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무슬림국가’ 인도네시아, IS에 맞서다···”수니파 이슬람, 종교의 자유 인정해야”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향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교단 ‘나들라툴 울라마’(Nahdlatul Ulama, 이하 NU)가 제작한 영화 <동남아 이슬람, 신의 가호가 있기를>(The Divine Grace of East Indies Islam)이 개봉됐다. 영어, 아랍어 버전과 함께 개봉된 이 영화는 IS에 반대하는 무슬림들을 다뤘다.

IS 부대원이 강둑에 인질들을 차례차례 총으로 쏴 물에 빠뜨린다. 강물은 금세 핏빛으로 물든다. 이후 시의 한 구절을 노래하는 압둘라 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코란과 하디스를 외는 많은 자들이 신에 대한 자신의 부정은 깨닫지 못한 채, 비 이슬람교도를 비난하기 바쁘다. 이들의 마음은 온갖 혼란으로 엉켜져 있으니……”

IS를 풍자한 영화의 한 장면이다. IS의 폭력성과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제작된 이 영화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역사와 발전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이슬람 학자들과의 인터뷰도 담고 있다.

무스토프 비스리 NU 지도자는 IS에 대해 “이슬람 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신의 말씀을 앞세워 자신들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니파는 종교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며, 이들을 사랑과 연민으로 감싸 안아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내용의 교리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IS에 맞서고 있는 최대의 이슬람단체?NU는 지난 1926년 결성된 비영리단체로, 인도네시아의 비폭력 정신과 이슬람의 다양성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활발한 국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오스트리아의 빈대학교와 협력해 IS 대응 마련 방안을 고심 중에 있다.

한편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도네시아엔?전세계 무슬림 17억명 가운데 2억500만명이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망설임 없이 IS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다원화된 종교사회’이기 때문이다.?이슬람이 대부분임에도 다양한 종교를 존중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역사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13세기 인도네시아에 이슬람이 들어오기 전, 현지인들이 주로 믿던 종교는 힌두교, 불교였다. 이후 기존 종교와 지역 전통, 문화 등이 혼재되면서 다원화된 종교사회가 이뤄졌다.?실제로 인도네시아에는 국교가 없으며, 6대 종교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80%가 이슬람교, 10%가 기독교, 나머지 국민들이 천주교, 힌두교, 불교, 유교 등을 믿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IS를 지탄하는 목소리는 주로?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아랍국가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어, 인도네시아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뿌리깊은 이슬람 역사를 지닌 인도네시아는 IS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지난 1993년 결성된 이슬람국제테러조직 ‘제마 이슬라미야’는 인도네시아에서 최대 조직망을 갖추고 있었으며, 지금도 이곳 저곳에 흩어져 테러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들은 과거 현지에서만 50건이 넘는 폭탄 테러를 저지른 바 있다.

파리 테러 이후에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무자헤딘’이 테러를 경고하는 비디오를 공개해 현지 정부가 치안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2월 시리아 교전 중 사망한 인도네시아인 IS 대원 소지품에서 한글 명함이 발견돼 한국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도 있었다. 즉 인도네시아도 IS로부터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으며, 이들도 무자비한 테러조직에 맞서 싸울 의무와 권리가 있는 셈이다.

NU의?영화 <동남아 이슬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의 反 IS 여론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들의 움직임을 전세계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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