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중국 무슬림 이야기···남녀평등·여성 전용사원·이슬람 부흥운동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무슬림’하면 사람들은 ‘열악한 여성 인권’과 ‘가부장적 사회’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슬람 세계는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매우 넓고 다양하다. 또한 ‘무슬림’이지만 여권(女權)을 존중하는 곳이 있다. 중국 허난성 중심에 자리잡은 천년 고도(古都) ‘카이펑’이다. 영국 <BBC>는 최근 중국 회족 여성들의 종교생활과 삶을 보도했다.
천년 전 송나라 시대 수도였던 카이팡엔 중국 무슬림 회족(回族)이 거주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중동 다음으로 이슬람교가 가장 오랫동안 뿌리내린 지역이다. 놀라운 것은 카이팡에서 ‘여성 무슬림 사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원들에선 여성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여성 신도들을 이끌고 있다. 여성 이맘 중 한명인 구오 징팡(이하 구오)은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이맘이 됐다고 한다.
1820년?건설된?왕지아 알리 모스크(Wangjia Alley mosque)는 ?카이팡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전용 모스크이다. 구오는 “여성 전용 사원은 중국 무슬림과 허난성의 전통”이라고 말한다. 카이펑엔 16개 여성 이슬람 사원이 있으며 윈난성 등 다른 지역에도 여성 전용 사원의 전통이 남아있다. 단 아쉬운 점은 중앙아 이슬람교 전통을 따르는 수니파 무슬림인 신장 위구르족들을 위한 여성 전용 사원이 없다는 것이다.
여성 무슬림 사원의 전통이 시작된 시기는 언제일까. 이는 1300년대 명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나라 이전만해도 무슬림들은 먼 곳에서 찾아온 ‘반가운 손님’으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몽골족의 침략 후 명나라 왕조가 흔들리자, 한족은 다른 민족들을 모두 배척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15세기 들어서는 중국 무슬림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16세기 말 무슬림들 사이에서 이슬람 문화와 교육을 부활시키기 위한 이슬람 부흥운동이 시작됐다. 17세기 들어서, 무슬림 철학자들은 중국에 애국심과 충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적을 출판해 당대의 왕조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가장 눈여겨봐야할 점은 이 시기 무슬림 남성들이 여성의 인권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 번째 부흥운동의 일환으로, 여성들을 위한 무슬림 사원을 증축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들은 여성들이 교육을 받아야 무슬림 사회가 건강해지고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모스크엔 교육의 열망으로 가득찬 여성들이 한데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구오는 “어머니가 어렸을 땐 가난한 무슬림 여성이 교육을 받기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성은 “일부 지역에선 여성들이 교육을 받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여성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 무슬림들은 1949년 이후 남성과 평등한 지위를 누렸다. 중국 여성 무슬림들의 여권이 신장된 것도 교육과 이슬람 부흥운동 덕분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테러사건으로 인해 무슬림은 ‘사회위협’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명나라 시기 한족이 아닌 다른 민족들이 배척당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카이펑의 무슬림들은 무슬림 위구르족과 자신들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20세기 냉전 동안 중국은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세력을 키운 이슬람 급진주의파의 영향에서 벗어났고, 독자적인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다. <BBC>는 “현재 카이펑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슬람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이란이 여성전용 사원을 수용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단지 독일 베를린, 레바논, 수단, 미국 LA 등 선진국과 일부 중동 지역에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