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키의 명상24시④] “죽고 싶어!” 입에 달고 사는 당신께
?털어내야 가벼워진다···호흡명상법 7가지
[아시아엔=천비키 본명상 코치] 커피숍에서 지인 K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녀를 만나면서 내심 놀랐다. 건강미와 생기 넘치는 골드미스였는데, 몸은 풀죽은 배추처럼 축 쳐져 있고 눈엔 피로가 역력했다. 살도 10kg 가까이 더 찐 듯 힘들어 보였다. 그간 어찌 지냈냐고 안부를 나누는데 거친 숨으로 입만 떼면 “피곤해 죽겠어요, 바빠 죽겠어요, 힘들어 죽겠어요” 등등 “죽겠어요’를 입에 달고 있다. 왜 그렇게 됐냐고 물으니 “바삐 돌아가는 일정도 만만치 않은데 직속 L상사가 느닷없이 인사개편을 하면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팀 동료들이 뿔뿔이 다른 부서로 흩어졌다”고 한다. 홀로 남아 그 일을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업무 탓에 거의 매일 야근을 하여 비몽사몽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상사에 대한 배신과 소외감으로 속상하고 화가 나 죽겠다고 했다. 일은 죽어라 하는데, 한 때는 잘한다고 칭찬해 주었던 임원들도 오히려 자신을 냉랭하게 보고, 동료들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을 보니 분명 L상사가 자신에 대해서 나쁜 얘기를 한 것 같아 억울해 죽겠단다. 상사에 대해 분노가 생기면서 밤샘 작업 중 폭식을 하게 되고 살도 감당없이 쪘단다. 불황에 잘리지 않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출근 때만 되면 무력감이 들어 그냥 사표를 쓰고 싶은 충동도 든단다. 출근하면 소화도 안 되고 머리도 아파서 이러다가 진짜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든다고 했다.
K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미쳐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떻게 할지, 뭘 할지 막막하다. 결혼이나 확~해버렸으면 좋겠다”고 피시식 웃으면서도 “요즈음엔 수면제까지 먹는다”며 어깨를 들썩거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능력 있던 사람이 화나 죽겠고, 힘들어 죽겠고, 아파 죽게 되었다. 대체 K는 몇번을 죽었단 말인가? ‘죽음’이란 말을 하는 그녀에게서 정말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며칠 전 말기 암환자를 만났다.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바람난 남편에 대한 원망이 병의 원인이 됐다. 죽음이 바로 눈앞에 와있는데도 분노와 화에 얽매여 신음했다.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가쁘게 내쉬던 K의 모습에서 그 암환자 모습이 자꾸 오버랩 됐다. 이러다가 그녀는 아파 죽을지도, 억울해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말기암 환자처럼 저러다가 K도 자기 말처럼 될 지도 모르겠다.
들숨·날숨 조절만으로도 큰 효과
문제는 나 또한 어느새 K의 이야기에 몰입되면서 흥분된 관중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녀가 한숨 쉴 때 내 숨도 푹 꺼지고, 그녀가 감정에 사로잡혀 호흡을 뜨겁게 내뱉을 땐 나도 모르게 코와 입에서 뜨거운 김이 수증기처럼 나왔다. 그녀가 눈물을 떨어뜨리는 순간, 나는 눈물을 삼키며 숨을 죽였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나 자신을 다스릴 수 있을까? 흥분 상태에 있는 K에게 명상코치로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감정조절이 바로 호흡명상의 요체다. 감정은 에너지다. 감정은 사이클을 갖고 움직이고 흐른다. 호흡 또한 에너지다. 그래서 예로부터 호흡을 생명의 힘이자 에너지라고 했다.
감정에너지와 호흡에너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감정이 격해지면 호흡도 빨라지고, 몸과 마음이 평화로우면 호흡도 고요해진다. 호흡은 감정운동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깊은 심호흡은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주어 화나 분노 상태에서 빠르게 뛰는 심장과 과열된 뇌, 팽팽하게 긴장된 근육들을 식혀준다. 여기서 화나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단서를 잡을 수 있다.
빨라진 주파수를 통제하는 방법은 또 다른 주파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감정의 주파수를 바꾸기 위해 몸의 주파수를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심장 박동과 호흡에 영향 주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특히 호흡에 많은 영향을 받는 유산소 운동이나 기체조는 주파수를 조기에 잡아준다.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크며 필자가 몸을 움직이는 기혈명상을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거진N> 3월호에서는 호흡의 ‘기초편’으로 호흡을 임의로 조절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했다. 이번 호에서는 ‘실전편’으로 K씨와 필자의 만남처럼 부정적인 에너지 상태에서 효과적으로 안정을 찾는 기혈명상과 호흡명상을 해보자. 감정을 다스리는 호흡명상은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 몸을 빠르게 턴다. 힘을 빼고 손, 팔, 머리, 어깨를 으쓱거리며 턴다. 두 발도 턴다. 특히 업무 중 앉아 있는 상태라면 그 자세에서 털어도 좋다.
? 몸을 그대로 멈추어 그 상태를 몇 분간 느껴본다. 몸의 감각과 호흡의 변화를 알아차려 본다.
?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 되면 들숨에 배를 들이키고 날숨에 배를 홀쭉하게 하여 복식호흡을 한다.
? 호흡 숫자를 센다. 복식호흡이 편안해져 리듬을 타게 되면 날숨에 주의를 주며 내쉴 때마다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셋….” 하며 숫자를 센다.
– 열 번 정도 한다. 이때 내뱉는 숨에 입을 살짝 벌려 “후~” 또는 “쓰~” 하고 호흡의 소리를 뱉어 부정적인 기운을 빠르게 내보낸다.
– 열 번으로 부족하면 숫자를 열에서 하나까지 거꾸로 세면서 위의 호흡을 반복한다.
– 들숨과 날숨의 비율은 1대2정도로 한다. 가령 들숨을 2초 정도 하였다면 날숨을 4초 정도 하고 내쉰다. 익숙해지면 들숨 3초에 날숨 6초로 늘린다.
– 날숨을 쉴 때 배를 더욱 더 등에 붙인다는 감각으로 홀쭉하게 하여 호흡을 빼고, 들숨은 자동적으로 들어오도록 힘을 뺀다.
– 들숨을 쉴 때마다 맑고 밝은 기운이 들어오고 날숨을 쉴 때마다 탁한 기운이 손 끝과 발 끝에서 빠져나간다는 생각을 한다.
? 자연호흡을 한다. 호흡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그 상태에 머물러 본다.
? 사랑을 전한다. 두 손을 비벼 뜨거워진 에너지 손을 불편했던 몸 부위에 올려놓고 사랑의 마음으로 문지르거나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 감사의 마음으로 마친다.
K와 나는 위의 명상처럼 예전에 함께 명상을 했던 대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먼저 ‘터는’ 기혈명상부터 하였다. 경기 전 출발선 상에서 많은 운동선수들이 터는 것을 보았는가? 털기는 몸 안에 충전된 에너지를 빨리 방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커피숍의 소란함 속에서도 이렇게 타인의 시선을 피해 빠르게 손과 발을 가볍게 턴 후, 몸이 약간 풀린 개운한 상태에서 숫자를 세며 호흡을 하였다. 그럼으로써 흩어진 에너지를 모으고 이제 주의를 날숨에 주었다. 숨을 ‘후~’하고 뿜을 때마다 몸에 계속 힘을 빼도록 하며, 마음 속으로는 탁한 에너지가 나간다고 상상하였다. 이렇게 7~8분 명상을 하니 나뿐만 아니라 K도 몸과 맘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헤어질 때는 밝아진 얼굴로 ‘틈틈이 생활 안에서 다시 해보겠노라’며 숨통이 트인 목소리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