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손기정 탄생 100주년 심포지엄’

손기정 선수의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의 뒷면. <사진=문화재청>

전쟁에서는 이기든 지든 사람이 죽는다. 스포츠는 오늘 진다 해도 내일 또 할 수 있다. 이런 말을 남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故) 손기정 옹. 도쿄도 지요다구(東京都千代田?)의 모교 메이지(明治)대학교에서 열린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갈등하며 평화를 호소해 온 일생을 돌이켜 봤다.

고 손기정 옹은 일제 강점기하인 1912년에 태어나 23살에 당시 세계최고기록을 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일본 대표로 출전해 올림픽 기록을 경신하며 우승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등이 시상대에 오른 손기정 옹의 사진을 가공해 가슴에 달린 히노마루(日の丸, 일장기)를 지우고 게재해 기자가 체포되고 신문 발행금지 처분으로 발전했다. 민족의식 고양을 우려한 치안 당국은 손기정 옹을 감시하에 두고 메이지대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선수생활을 단념시켰다고 한다.

심포지엄에서는 지명도를 기대한 정치계로부터의 유혹을 물리치고 후진 양성과 일·한 우호에 평생을 바친 손기정 옹의 반생을 회고하며 스포츠와 올림픽의 평화적 의의를 중심으로 논의했다.

조부가 한국 육상선수 출신이며 본인도 손기정 옹과 친분이 있었던 소설가 유미리 씨는 글이 써지지 않고 생각이 막혔을 때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면 달릴 수 없고 쓸 수도 없다. 노력하거라”라고 타이르던 일화를 소개했다. “금메달리스트가 냉대받은 역사의 의미를 알면 외국인에 대한 최근의 차별적 풍조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평론가인 다니구치 겐타로(谷口源太?)씨는 “올림픽 운동의 평화 이념을 잊어버리고 메달수 경쟁만 한다면 은혜와 분노를 초월하고 평화의 다리 역할을 한 손기정 옹이 고이 잠들지 못한다”고 일침했다. 부친이 한국에서 이주해 일본 국적을 취득한 뒤 올림픽에 출전한 야구해설가 히로사와 가쓰미(??克?) 씨는 “안 좋은 면도 있지만 감동과 희망, 용기를 주는 것도 스포츠”라고 긍정적인 면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손기정 옹의 장남 손정인 씨가 인사말을 통해 “올림픽에서 일본이 획득한 올림픽 메달수에 일본인이 아닌 아버지가 획득한 메달이 포함돼 있다. 이 심포지엄이 진실을 전하고 일본과 한국이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교도통신>

The AsiaN 편집국 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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