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키의 명상24시 ⑨] ‘만성 수면부족’ 극복 9가지 방법
[아시아엔=천비키 본명상 코치] 여기는 미국 뉴욕. 새벽 3시반. 오늘도 두 시간밖에 잘 수가 없다. 하품이 큰 한숨이 되어 나온다. 쳐진 눈꺼플과 주름진 얼굴이 노트북에 비춰보인다. 눈을 비빈 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앉는다. 졸다가 무엇을 썼는지도 모를 흔적을 화면에서 지우면서 같은 방에서 자고 있는 학생이 깰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이 학생들 부모님들이 얼마나 이 글을 기다리고 계실까?’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다가도 몇자를 쓰고 나면 다시 졸음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몇 시간째 이러고 있다. 옆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깨어서 뒤척인다. “선생님~”하고 나를 찾는다. “왜 그러니” 묻자 배가 아프고 머리도 아프단다. 이곳에 도착하면서 줄곧 아파 거의 먹지도 못하고 3일째 약간의 죽과 소화제로 버틴 친구다. 글이고 뭐고 다시 다 중지다. 아이에게 “괜찮아 질 거야”라며 배를 문질러 줬다. 이내 괜찮다며 다시 잠에 든다.
이곳에 온 후,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끝없는 업무로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1~2시간밖에 못 잔 날이 허다하다. 나야말로 어지러움과 피로로 인해 아차 싶은 적도 꽤 있다. 졸면서 걷다가 휘청거리고, 잠시 앉아있다가도 깊은 잠에 빠져 경비원이 소리쳐서 깨워준 적도 있다.
지금 나는 유학원에서 주최하여 4주간 미국 현지 학교의 여름캠프에 참여하는 초중생 24명을 돌보는 인솔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아이들과 즐겁게 어울려 여름 캠프를 하고, 무사히 관광할 수 있도록 하며, 장면마다 현장사진을 찍고, 때로는 사감처럼 아이들 규율을 지도하며, 아침 저녁으로 깨어주고 잠자리를 확인하는 보모이기도 하다. 아프지는 않는지 챙겨주는 간호사역도 맡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매일 미국 연수 보낸 자녀들 안부를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이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지내며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려주고, 그들의 질문에 댓글을 달고 리포트를 웹 게시판에 올리는 역할까지 하는 게 나의 의무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20년전 동생과 가보고자 한 땅, 예상치 않은 병세로 나 홀로 남아 언젠가는 가보고 싶었던 자유의 땅!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들뜬 기분으로 날아 왔는데…. 하지만 미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더니, 하루 하루 지나면서 ‘공짜는 절대로 없다’는 뼈져린 교훈을 얻었다. 하루가 이렇게 길 줄이야! 음식도 맞지 않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수시로 발생하는 아이들 요구에 긴장을 멈출 수 없다. 명상 전문가로서의 나의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같다.
명상도, 일상생활도 ‘공짜는 없다’
설상가상, 미국 현지의 파트너 선생님과의 문화 차이와 불확실한 업무분장으로 관계마저 껄끄럽다. 내게 주어진 역할이 너무 많기도 하고 업무미숙으로 파트너 선생님에게 일부 업무가 넘어감에 따라 이것저것 따지는 듯한 그의 태도에 마음도 상했다.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런 내게 미국본사 직원이 한마디 한다. “선생님 너무 지친 표정 짓지 마세요. 아이들이 영향 받아요.” 울고 싶다. 어쩌란 말인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껏 <아시아엔>에 연재해 온 명상은 호흡이나 자세, 알아차림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며 몸과 마음을 평안하고 평화롭게 하는 방법이었다. 지금 내 현실은 명상으로 평안함과 고요함을 통해 나홀로 벗어나는 것은 ‘정직히 말해서’ 엄연한 한계가 있다. 이미 한계를 넘은 상황에서 좋은 생각을 하고, 의미를 찾는 것 자체가 현실의 왜곡이다. “괜찮아, 잘 될 거야” 하며 받아들인다는 태도도 어찌 보면 위선이다. 이미 지친 몸이 그렇게 내게 말해 준다. “너의 에너지가 전혀 OK 상태가 아냐”라고. 내 몸과 마음이 경험하는 지금의 현실은 아무리 좋은 생각으로 괜찮다 해도 사실이 아니라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살기 위해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바로 평정심이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진보된 명상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다시 한번 물어보자. 명상을 왜 하는가? 편안하고 안정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우리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생활 속에서 얻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호흡을 하고 이완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필자가 지금 미국에서 겪고 있는 것은 일상적인 삶이라기 보다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지혜로움이다. 주어진 역할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지점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파트너 선생님과의 갈등을 경험하면서 나 자신과 그의 입장을 살피고 이해하며 서로에게 도움 될 수 있는 영역을 합리적, 이성적으로 찾기로 했다. 지혜란 바로 그런 일련의 과정과 활동에서 발휘되는 것이란 생각을 하니 한결 맘이 편해진다.
명상의 목적은 삶의 지혜를 얻어, 그것을 바탕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의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 안에서 행복과 충만감을 느끼며 나의 삶을 조정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몸과 마음을 지치게 놔둘 수 없다. 지혜를 구하는 명상을 통해 이를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자, 그럼….
? 눈을 감고 몸을 바로 세운다. 호흡을 통해 온 몸의 긴장을 푼다.
? 긴장을 풀고 나면 몸의 감각에 집중한다.
? 이완 속에서 집중을 할 수 있음을 알아차린다.
?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을 바라본다.
? 그것이 일어나고 사라지고, 이어지고 또 사라짐을 바라본다.
? 잡으려는 마음이 일어나면 그 마음을 바라보고 사라짐을 바라본다.
? 마음이 평정해지면 고통을 주는 현재의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 이해당사자와 공공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본다.
?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자비의 에너지를 보내고 명상을 마무리 한다.
고통이 다가올 때 도망가거나 타협하거나 맞서는 것을 어리석음이라고 한다. 일어나는 생각을 멈추도록 호흡에 집중하고 감정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봄으로써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평정심을 얻을 수 있을 때 우리의 명상은 한층 깊어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무척이나 무더웠던 8월을 뒤로 하면서 내 삶의 열매가 풍성하게 영글어 갈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담대히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