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다바오시 폭발사고,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 고삐 더 죈다

Philippine police officers look at dead victims after an explosion at a night market that has left about 10 people dead and wounded several others in southern Davao city, Philippines late Friday Sept. 2, 2016. Regional military commander Lt. Gen. Rey Leonardo Guerrero says it was not immediately clear what caused the explosion. (AP Photo/Manman Dejeto)
현지시간 9월2일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에 있는 야시장의 폭발 현장

[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바로알기> <더미1> 저자] 6월30일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은 마약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교도소마다 마약사범으로 넘쳐나고 2일엔 두테르테 고향인 다바오시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최소 14명이 숨지고 100명 가까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마약 전쟁을 벌이는 두테르테를 겨냥한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필리핀에서 마약의 해악이 어느 정도이길래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에 총력을 쏟고 있나?

필리핀의 마약은 천연마약과 합성마약으로 나뉜다. 아편·헤로인·대마초 등 천연마약은 가격이 비싸 중산층 이상만 구매가 가능하다. 필리핀 중산층과 상류층은 숫자도 적은데다 교육수준이 높아 중독자도 드문 편이다. 이들이 즐기는 천연마약은 상대적으로 덜 해롭다.

문제는 합성마약에 있다. 여러 독성을 가진 화학물질을 실험실에서 배합하여 제조한 마약 즉 히로뽕이다. 필리핀에서는 ‘샤부’(Shabu)라고 부른다.

필리핀 마약상들은 값이 싼 대신 질이 떨어져 인체에 치명적인 샤부를 판매한다. 1회용에 50페소(1200원)에 불과하다. 이를 태워서 나오는 연기를 흡입하면 몇 초만에 어지럼증을 느끼며 배고픔과 고통도 잊는다.

하루 세끼를 제대로 못 먹고 중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샤부를 흡입한다. 건설노동자, 택시와 트럭운전자, 부두노동자, 영세 농어민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마약의 독성에 무지한 채 당장의 효과를 위해 샤부 중독자가 된다. 그들 중 상당수는 마약 복용과 함께 범죄충동을 느껴 강도·강간·살인 등 흉악범죄에 빠지게 된다.

샤부를 3개월 이상 상습 흡입하면 중독되고, 1년 이상 중독되면 재활치료를 하더라도 정상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뇌에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재래시장에는 전당포가 호황을 누린다. 샤부 중독자들이 물건을 들고 와 현금화하기에 그렇다.

필리핀에선 거의 매일 신문·방송에서 마약관련 사건·사고가 보도됐다. 경찰이 샤부를 제작하던 실험실을 급습하는 보도를 흔하게 접했다. 마약상과 경찰 간의 총격전은 너무 흔해서 좀처럼 헤드라인으로 뽑히지도 않는다. 필자도 우연히 마약 중독자들을 만난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이곳 교민 사이에서도 필리핀에서 마약의 심각성에 공감해왔다. 하지만 두테르테 취임 직후 70만명 이상의 마약상이 자수한 것을 보고 그 규모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기껏 수만명 정도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테르테 정부는 “아직도 약 300만명의 마약 용의자들이 더 있다”며 “그들은 대부분 샤부와 관련된 가난한 서민들”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교민들은 마약문제를 실제보다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됐다.

필리핀에서는 각 지역의 마약조직 두목들을 ‘마약왕’(Drug Lord)라고 부른다. 수년 전엔 한 마약왕이 호텔보다 호화로운 침대와 욕실·가라오케·유흥시설을 갖춘 널찍한 감방 안에서 VIP 대우를 받으며 생활하는 현장이 방송에 소개됐다. 마약의 제조·유통과정도 함께 보도돼 경악한 적이 있다. 마약왕이 함께 붙잡혀 온 부하들과 교도관의 보호 아래 감옥 안에서 샤부를 제조하면, 교도관과 경찰이 샤부를 밖으로 반출해 판매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약상과 재소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매춘부들과샤부를 흡입하며 섹스파티를 즐겼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샤부로 인해 미치광이가 돼 자신과 타인의 인권을 파괴하는 자들을 소탕할 것이냐 그들의 인권보호를 이유로 방치할 것이냐를 놓고 두테르테와 반대자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두테르테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90%를 넘는 국민들 지지와 2일 다바오시에서 벌어진 폭발사건은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 의지를 더욱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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