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교민 피해사건 Why & Next①] 불법 ‘더미’ 해결 없인 ‘백약이 무효’

[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바로알기> 저자, HANISHIP 대표] 필리핀은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정부가 가난하고 가난한 서민들이 너무 많을 뿐이다.

<포브스>가 선정한 2014년 세계 갑부 순위에 필리핀의 헨리 시(Henly Sy) SM프라임 회장이 97위, 한국의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2위를 차지했다. 필리핀 기득권층들은 자본주의정신에 투철하여 작은 정부를 원한다.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세금을 적게 낸다. 탈세와 탈루를 위해 매출을 실제보다 훨씬 적게 신고하고 부동산은 수십년 전의 공시지가로 세금을 낸다.

정부는 돈이 부족하다 보니 부자들을 감시하고 감독할 공무원과 예산이 부족하다. 치안을 유지할 경찰이 부족하고 경찰이 활동할 예산이 부족하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헨리 시의 실제 재산은 외부에 알려진 공식적인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필리핀에는 실제로 이건희 회장보다 부자가 10명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1971년도에 거의 모든 면에서 비슷했다. 인구도 비슷했고 경제규모도 비슷했다. 그 후 44년 동안 한국의 경제는 연평균 7% 성장을 했고, 필리핀은 4% 성장했다. 인구는 한국이 1500만, 필리핀은 7000만명이 늘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배받아 평균적으로 필리핀보다 부자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 보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한국의 상위 10%인 5백만명은 필리핀의 상위 5백만명보다 덜 부자라고 보여진다. 한국의 중산층 1천만명은 필리핀의 중산층 1천만명과 생활수준이 비슷하다. 한국의 서민층 3천5백만명이 필리핀의 서민층 8천5백만명보다 월등히 잘 산다. 그리고 그러한 서민들의 가난한 모습이 너무 도드라져서 한국사람들은 필리핀을 우습게 보는 우를 범한다.

한국인 사업가들의 경쟁상대는 서민들이 아니고 필리핀 중산층 또는 상위층인데, 그들은 한국인들보다 자본주의 역사가 길고 경험이 더 풍부하며 교육수준도 높다. 그런데 흔히 눈에 띄는 필리핀 서민들만 보고서 너무 얕잡아보고 성급하게 투자한다.

<한국과 필리핀 및 인근 국가들의 비교표>

한국(南) 필리핀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연평균경제성장률(1971-2013) 7.1 4.0 2.7 5.8 6.4 6.0
인구 (1971) 3천3백만 3천7백만 1억 3천7백만 1천1백만 1억2천만
인구 (2013) 5천만 9천8백만 1억3천만 6천8백만 3천만 2억5천만
면적 (km2) 100,210 300,000 377,944 513,120 329,847 1,919,000

필리핀은 외국인의 내수시장 투자나 진출을 바라지 않는 나라다. 2014년도 필리핀의 총 수출은 48억 달러, 한국은 5781억 달러였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소득을 5%로 가정하면 필리핀은 2억 달러, 한국은 289억 달러의 소득을 올린 셈이다. 그런데 2014년 한해 동안 필리핀 해외노동자들이 269억 달러를 필리핀으로 송금했다. 한국이 수출해서 벌어들인 총소득과 거의 맞먹는다.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은 소득을 금고에 쌓아둔다. 그러나 필리핀 서민들이 해외에서 송금한 돈은 그대로 시장에 풀린다. 그래서 내수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튼튼하다. 이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해 필리핀 기득권층들은 외국인들의 투자나 참여는 허용하지만 경영은 불허한다. 그들과의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한다. 내수시장이 워낙 좋기 때문에 필리핀 대기업들은 수출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에 관심이 거의 없다. 국내시장에서 해마다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필리핀 부자기업들은 망하거나 몰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가난한 서민들이 부자가 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필리핀 부자들은 외국인 사업가들이 내수시장에서 경쟁상대가 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외국인들은 투자는 할 수 있지만 경영은 못한다. 토지소유가 안 된다. 소매업을 할 수 없다. 주식회사나 합작회사의 경우, 외국인은 40% 이하의 지분만 소유할 수 있다. 외국인은 이사회 구성원의 1/3 이상 확보할 수 없어서 법적으로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한국인들은 현지인들의 명의를 빌려서 경영한다. 불법이다. 100% 필리핀 밖으로 수출하는 업체가 아닌 기업체들은 현지인 명의를 빌려야 한국인이 경영할 수 있다. 식당, 식품점, 호텔, 여행사, 어학원, 무역회사, 물류회사, 건설회사 등 한국인이 경영하는 거의 모든 업체들이 현지인들의 명의를 빌려서 경영하고 있다. 이것은 필리핀의 ‘더미방지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명의를 빌리고 빌려주는 사람(더미)은 적발되면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중형을 받고, 투자금은 전액 몰수된다. 만일 더미가 자수하면 그는 처벌을 면제받고 몰수된 투자금의 30%를 포상금으로 받는다. 그러나 자수할 생각이 있는 더미라면 그냥 회사를 차지해 버린다. 30% 포상금이 아닌 회사 전체를 합법적으로 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법적으로 그의 명의로 되어 있지 않은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한국인들은 50% 이상 투자하여 직접 경영하기 위해 더미를 활용한다. 거의 모든 더미들은 서민들이다. 그들은 착하고 순수해서 아직까지 더미들이 사고를 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이든 한국인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

그러나 서류상 더미들이 사업체의 사장이거나 대주주이기 때문에 더미가 맘만 먹으면 그 사업체를 통째로 빼앗을 수 있다. 그런 피해를 당한 교민들이 더러 있지만 범법행위를 했다는 약점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부 못된 한국인은 더미를 사주하여 실제 투자자인 한국인의 사업체를 빼앗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인과 더미 또는 한국인들끼리 원한관계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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