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키의 명상24시 ⑧] 몸과 나직이 대화하고 느끼면 스트레스 스르르 풀려
[아시아엔=천비키 본명상 코치] 청중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강사가 아무리 재미있고 톡톡 튀는 강의를 하고, 청중이 배우려는 열정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고, 뛰어난 지성집단이라 하여도 20분쯤 지나면 집중력을 잃게 된다. 우리의 뇌가 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20분이어서 그런가? 몸은 현재 나의 에너지 상태를 가장 잘 알려주는 도구다. 각종 감각을 일으켜 끊임없이 신호를 주며 내게 말을 걸어온다. ‘자세를 고쳐 앉아서 몸을 풀어 달라’, ‘하품을 하여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달라’고 말이다. 이처럼 몸은 독립된 지능체로서 스스로 풀어내기도 하고, 다양한 감각으로 내게 무엇을 해달라고 어린아이처럼 말을 걸어온다.
소방공무원 특강을 갔을 때 일이다. 프로그램 안내자는 내게 명상 중에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맑고 청아한 종소리라도 말이다. 소방공무원들은 평소 초인종 소리만 울려도, 또는 핸드폰 알람 소리만 들어도 출동신호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들의 의식은 출동대기 상태로, 몸은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실제로 “웅~웅~” 들리는 출동소리에 온몸이 흔들리며 자동으로 비상사태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때 순간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가면서 몸이 삐끗하며 다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한번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응급요원으로 일하는 분이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서 상담을 해왔다.
“저는 이 일을 직업으로 삼은 후부터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감정과 감각을 느끼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며 살았습니다. 사고현장에서 피가 낭자한 사람들을 수송할 때면 공포스럽고 찝찝한 기분에 도저히 잠들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구조한 분이 살아나면 괜찮은데 힘겹게 응급처치를 해드린 그 분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으로 뒤틀리다가 죽게 되면 꿈 속에 나올 때도 있지요. 술로 우울감과 괴로움을 잊어보려고 한 적도 많았지만 일시적으로 풀리는 듯하지만 그게 답은 아니더군요. 건강은 더욱 나빠지고 지금은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제게 과연 어떤 명상을 하면 약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긴장을 풀 수 있을까요?”
이 말과 함께 살짝 떨리는 그 분의 주름진 눈빛이 애처롭다. 자신의 감정과 정서를 차단하며 ‘구조대 로봇’과 같은 삶을 살며 우리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일었다. 가정과 사회를 위해 성실히 일하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피로와 잠 그리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시로 커피와 담배를 찾고, 밤에는 술을 마신다.
술·담배 대신 기지개 기혈명상을
이들에게 맞는 명상은 과연 무엇일까? 즉, 특정 감정상태에서 통제를 못하고 뭔가에 끌려가는 중독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담배 한 개비를 반 개비로, 세 잔의 커피를 한잔으로 줄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풀면서 가장 쉽고 빠르게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은 뭘까?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기혈 몸명상’을 권한다. 몸에서 뭔가 불편함이나 음식이 당길 때 그 감각이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순간적으로 멈추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호흡을 통해 기혈 몸명상으로 몸과 마음을 깊이 연결하여 이완과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억눌렸던 감정 해소를 위해 그동안 필요했던 기호품들은 조금씩 멀어져 간다. 진정으로 우리 몸이 원하는 것은 니코틴과 카페인, 알콜이 아니다. 대신 기혈 명상을 통해 깊은 이완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기지개를 통한 기혈명상은 짧지만 강렬한 휴식이 필요한 당신에게 진정으로 유용하다. 갓난 아이가 몸을 풀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이다. 또 동물들이 한 동작 후에 몸을 푸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 두 발을 골반보다 살짝 넓게 벌려 자세를 활짝 편다. 들숨과 함께 천천히 두 주먹을 쥐고 두 팔을 앞으로 들어올린다. 들어올릴 때 손, 손목, 팔꿈치, 어깨에 차례로 힘을 주며 각 신체부위의 감각과 그곳에 흐르는 기운, 느낌을 온전히 느낀다.
? 동시에 발 뒤꿈치를 들어올리면서 서서히 힘을 주어 발, 발목, 무릎, 허벅지, 골반을 차례로 온전히 느낀다.
? 사지가 완전히 열려 귀에 두 팔이 닿은 ‘만세 자세’가 되면 손가락을 활짝 펴고 호흡을 잠시 멈추어 온 몸을 최대로 늘린다.
? 천천히 날숨과 함께 발바닥을 착지하며 두 팔은 양 옆구리 쪽을 향해 날개를 접듯 내린다.
? 힘이 완전히 빠진 상태에서 내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현상 및 에너지의 흐름을 충분히 느낀다.
? 감각을 충분히 느낄 때까지 계속 반복하면서 생명에 대한 경외감에 깊이 감사한다.
우리의 존재는 몸의 관점에서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피와 살로 이루어진 기계적인 몸, 둘째 그 안에 흐르는 기(氣)의 몸, 셋째 사랑과 자비 등 의식의 빛으로 나타낼 수 있는 영(靈)의 몸이다. 영의 몸은 쉽게 말해서 마음의 빛깔과 의식의 차원에 따라 밝기와 색상, 크기가 달라지는 아우라나 후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이 세 개의 몸이 하나로 통합될 때 참 존재가 된다.
명상은 바로 몸의 감각과 그 위에 흐르는 정서적, 감정적 기운, 그리고 이 생명의 힘 속에 나를 살리는 무한한 사랑과 자비 등의 고결한 영혼의 의식이 하나가 되도록 통합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바로 몸 감각을 느끼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럴 때 몸이 신비스럽게 열리며 자신이 고결하고 존귀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 감응 속에 나와 모든 생명을 똑같은 생명체로 여기며 감사와 축복을 전할 때 비로소 온전한 치유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