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의원 C형간염①] 멀티비타민·백옥·마늘주사 등 ‘주사 만능주의’ 경계해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최근 서울 양천구 소재 다나의원에서 ‘C형 간염(肝炎) 집단 감염(感染)’ 사건이 발생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광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C형간염(hepatitis C) 감염자가 집단으로 발생하여 질병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집단 감염’ 제보 접수 후 해당 의원의 업무를 정지하고 폐쇄하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다나의원의 집단 감염자는 11월 19일 18명에서 27일 현재 71명으로 대폭 늘어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다나의원이 개원한 2008년 5월 이후 전체 내원자 2269명 중 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 45명 감염(11월22일)이 확인됐다. 또 이틀 뒤에는 450명 중 60명이 감염 확인되었으므로 앞으로 조사 대상자가 확대될 경우 감염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들 감염자 중에는 다나의원 원장과 부인을 비롯하여 전ㆍ현직 간호조무사 2명 등 의원 내부 관계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보건 당국 조사에 따르면 다나의원 K원장(52)은 피로 회복과 비만 치료 목적 등으로 주사 처방을 많이 했으며, 이 과정에서 1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하였고, 남은 주사액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했다. 즉 내원 환자들에게 수액 치료와 동시에 영양제 등을 첨가 주사할 때 같은 주사기를 반복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다나의원은 수액주사(링거주사)를 맞으러 오는 환자들을 하루 20명 정도 받았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다나의원은 올해 상반기 약 처방을 받은 환자 중 주사 처방을 받은 비율인 ‘주사 처방률’이 98.1%나 되었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87~99%의 주사 처방률을 보였다.
이번 집단감염 사건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도한 수액치료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피곤하거나 힘들 때 습관적으로 수액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일반 환자 진료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일부 의원은 수액을 경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 “마늘주사 3만원, 멀티비타민 주사 3만·6만·10만원, 백옥주사 3만원” 가격표시까지 올리면서 광고하는 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일반인은 수액주사를 감기약 처방받는 것처럼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나의원 원장은 개당 100-200원하는 1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하는 등 상식에 반하는 의료 행위를 한 결과 대형 집단 감염 사태가 빚어졌다. 1회용 주사기는 사용 후 폐기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소독 의무도 없고 관련한 처벌 규정도 없다. 이에 주사기를 재사용한 경우 시정 조치를 내리거나 비도덕적 의료 행위를 적용해 1개월 자격정지를 내리는 것 외에 다른 처벌 조항은 없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 2013년 네바다주 클라크 카운티 법원은 1회용 주사기를 여러 번 사용해 환자 9명이 C형 간염에 걸리게 하고 이 중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인정해 담당의사에게 종신형(終身刑)을 선고했다.
또한 다나의원 K원장은 지난 2012년 교통사고에 따른 뇌손상으로 아내의 도움으로 출퇴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원장은 장애등급 2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손떨림 증세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료를 계속하였다. 어떤 의사는 본인이 치매(癡?)인 것을 인지하고 치매약을 복용하면서 진료를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관내 의료인 중 업무 수행이 어려운 건강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폐업 또는 정지를 강제할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 의학협회는 의사 아닌 사람이 50%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정기적으로 의사의 진료 적합성을 평가하고 면허를 관리한다. 부적절한 의료 행위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을 조사해서 해당 의사에게 진료 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주정부 면허국에서 2-3년마다 의사의 신체 및 정신 기능 평가 후에 면허를 갱신하며, 10년마다 전문의(專門醫) 면허 재시험을 실시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에 진료의 적절성에 관한 평가가 없으며, 면허 갱신 제도도 없다. 이에 우리나라도 환자를 보호하고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의사 면허 갱신 제도의 실시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