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별미 단팥빵③] 경주 황남빵 제조공법 ‘특허’···천안호도과자와 한국대표 빵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명실상부하게 경주를 대표하는 빵인 ‘황남빵’의 유래는 지금부터 76년전인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악한 환경으로 가게의 상호도 없이 빵을 만들어 팔았고, 동네 주민들이 빵을 즐겨 사먹으면서 간판도 없는 가게에 동네 이름을 붙여 ‘황남빵’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필자가 1939년 출생하였으므로 황남빵과 해를 같이 하고 있는 셈이며, 또한 황남빵과 연관된 에피소드가 있다. 필자는 1970년 10월에 결혼을 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제주도는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혔다.
1971년 1월에 당시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주한대표(Mr. C. Kondapi)와 함께 UNICEF 지원사업을 점검하기 위하여 지방출장을 가게 되었으며, 신혼인 아내도 동행하게 되었다. 1970년대는 외국인 외교관이 머물 수 있는 호텔이 전국적으로 몇 개 되지 않았다. 수안보관광호텔과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유숙한 후 경주 불국사관광호텔에서 묵게 되었다.
호텔에서 저녁 식사 후 우리 부부는 경주 시내 구경도 하고 소문을 들어 알고 있던 ‘황남빵’을 사기 위해 황남동으로 갔다. 허름한 빵가게에서 주인 최영화씨가 화덕에 빵을 굽고 있었다. UNICEF 직원들, 친지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줄 황남빵을 승용차에 가득 싣고 숙소인 불국사관광호텔로 가는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우리 부부가 탄 외제 대형승용차가 눈이 쌓인 빙판 언덕길을 불국사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택시 한 대가 빙판길을 내려오면서 우리 승용차와 정면충돌을 했다. 당시 택시는 소형차여서 완전히 부서지고 택시기사도 큰 부상을 당했다. 한편 우리 승용차는 대형이여서 앞 범퍼와 엔진에 손상이 생겼지만, 운전기사와 우리 부부는 안전했다. 사고로 승용차 운행이 어려워서 경주에서 경상도 지역 출장은 UNICEF에서 지원한 자동차를 이용하였다. 당시 UNICEF에서 국내 보건소 등에 차량(독일 폭스바겐, 영국 랜드로버) 수백대를 지원하였다.
조그만 단팥빵인 황남빵은 1994년 경주시 향토전통음식으로 지정되었으며, 1998년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에서는 공식지정식품이 된 바 있다. 황남빵 제조 공법은 특허를 받았으며, 천안 호두과자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주 토박이인 최영화씨가 처음 개발한 황남빵은 물과 밀가루의 비율을 엄격히 지켜 빚은 반죽에 팥소를 넣어 둥글납작하게 반죽을 한 후 이 반죽덩어리 위에 빗살무늬 도장을 꾹 눌러 찍어 멋을 내고, 철판위에 구웠다. 맛있게 잘 익은 황남빵은 인공 감미료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 부드럽고 고풍스러운 맛을 선사한다.
오랜 역사를 지켜 오는 황남빵의 독특한 맛은 팥 고유의 향이 살아 있고 말랑말랑 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팥소의 담백함에 있다. 또한 빵껍질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반죽은 재료의 배합과 반죽의 농도가 맞아야 고유의 맛이 나기 때문에 저울을 사용해 엄격하게 비율을 지키고 있다. 황남빵을 개발한 최영화(1917-1995)옹이 별세한 후 제과점을 후손들이 이어가고 있다. 황남빵 가격은 1개 800원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