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생각나는 그 사람···베를린올림픽 오언스와 히틀러, 그리고 손기정

손기정 선수 시상 사진

시상대에 선 손기정 선수(앞에서 두번째) 사진 ?IOC

손기정 선수사진

사진 IOC

제씨오웬스 100미터

제시 오언스가 400m 계주에서 1위로 골인하고 있다.?사진 IOC

제씨오웬스 멀리 뛰기

오언스의 멀리뛰기 우승장면 사진 IOC

 

흑인 올림픽 4관왕에 히틀러 ‘심기 불편’

[아시아엔=김중겸 전 인터폴 부총재, 전 경찰청 수사국장] “유대인의 추악한 제전, 그게 올림픽이다. 베를린올림픽은 개최하지 않는다.” 히틀러의 주장이었다.

주위에서 말렸다. “나치와 아리안의 우수성을 알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렇긴 하군. 그럼 개최하자.”

1936년 8월 1일 제11회 올림픽 개막식 메인스타디움에서 행진곡이 연주되고 돌격대 수천명이 오리처럼 뒤뚱뒤뚱 오리걸음으로 행진했다.

사상 최초로 성화 봉송이 있었다. 아테네에서 릴레이로 가져온 성화의 최종 주자는 1896년 제1회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아테네 출신 Spyrous Louis. 양치기를 한 적이 있는 그는 음료 대신 와인을 마시며 달렸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독일 선수도 우승자에게 그라운드에서 악수했다. 구경하는 독일인도 승자에게 박수쳤다. 금메달 앞에 사람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치는 그렇지 않았다. 총통 히틀러의 속이 뒤집혔다. 육상의 신화 오언스가 금메달을 받을 때 표정이 변했다. 분노한 표정이 역력했다. 흑인 우승자와 악수한다? 히틀러는 슬쩍 자리를 떴다.

흑인이 금메달 4개라? 제시 오언스(Jesse Owens)는 100m 10.3초, 200m 20.7초, 멀리뛰기 8.06m, 4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히틀러와 그 패거리가 뭐라 하든 독일 국민들은 미국 흑인 육상선수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했다간 즉각 체포되니 숨어서 환호할 뿐이었다.

독일 아이들은 제시 오언스 흉내까지 냈다. 그러자 갈색 셔츠 입은 애들, 히틀러청소년단(Hitlerjugent)이 달리기 좋아하는 동네 그 아이들을 괴롭혔다.

검은 흙을 온 몸에 바른 독일소년이 거리 달리자 히틀러유겐트 단원들이 몰려 와 “너 우수민족 아리안이냐? 아니면 열등인종 흑인이냐”며 집단구타 했다.

루스벨트 축전은커녕 백악관 초청도 안해 ?

오언스는 1913년 앨라배마에서 소작농 아들로 태어났다. 열 아이 중 막내였다. 어렸을 때 비실비실했던 오언스는 고교 때부터 달리기에 두각을 나타냈다. 23세 되던 그해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했다.

그가 귀국하자 뉴욕시는 전통에 따라 색종이 테이프를 뿌리며 오언스 한 사람을 위해 퍼레이드를 열어줬다.

이어 환영 리셉션이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렸다. 엘리베이터 앞에 “White Only!”라고 적혀 있었다. 오엔스는 이 말을 들어야 했다. “헤이 니그로. 너는 이거 못 타. 저 뒤로 가면 화물용 승강기가 있어. 그거 이용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 흑인 우승자에게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백악관 초청도 제외했다. 히틀러보다 더 심한 괄시를 한 것이다.

달리기는 먹고 살기 힘든 종목이다. 올림픽 이후 곧바로 은퇴했다. 광고 출연 제의가 오자 응했으나 여론이 비등했다. “검은 얼굴 어디에다 내놓느냐. 밥 맛 떨어지게···.” 광고가 취소됐다. 결혼한 그는 오하이오 주립대에 스카웃 됐으나 흑인이란 이유로 장학금도 취소됐다. 자퇴하고 상점 점원과 주유소 주유원을 전전하다 시카고로 옮겨 재즈 디스크자키도 했다. 한때는 프로야구 뉴욕메츠에서 러닝코치도 지냈다.

오언스가 42세 되던 1955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대에 와서야 미국사회는 흑인을 사람으로 봤다. 미국정부는 그를 친선대사로 임명해 말레이시아와 인도 그리고 필리핀을 순방케 했다. 이후 청소년 육상지도자로 여생을 보낸 애연가 오언스는 1981년 3월 31일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67세 때였다.

오언스가 달린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일장기를 단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딴 날이 바로 오늘 8월 9일이다. 시상식에서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가 울려퍼졌다. 스물네살 손기정은 월계수로 얼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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