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트랜스젠더 무슬림 위한 사원 ‘알파타’···”이슬람 아래 차별 없다”

인도네시아 트렌스젠더 무슬림 여성을 위한 '알파타학교' 예배 모습. 왼쪽에서 두번째가 설립자 신타 라트리씨다.
인도네시아 성전환 무슬림 여성을 위해 설립된 ‘알파타학교’ . 왼쪽에서 두번째가 설립자 신타 라트리씨다. <사진=뉴욕타임스캡처>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와리아’(Waria). 인도네시아어로 여성을 뜻하는 ‘와니따'(Wanita)와 남성을 뜻하는 ‘쁘리아'(Pria)의 합성어로 트랜스젠더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와리아는 인도네시아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신실한 무슬림이지만, 사원을 찾으면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제대로 예배에 집중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 2008년, 와리아들의 고민을 덜어줄 ‘알파타 이슬람 학교’(이하 ‘알파타’)가 요그야카르타주에 설립됐다. ‘페산트렌’이라고도 불리는 이 학교에는 트랜스젠더 무슬림 여성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기도를 드리고, 수업에 참여해 이슬람 경전을 공부한다.

신타 라트리 알파타 설립자는 “2006년 쓰나미 이후 이 곳은 완전히 폐허가 됐다”며 “하여, 와리아가 함께 모여 기도하고 이슬람 율법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다”고 창립 이유를 밝혔다. 그는 “와리아의 권익보호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중에 와리아의 존재를 알리고, 정부에겐 이들의 인권 보장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알파타를 방문하는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지만,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 곳에 있을 때가 제일 편안하다”고 말한다. 이 곳에서 일했던 우니 샤라는 “일반 사원에 가면 항상 사람들이 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트랜스젠더라고 수근거렸고, 어떤 사람들은 옆에 앉는 걸 꺼리기도 했다”면서 “알파타에서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곳을 찾는 와리아 가운데는 40대 이상의 여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집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알파타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주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서 트랜스젠더 무슬림 댄서들이 공연을 마친 뒤 하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주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서 트랜스젠더 무슬림 댄서들이 공연을 마친 뒤 하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캡처>

그러나 이들이 넘어야 할 과제는 아직도 산더미다. 여전히 다수의 와리아들은 거리에서 구걸하거나 매춘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미용사나 댄서, 혹은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정부 역시 와리아를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또한 인도네시아 울라마 의회를 포함, 보수적인 무슬림들은 트랜스젠더의 성이 모호하다는 것을 이유로 무슬림으로서의 와리아를 인정하지 않는다.

신타 알파타 대표는 “이슬람대학 교수진과 와리아 무슬림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했지만, 종교적 해석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실패했다”며 지난 경험을 털어놨다. 대학 교수 측이 “코란에는 남성과 여성 외에 다른 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교단 ‘나들라툴 울라마’(Nahdlatul Ulama, NU)가 알파타에 이슬람 교사를 소개하고, 신타 대표를 자바 섬 종교지도자 및 교수진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자바 섬 지역에는 인도네시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곳이다.?신타 알파타 대표는 “자바 섬 문화가 타 지역에 비해 성에 보다 관대하다”면서 “어렵지만 힘이 되어주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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