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키의 명상 24시] 몽골 대자연 속 명상으로 하나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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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아시아엔=천비키 <아시아엔> ‘명상’ 전문기자, 본명상 코치] 광활한 대지, 열린 창공, 코끝 시린 청량한 공기···.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황토 빛 대지 위 마른 초원과 가끔씩 지나가는 양떼뿐이다. 경계 없고 한계 없는 이곳에서 걸어본다. 뛰어 보고, 숨도 쉬며 가만히도 있어 본다. 그 무엇을 해도 명상이 된다.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그저 모든 것을 놓아버리게 된다. 그냥 힐링이 되고 생명이 자연임을 절로 아는 이곳은 바로 몽골이다. 아무 것도 없기에 역설적으로 원초적인 생명력으로 가득 차 충만한 땅! <매거진N>과 <아시아엔>의 뿌리가 된 아시아기자협회를 따라 한번도 뵌 적이 없는 32인의 낯선 분들과 칭기스칸의 영토로 떠난다고 할 때 설레임이 가슴에서 바람처럼 일렁였다. 스님과 목사님, 외국인과 한국인, 나이도, 하는 일도, 관심사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다. 단지 <매거진N>의 독자라는 끈으로 묶인 것이 전부인 우리.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애초 계획처럼 명상으로 하나 될 수 있을까? 염려도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히 기우였다!

별빛이 쏟아지는 원시 자연 속에 우리들은 지위도, 나이도, 이름도 다 놓아버렸다. 몽골의 현지인과 뜨겁게 보드카를 마시며 활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 앞에 원주민 아니 원주민처럼, 아니 신내린 사람처럼 펄펄 뛰고, 노래 부르며 춤을 췄다. 어느새 언니·동생·오빠·형님으로 부르며 한 가족, 한몸이 되어 버린 우리!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고 만나야만 했던 인연들이었던가. 그래서, 광란의 밤의 끝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명상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

새까만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 그 아래 태양보다 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가운데 두고, 완전한 이완을 위해 인디언처럼 털고 뛰었다. 여독을, 삶의 무게를, 잡념을, 세상의 모든 아픔과 기억을 훌훌 털어내고…. 더 이상 털 것이 없어 텅 비었을 때 거친 숨을 하악하악 토해내고, 가슴 시린 대자연의 숨결을 내 호흡으로 거둬들였다. 그리고 대지 위에 선 순간! 절대 고요다. 태초의 소리도 들린다. 바람소리, 침묵의 소리, 대자연의 숨소리다.

뽀얗게 이는 흙먼지 속에 나를 본다. 그 속에 우주가 있고, 우주 속에 티끌이 있으니 그 흙먼지의 티끌같은 존재가 바로 나고, 우리이니, 하나된 몸짓의 우리는 새카만 적막 속에 장엄하게 우뚝 서있다가 아주 천천히, 하늘과 땅의 기운을 연결하여 좌골을 땅으로 뿌리내렸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뼛속 깊이 호흡했다. 놀랍도록 평온하다. 그냥 다 함께 이렇게 온기를 느끼며 앉아있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스님도, 장로님도, 사장님도, 교수님도 없다. 그저 모두 순수한 영혼으로 용해되어 너와 나의 경계도 사라져 버리는구나.

낯선 땅에서 이틀 만에 영혼의 가족이 된 마법같은 시간.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 느낌 안에 우리는 천천히 일어나 손을 잡고 <너를 사랑하겠어>라는 노래를 가슴으로 불렀다. 그 여운을 쏟아지는 별빛과 함께 한 아름 안고 “굿나잇~!” 하며 꿈꾸듯 각자의 게르(몽골 전통 천막집)로 향했다. 형님 아우를 맺은 오라버니들의 “진짜 파티는 지금부터야”라며 별보다 초롱한 눈빛으로 어깨를 걸었다. 보드카를 들고 간 그들에겐 또 다른 긴밤이 시작된다. 이곳 저곳 게르에서 깔깔거리고 웃는 소리와 기독교인 일행의 찬송가 소리가 절묘한 조화로 바람결에 실려 들려온다.

우리들의 이 아름다운 여행은 3박4일 동안 계속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웃고 떠들다가도 순식간에 멈추어서 명상을 통해 피로를 풀며 잠들고, 내면으로 들어갔던 순간순간들이다. 버스에서, 벌판에서, 관광지에서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고, 이런 영혼의 가족이 또 있으랴. 그래서 우리는 전생부터 <매거진N> 가족이었나 보다. <매거진N>을 읽으면 그냥 이렇게 순수한 영혼이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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