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 바로알기] 행복지수와 자유의지
필리핀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높고, 아시아에서는 베트남(5위) 다음으로 높다고 한다. 한국이 68위로 중간 정도인 것에 비하면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감정은 평소의 삶에서 욕구 불만이 적고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행복한 감정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도록 필리핀 지배층이 구축해 놓은 사회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종교적 유토피아를 상상하고 삶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삶의 고통을 잊게 해주고 삶을 편안하고 온화하게 해준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신의 계획의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강자에게 복종하고 의지하는 습관을 오랜 세월에 거쳐 관습으로 승화시켜, 사회적 불평등을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불만을 제거한다.
중·상류층은 중위권 서민층을 월 급여 3000페소 정도로 가정부나 급사로 부리고 있고, 상위권 서민층은 1000페소 정도의 월 급여로 극빈층 서민층을 가정부나 급사로 부리고 있는 현상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가장 빈번한 스트레스는 일상적인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데, 짧은 기간의 목표만을 설정하는 훈련을 통해 목표 달성에 대한 장기간의 긴장감과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숙명론에 세뇌되어 있으면 목표와 성공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기에 욕심이 적고 스트레스도 적다. 여러 가지 형태의 교육을 통해 서민들이 부자들을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도록 교화한다. 동화 <Miller of Dee>에 나오는 농부는 “나는 누구도 시기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나를 시기하지 않아요”라고 노래 부르고 있다.
TV의 코미디 프로와 오락프로를 확대함으로써 값싸고 효과 있는 만병통치약인 명랑함과 웃음을 선사하여 고통과 불만을 잊게 한다. 일본 속담처럼, 웃으며 보낸 시간은 신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라고 느끼게 한다. 언젠가 아주 착한 서민들 몇 명과 자유의지 및 보험과 종교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필자 : 신이 ‘자유의지’를 주셨으니 그것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삶을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민 : ‘자유의지’는 아담과 이브를 시험했듯이 신이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 주신 것이다. 나를 보내신 그분이 지시하시는 대로만 행하면 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자유의지’는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매사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필자 : 왜 보험에 들지 않고 있는가?
서민 : (장래를) 신에게 의지하지 보험 회사에 의지하지 않는다.
필자 : 보험회사도 신의 의지로 만들어 지지 않았는가? 신의 창조물인 보험회사를 활용해야 하지 않는가?
서민 : 신은 선도 창조하셨지만 인간을 시험해보기 위해 악도 창조하셨다. 신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을 나약하게 만드는 모든 창조물들은 악일 것이다.
필자 : 내가 당신을 위해 대신 보험에 가입해 주면 어떤가?
서민 : 그것은 신이 당신을 움직여 보험에 가입한 것이기에 신의 의지이지 나의 자유의지와 나의 돈으로 가입한 것이 아니므로 신의 의지를 거역하거나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움직여 나를 축복해 주시려 하는 신에게 감사 기도를 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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