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무슬림 여성커플 “사랑도 죄가 되나요?”···’납치’ 죄목 감옥행 위기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방글라데시에선 동성애가 법으로 금지돼있다. 1850년 제정된 식민지법 377장은 남성끼리의 성관계를 ‘자연을 거스른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의 경우는 어떨까? 여성의 경우는 법적 규정이 따로 없지만, 동성애를 죄악시 하는 방글라데시에서 동성연애자는 지탄의 대상이다.
올해 23세가 된 방글라데시 출신 산지다는 한 여성을 납치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살이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납치됐다던 이 여성은 다름아닌 산지다의 애인 푸자였다. 산지다도 같은 여성이었다는 점이 문제가 됐을 뿐, 이들은 사랑하는 연인사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3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아버지가 교사인 집안에서 태어난 산지다는 스무 살이 되던 해였던 2013년 1월, 대학에서 벵갈어문학을 전공하기 위해 작은 시골마을을 떠나 피로즈푸르 지역으로 향한다. 집주인은 산지다의 학습열의와 밝고 명랑한 성격을 마음에 들어 했고, 막내딸 푸자의 과외를 부탁했다. 그리고 이 둘은 금세 사랑에 빠졌다.
산지다는 아직도 푸자를 처음 만났던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었는데, 침대에 잠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그 애는 카키색 블라우스와 페티코트를 입고 있었어요. 등에는 예쁜 블라우스 장식이 달려있었죠. 그 순간 전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산지다는 이후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있었지만, 푸자도 자신에게 감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데 난데없이 푸자가 산지다에게 입맞춤을 해온 것이다. 이후 이들은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해 7월 함께 도망친 뒤 둘만의 결혼식을 몰래 올렸다. 그러나 마침 이들이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목격한 푸자의 아버지가 경찰에 “딸이 납치당했다”고 신고하면서 사건은 불거지기 시작한다.
배회하던 산지다와 푸자 커플은 우여곡절 끝에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로 거처를 옮기게 됐지만, 이내 경찰에 발각되고 말았다. 동성애 죄목은 여성이 아닌 남성에게만 해당되었기에 ‘동성애’로 처벌받지는 않았지만, 산지다는 푸자를 납치했다는 죄목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상태다.
산지다를 돕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한 LGBT 인권단체 소장을 맡고 있는 파리다 베굼은 “무슬림 여성들 가운데 함께 도망친 뒤 결혼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 산지다의 변호사도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한편 산지다는 2개월 반 동안 구치소에서 생활하며 모욕적인 처사를 당해야 했다. 산지다는 “여경이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온 몸을 더듬었다”며 “너무 수치스러워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는데, 이런 일을 두 번이나 더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날 보고 수근거리며, ‘넌 얼굴은 안 그렇게 생겼는데 왜 그런 짓을 했니?’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는 달리, 언론에서는 이들 커플을 옹호하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산지다는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됐지만 재판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산지다와 푸자의 러브스토리는 푸자가 결혼을 하면서 끝이 났지만, 지금 산지다는 아리파라는 이름의 다른 연인과 함께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다. 산지다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인권단체에서 일하며 학업도 함께 병행할 예정이다. 산지다는 방글라데시 LGBT 인권단체 운동가 사이에서는 ‘영웅’같은 존재지만,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방글라데시에선 그저 ‘잘못된 사람’으로 비춰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