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쉬태그로 풀어보는 2015 아시아 ③] LGBT·리콴유·라이치잉·카쉬미르의소녀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고 있다. <아시아엔> 특별취재팀 최정아, 김아람, 라훌 아이자즈(Rahul Aijaz), 라드와 아시라프(Radwa Ashraf) 기자가 2015년 아시아를 뒤흔든 사건과, 2016년 아시아가 주목해야할 이슈들을 풀어본다. 아시아기자협회 소속 아이반 림(Ivan Lim), 아시라프 달리(Ashraf Dali), 샤피쿨 바샤르(Shafiqul Bashar), 비쉬누 고탐(Bishnu Gautam), 사이다 조고비(Sayda Zoghbi) 등 해외기자들도 한마디 거들었다. #해쉬태그와 함께 올해의 아시아를 돌아보고 내년의 아시아를 미리 만나보자. -?편집자

#리콴유 #LeeKuanYew
2015년 3월23일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 전 총리가 별세했다. 그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 이후 황무지나 다름없던 싱가포르를 ‘지구상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장대비 속에서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철인’ 리콴유는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정치가이기보단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는 영국과 말레이시아로부터 싱가포르의 독립을 인정받기 위해 가장 가까웠던 동료이자 끝내 정적으로 돌아선 림친시옹을 가차없이 쳐낸 비정한 인물이기도 했다. 실제로 본인도 르네상스 시대의 마키아벨리에게 큰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그만큼 리콴유는 머리가 비상하며 국가의 번영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아시아기자협회 회장이자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의 선임기자였던 아이반 림(Ivan Lim)도 “제갈량이 사후에도 ‘살아남은 것처럼’ 행동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듯이, 리콴유도 병상에 누워있더라도 싱가포르를 지키기 위해 벌떡 일어날 것”이라며 그를 제갈량에 한 바 있다. 비록 그는 세상을 등졌지만, 사후에도 싱가포르의 별로 남아 일생을 바친 조국을 축복할 것이다.

#라이치잉 #JimmyLai
라이치잉은 유명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자이자 홍콩 대표 미디어그룹 ‘넥스트미디어’를 설립했다. 중국식 이름보다 영어 이름인 ‘지미라이’로 더 잘 알려진 그는 2015년 초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전세계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었으며, 2015년 5월 <블룸버그통신>도 그를 ‘전세계 주목할만한 50인’에 선정했다. 그가 선정된 이유는 단순하다. 보통의 기업가들과 달리 라이치잉 회장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활발한 시민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홍콩은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으로 한바탕 떠들썩했다. 학생들이 중심이 된 이 운동은 2017년 행정장관 선거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당시 라이치잉 회장은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비공식 국민투표 캠페인을 도왔다. 홍콩은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에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 공존) 기치 아래 자치권을 행사해왔으나, 중국 정부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홍콩을 통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홍콩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라이치잉 회장은 활발한 정치운동 참여 탓에 고초도 겪었다. 2015년 1월, 그가 운영하고 있는 反중 논조의 언론사 <빈과일보> 건물에 누군가 화염병을 던지고 도망가는가 하면, 시위사태 관련 경찰에 일시 구금되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치잉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그 뜻을 펼치고 있다.

영화 ‘카쉬미르의 소녀’ 스틸컷

영화 ‘카쉬미르의 소녀’ 스틸컷

#카쉬미르의소녀 #BajrangiBhaijaan
‘2015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던 발리우드 영화 <카쉬미르의 소녀>(감독 카비르칸)는 역대 인도 박스오피스 흥행 2위의 성적을 거두며 큰 인기를 거뒀다. 이 영화는 의협심 넘치는 인도 사나이 바즈랑기(살만 칸)와 말 못하는 파키스탄 소녀 샤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와 함께 인도에 왔던 샤히다는 그만 엄마를 잃어버리고 홀로 인도에 남게 된다. 이후 독실한 힌두교인인 바즈랑기가 샤히다를 보살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연을 맡은 살만 칸은 대표적인 발리우드 스타며, 감독을 맡은 카비르 칸 역시 인도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이 영화는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돼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03년 인도-파키스탄 국경근처에서 발견된 청각장애인 소녀 ‘지타’는 불행하게도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구호운동가 빌키스 에디를 만나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의 보살핌 속에서 자랄 수 있었다. 개봉 후, 이 영화의 인기가 뜨거워지자 실제주인공 지타는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고, 이 소녀의 가족을 찾아주자는 여론이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에서 일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타는 무사히 10월말 본국인 인도로 돌아가게 됐다. <카쉬미르의 소녀>는 흥행대기록뿐만 아니라, 앙숙이었던 인도와 파키스탄을 한 뜻으로 모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LGBT 인권운동가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시위행진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LGBT 인권운동가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시위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LGBT
2015년 여름, 아시아 곳곳에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펼쳐졌다. 미국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의 여파는 그만큼 대단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동성결혼’ 논의는 시기상조다. 이슬람이 국교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동성애자에 ‘사형’을, 그외 중동 국가들도 금고형이나 벌금형 등으로 동성애를 엄히 처벌하고 있다. LGBT혐오자들이 동성애축제에 난입해 흉기테러를 일으킨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7월3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펼쳐진 동성애자 행진대열에 유대교 신도가 난입해 16세 소녀를 살해했다.

동남아 대표 이슬람국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말레이시아의 인기 만평가 주나르가 트위터에 정부의 동성애자 처벌을 비판하는 내용의 만평을 올렸다가 지난 6월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에선 동성애를 ‘근절해야 할 사회적 질병’이라고 규정하고 외국인을 포함해, 동성간 성관계를 가진 이들에게 태형을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변화의 흐름을 타는 국가들도 있다. 동성애가 불법은 아니지만 금기시되는 중동의 몇몇 국가들에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LGBT는 더 이상 쉬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를 넘어 온 인류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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