도는 꼿꼿이 서서 강연.”

105세 현역의사인 일본의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 얘기다.

그는 어릴 때는 운동을 좋아했으나 열살 때 신장염을 앓아 운동을 포기했다. 의과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결핵에 걸려 몇 년간 요양을 했다. 이 때문에 의사를 못 할 것이라고 남들은 말했다. 그러나 그 자신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따라 건강이 달라지고 체질도 변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잘 먹기’ ‘잘 움직이기’ ‘잘 쉬기’를 실천했다.

히노하라 박사는 장수 비결을 신체건강보다 정신건강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복식호흡, 음악 감상, 명상, 일기와 편지 쓰기 등을 권하는 이유다.

히노하라는 1937년 교토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후 성누가국제병원(聖路加國際病院, St. Luke’s International Hospital)에서 내과의사로 진료를 시작했다. 이 병원은 미국 루돌프 토이스러 박사가 개설한 병원으로 111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는 병원장을 역임한 후 현재 명예원장으로 봉사하면서 1주일에 두번 병원에 출근하여 진료를 한다. 현재 성누가국제대학 명예이사장, 신노인회 회장, 라이프플래닝센터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갈 비결> <新老人으로 산다> <인생의 四季> <어떻게 잘 살고 어떻게 잘 늙고 어떻게 잘 죽는냐> <삶이 즐거워지는 15가지 습관> 등 250권이 넘는 저서를 출판했다. 그 중 150여권이 ‘베스트셀러’다. 음악요법(音樂療法)의 창시자이며, 그가 만든 뮤지컬은 여러 곳에서 공연됐다.

히노하라 박사는 신노인, 생활습관병 등 여러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싫어하여 65세에서 74세까지의 노인을 ‘전기(前期) 고령자(高齡者)’, 그리고 75세부터는 ‘후기(後期) 고령자’라고 부른다. 이에 히노하라 회장은 75세 이상을 ‘신노인’이라고 부르고 ‘신노인회(新老人會)’를 조직하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신노인회의 기본이념은 사랑ㆍ인내ㆍ창조에 두고 있으며, 75세 이상 고령자 중 자립할 수 있는 노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한다.

히노하라 박사와 한국인 성악가 배재철의 국적과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이 있다. 2014년 김상만 감독, 유지태 주연 의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The Tenor Lirico Spinto)>의 실제 주인공 테너 배재철씨는 히노하라 이사장이 요양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합창단원들을 위해 작사ㆍ작곡한 ‘사랑의 노래’가 담긴 음반을 2015년 냈다.

갑상선암(thyroid cancer) 수술 후 한때 목소리를 잃었던 배재철씨가 일본 팬들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성대 복원수술을 받은 뒤 성악가로 극적으로 재기했다. 이에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배씨는 도쿄, 나고야 등지에서 노래를 부르고 히노하라 이사장이 대담을 하는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앨범을 발매했다.

배씨는 2013년 히노하라 이사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미니 콘서트에 나선 것을 계기로 히노하라 이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히노하라 박사는 “배재철 성악가의 노래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야말로 세계평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공헌”이라며 일본 활동을 적극 후원해왔다.

히노하라 박사는 1주일에 1-3회 출장을 가는데, 역이나 공항에서 약 8kg 무게의 가방을 들고 다닌다. 일본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의 나이에 대한 정의를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으로 연장하고, 노인이 사회의 보호를 받는 대상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주체가 되자는 취지로 2000년에 ‘신노인운동’을 시작했다. 또 노인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사랑주고받기, 도전하기, 인내하기’를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2005년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히노하라 박사의 ‘신노인 장수 건강생활’ 법칙은 다음과 같다. △죽는 시간까지 인생의 현역으로 산다는 자세를 갖자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항상 창조하는 일을 하고 남을 위해 살자 △살기 어려운 것은 어느 세상에서나 똑같다고 생각하자 △남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사람들과 활발한 교제를 하자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에도 귀를 기울이자 △항상 걷는 습관을 지니고 몸을 쉴 새 없이 사용하자 △△노년 건강의 최대 적은 낙상과 골절이므로 잘 구르는 연습을 하자 △몸에 좋은 심호흡과 복식호흡을 하자 △웃음으로 얼굴에 주름을 늘려보자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의사를 찾자.

히노하라 이사장은 59세 때 일본 학생운동권 출신의 좌익 공산주의 동맹 적군파가 비행기를 납치해서 북한으로 갔던 ‘요도호(淀?) 사건’을 직접 겪었다. 1970년 3월 31일부터 4일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서울 김포공항에 내려 자유의 땅을 밟았을 때 느꼈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때부터 죽었던 삶을 새로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히노하라 박사는 “나이가 들어도 창조하는 일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내 인생에 은퇴는 없다.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뛸 것이다”라고 말한다. 장수 비결을 압축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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