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별미 단팥빵①] 日 국민여배우 키키 키린 주연 ‘앙: 단팥 인생이야기’ 2015 칸영화 개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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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지난 가을 아내와 함께 일본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를 CGV영화관에서 관람하였다. 관객은 우리 부부를 포함해 10여명에 불과했다. ‘앙’이란 일본 전통 단팥빵(sweet red bean paste) ‘도라야키’ 안에 들어가는 팥소를 뜻한다. 도라야키는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든다. 필자는 ‘단팥빵’을 즐겨 먹으며, 특히 경주 ‘황남빵’을 좋아한다.

영화는 일본 감독 중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 최다 진출을 한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최신작으로 2015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나오미 감독은 28세에 최연소로 칸영화제의 신인상격인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으며, 심사위원대상도 수상한 일본 예술영화의 얼굴이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할머니가 정성스레 만든 달콤한 단팥처럼 우리 마음에 위안을 주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힐링영화다. 나오미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말을 줄이고 하늘, 햇볕, 바람소리, 초목 등을 통해 인물들의 희비와 인생의 맛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들이므로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영화의 주연은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여배우 키키 키린(도쿠에 역)은 도라야키 가게의 아르바이트생으로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의 단팥소를 만든다. 나마세 마사토시(센타로 역)는 무뚝뚝한 도라야키 가게 주인으로 도쿠에 할머니를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키키 키린의 실제 손녀인 우치다 카라(와카나 역)는 가게의 단골인 중학생 소녀로 도쿠에 할머니와 친구처럼 지낸다.

영화는 일본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가게가 배경이며, 가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소소하게 마음을 울린다. 거장 가와세 나오미가 작가 도리안 스케가와의 원작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연출하여 재미와 감동을 고루 갖춘 수작(秀作)이라는 평을 일본에서 받아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다고 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흐뭇한 웃음이 흐른다. 센차로와 두쿠에가 도라야키 가게에서 함께 일하면서 정의할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된다. 즉 계약서상 가게 사장과 아르바이트 직원이지만, 단팥소 제조에서는 두쿠에가 스승이고 센타로는 견습생이다. 공식적인 지위와 실질적인 위치가 혼재하면서 두 사람은 동지적, 동업자적 관계를 형성한다.

도쿠에와 센타로 두 사람이 합작하여 만든 단팥빵 도라야키는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 구입하여 먹는다. 하지만 센타로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불우 청소년 와카나 때문에 도쿠에가 한센병(癩病) 환자 출신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도라야키 가게에는 손님이 끊긴다. 영화는 씁쓸한 결말로 향한다.

이 영화는 과거사로 고민하는 두 사람에게 희망을 비춰준다. 즉, 폭력사건에 연류되어 평생 빚을 지고 있는 센차로는 도쿠에의 모습을 보고 삶의 의욕을 키운다. 한편 60년 이상 한센병으로 인하여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온 도쿠에는 생의 끝자락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던 꿈을 센타로에 의지해 이룬다.

도쿠에가 세상을 떠난 후 센타로는 달콤한 단팥소에 소금을 넣어 도라야키를 만들어 판매한다. 즉 인생은 달면서도 짜기도 한 복합적인 것이란 사실을 도쿠에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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