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 LGBT 인권 현주소는 ‘아직 흐림’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2015년은 전세계가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논란으로 한껏 달아올랐던 한 해였다. 2016년 새해, 이들의 사정은 조금 나아졌을까? 세계최대 이슬람국가이자 보수적인 사회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에선 다시금 LGBT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5일 나지르 무하마드 연구기술교육부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 화제가 됐는데, 내용은 이렇다.

https://twitter.com/menristekdikti/status/691357077336240128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대학 캠퍼스 내 동성커플의 애정행각은 금지할 생각입니다.”
“동성연애자들의 인권은 인정하지만, 합법적으로 그들을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편 무하마드 장관은 얼마 전 인도네시아대학에 만들어진 LGBT 지원센터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곳은 대학 내 LGBT학생 지원 및 상담센터로, 소수 성적취향을 지닌 이들의 문제를 연구하고 돕기 위해 설립됐다. 이에 대해 장관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보편적인 가치와 도덕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대학의 역할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데 있다”고 했다. 현재 해당 대학 측에서는 “이 센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처럼 무하마드 장관의 동성애 비판발언이 이어지자, 성적소수자 단체들은 “정부가 LGBT 인권침해에 나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포드지아띠 탄이라는 학생은 전세계 온라인 캠페인사이트(change.org)에서 무하마드 장관의 동성애 비난발언과 캠퍼스 내 애정행각 금지제안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청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정부인사가 공식적으로 동성애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몇년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LGBT 인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2015년부터 인도네시아 사회가 LGBT를 더욱 억압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미국이 동성애 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하기 이전인 2015년 3월,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단체인 울라마협의회(MUI)에선 동성애자를 회초리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파트와를 내놓았다. 합법화가 결정된 이후인 10월 아체 주 경찰당국은 두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껴안았다는 이유로 체포한 사건도 발생했다. 11월 국립 브라위자야대학교에서는 연이은 위협으로 LGBT 행사를 취소했고, 심지어 람풍대학교 총장은 LGBT와 연관된 학생과 교수진을 퇴학 혹은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여전히 다수의 국제인권단체들이 인도네시아 LGBT 인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당분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