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키의 명상24시 ②] 올바른 자세명상, ‘마음의 병’도 치유한다

[아시아엔=천비키 명상코치] 필자가 명상코치로 있는 ‘본명상’에 오는 분은 연령층뿐 아니라 그 이유도 다양하다. 건강과 평온함을 찾거나 일의 성공이나 문제해결 또는 삶의 의미를 얻기 위해서 등이다. 그들은 명상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풀어줄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온다. 필자는 그가 누구든, 어떤 이유에서 오든 처음 내방객들에게 자세 바로잡는 명상부터 지도한다. 그러면 대부분 의아해 한다. “사업 잘 해보려고 왔는데….” “집중력과 통찰력 높이려는데” “모델학교도 아니고 왠 자세잡기죠?”라고 묻곤 한다. 우울증이나 심리 문제를 갖고 온 주부도 자세부터 바로잡자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L군도 그랬다.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가 심해 별 방법을 다 써봤다고 했다. 검붉게 짓무른 피부는 군데군데 피딱지가 들러붙고 얼핏 봐도 심각해 보였다. 실은 얼마나 심한 상태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고양이처럼 몸은 웅크린 데다가 모자까지 푹 눌러 써 얼굴도 잘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다. 그래도 대화를 하려고 얼굴을 돌려 바라보면 겨우 눈빛을 마주쳐 몇 마디 나눌 정도였다. 게다가 눈동자는 촛점없이 왔다갔다 하며, 살기와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걸을 때도 휘청거리고, 앉아서는 쉴새 없이 다리를 떤다. 나까지 정신이 산만해질 정도다. 누워있을 때도 반듯이 펴지 못하고 이내 한쪽으로 새우처럼 몸을 돌돌 말아 눕는다. 말리고, 접히고, 구부러진 자세가 편안하단다.

이런 상태에서 ‘명상의 꽃’으로 불리는 호흡명상을 한들 무엇하랴. 몸이 휘어지고 구부러진 상태에선 호흡이 막히고 체하게 된다. 호흡명상의 첫 단계인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기울여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기는커녕 답답해져 명상을 놓아버리기 십상이다.

L군 같은 이들이 제일 먼저 시작할 수 있는 명상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자세명상’이다. 바르게 서고, 걷고, 앉고, 눕는 게 우선 중요하다. 무의식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습관적, 충동적 행동을 멈추고 깨어있는 맑은 의식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자세명상’ 즉 중립자세다.

바르게 걷고 서고 앉아야
그러면 자세잡기가 왜 거창한 몸명상이 되며, 치유를 가져올 수 있을까? 명상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자기인식에서 시작한다. 그러므로 몸동작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 알아차리고 호흡을 통해 충분히 느끼면 기혈이 순환된다. 굳이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좌우전후, 상하로 치우침 없이 자세를 바로잡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느끼기만 해도 상당부분 치유가 된다. 내 몸과 마음이 중심이 잡히며 호흡으로 깊이 연결될 때 전체에너지가 하나로 통합돼 신비스런 치유의 힘이 나오기 때문이다.

“모든 병은 자연으로 돌아가면 회복이 된다”는 말처럼 치우침 없는 중립자세는 온전한 생명체의 모습이다. 인간이 서있거나 앉아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자세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중력방향과 일직선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때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으며 건강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늘~인간~땅이 하나로 연결돼 중력의 영향을 가장 덜 받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바로 선 모습은 유일하게 신의 형상을 한 인간만의 특권이다. 우리가 바로 선 형상 즉 하늘~인간~땅이 하나로 연결되면 王(왕)자 모습이 된다. 이 자세가 바로 ‘중립자세’다.

바로 선 자세에서 양팔을 벌려보라. 이 자세가 ‘王’자가 되는 형상이다. 사람이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게 바로 ‘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자세를 바탕으로 자신의 호흡을 바라보게 될 때, 비로소 자연과 합일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잠시 몸을 세우고 자신을 느끼자
아래 소개하는 ‘중립자세’ 명상은 1-2분 이내에 가장 빠르게 몸을 일으켜 세우는 방법이다. 물론 익숙해지면 에너지통로가 금세 열리며 중립자세로 들어가게 된다. 걷기 전이나 걷는 도중, 서있을 때, 또는 뭔가를 기다릴 때 등 잠시 몸을 세우고 자신을 느낀다면 하늘과 땅의 기운이 내 몸 안에 조화롭게 머물게 된다. 생체에너지가 활성화돼 자연스럽게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은 선명해진다. 중립자세 명상은 <매거진N> 1월호를 참조하면서 실습하면 더 효과적이다.

기본자세
?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두 발은 수평이 되도록 한다. 무릎은 약간 구부려 두 발과 수직으로 내려가도록 각도를 조정한 후, 바로 편다.
? 정수리에서 회음부로 내려오는 몸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도록 한다.
? 몸은 배꼽 중심에서 상하로 나누어 신체부위가 튀어나오거나 밀린 부위가 없도록 일직선으로 곧추 세운다.
? 몸은 옆에서 볼 때 앞뒤로 나누어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도록 한다.

이완활동
? 깊고 편안한 들숨으로 머리와 목, 어깨를 활짝 편다. 날숨에 편히 이완한다.
? 깊고 편안한 들숨으로 가슴과 척추를 하나씩 편다. 날숨에 편히 이완한다.
? 깊고 편안한 들숨으로 배와 두다리를 편다. 날숨에 편히 이완한다.
? 깊고 편안한 들숨으로 정수리, 인당(미간 한복판), 목, 가슴, 배, 생식기를 하나씩 느낀다. 날숨에 편히 이완한다.
? 하늘과 땅, 그리고 내가 하나가 되었음을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느낀다.
? 미소와 감사로 맑아진 몸과 마음을 느끼며 마무리한다.

아토피 L군은 어떻게 됐을까? 치유를 위해 ‘본명상’센터에 정기적으로 와서 명상을 했다.

몸수행으로 똑바로 걷고 서고 앉고 눕도록 했다. 대화 시에는 정면으로 응시하여 미소를 짓고 눈빛을 살리는 훈련을 계속 했다. 어색하거나 무안해할 때, 넋을 놓고 있을 때마다 자신이 어떤 행동과 자세를 취하는지도 알아차리도록 지도했다. 얼마 뒤 자신이 얼마나 굽어서 막혀 있었는지, 손과 발을 충동적으로 얼마나 떨고 있는지를 온전히 알게 됐다! 알음알이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경험하여 본인이 ‘알아차리면’ 변화가 일어난다. 이럴 때 우리는 “진짜 알게 됐다”고 말한다. 알음알이가 아니라 ‘앎’의 차원에 이른 것이다.

힐링명상 시작 1년이 흐른 지금 L군은 한층 맑아진 피부에 당당한 체상(體相)으로 때로는 수줍게, 때론 호탕하게 잘도 웃는다. 고졸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그렇게도 움직이길 싫어하던 그가, 게임만이 스트레스 해소법이던 그가, 요즘 권투도장에 다닌다. 하루 2시간씩 땀범벅이 돼 온몸으로 호흡하며 아직 남은 가슴 속 찌꺼기를 발산하고 있다. 모든 것을 껴안을 수 있는 넓은 어깨와 활짝 열린 가슴, 당당하게 선 그에게서 새로운 길을 가는 모습을 본다. 王(왕)의 모습이다. 이제 당신 차례다. 그대는 지금 이 지구별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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