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별미 단팥빵②] 파리바게뜨의 기적···파리매장 월1백만개 판매·연일 매진도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빵의 기원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서기전 3000년경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되었으며, 효모를 넣은 희고 부드러운 빵은 서기전 2000년경에 이집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말엽에 비밀리에 입국한 선교사들이 빵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측된다. 1884년 한러통상(通商)조약 체결 이후에 러시아인 웨베르 공사의 처제인 손택(孫澤)이 정동구락부를 개설하고 빵을 선보였다.

한일합방 후에는 일본인 제빵 기술자들에 의하여 제과점이 생겼으며, 1942년에는 전국에 40여개소의 제과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밀가루, 설탕, 팥 등의 원료가 부족하여 빵의 대중화가 어려웠다. 그 후 8·15해방과 북한의 6·25전쟁을 겪으면서 원조물자로 공급된 밀가루, 분유, 설탕 등으로 빵이 급속도로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서양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은 일반적으로 밀가루에 물과 소금, 그리고 효모(yeast)를 넣고 반죽을 한다. 빵에 사용하는 설탕이 10% 이하이면 식빵류, 20-30% 수준이면 과자빵류, 그리고 여기에 유지가 많이 들어가면 단과자빵류 등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빵 제품에는 식빵류(우유식빵·건포도식빵·옥수수빵·버터식빵 등), 과자빵류(팥소빵·크림빵·소보로 등 스위트 번·스위트 롤·데니쉬 페이스트리 등), 조리빵류(햄버거빵·핫도그빵·피자파이빵 등), 기타 빵류(찐빵·도넛·야채빵 등) 등이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이 지방의 단팥빵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했다고 한다. 이는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 등으로 백화점 매출이 감소하자 골목상권의 유명 빵집을 매장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백화점 고객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는 곳은 70년 역사의 전북 군산의 빵집 서울 분점인 단팥빵 매장이다.

한편 해외시장에 먼저 출시된 단팥빵이 국내시장으로 ‘유턴’해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즉 ‘파리바게뜨’가 프랑스 파리 매장에서 먼저 선보인 ‘단팥크림 코팡’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할 만큼 현지에서 인기제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지난 8월 출시한 단팥크림 코팡은 출시 한 달 만에 100만개 넘게 팔렸다.

파리바게뜨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이 파리에 있는 매장에서 단팥크림 코팡을 맛보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글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이 한국에서도 출시할 것을 요청하여 국내에도 제품을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빵의 본 고장인 프랑스에서 인정받은 한국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팥빵’ 또는 ‘팥앙금빵’이란 주재료로 팥과 설탕을 갠 앙금을 넣어 만든 빵이다. 단팥빵은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1874년 이바라키현 출신의 기무라 부자(父子)가 판매한 것을 시초로 본다. 단팥빵을 일본어로 ‘안판’이라고 부른다. 팥 앙금을 속에 넣어 만든다는 점에서 경주의 황남빵과 비슷하다.

기무라가 단팥빵을 만든 경위는 다음과 같다. 일본 메이지 시대 왕실(王室) 주방에서 일하던 기무라 야스베는 독립해 도쿄 직업훈련소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나가사키의 네덜란드 저택에서 빵을 굽던 조리사 우메키치를 만나 빵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빵에 흥미를 느낀 기무라는 직업훈련소 일을 그만두고 동양풍과 서양풍을 퓨전한 빵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기무라는 1869년 도쿄에 제과점을 창업하지만, 1873년 화재로 제과점이 전소되었다. 이듬해 1874년 도쿄 긴자에 기루라야(木村屋)이라는 이름으로 아들과 함께 제과점을 낸다. 기무라는 이스트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효모 대신 술누룩의 약한 발효력(醱酵力)을 발효시간과 설탕량을 늘리는 것으로 보완했다. 그리고 1874년 기무라는 단팥빵을 만들어 도쿄 긴자에서 팔기 시작하였다.

단팥빵은 하루에 1만5천개 가량 판매되면서 유명해졌다. 1875년에는 궁내(宮內) 식탁에 단팥빵이 오르고, 왕비가 그 맛을 좋아해 꾸준히 납품했다. 1884년 기무라는 단팥빵 중앙을 눌러 그 안에 소금에 절인 벚꽃 꽃잎을 얹어 납품용과 시판용을 구분했다. 1897년부터는 시판용 단팥빵에도 꽃잎을 얹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단팥빵의 중양은 눌린 모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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